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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영진 Mar 20. 2019

<캡틴 마블>

MCU의 큰 그림

주의: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와 <캡틴 마블>에 대한 본격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음


MCU 최강 히어로인 <캡틴 마블>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너무 복잡해졌다.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등 대표 히어로들에 대한 신선도는 떨어지고, 너무 많은 히어로들이 등장하며 관객들의 피로감도 커졌다. 이십세기폭스 합병 이후 엑스맨과 판타스틱포 등이 MCU에 합류해야 하는 지금 대대적인 보수가 필요하다. 이런 시점에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는 현명한 선택이었다. 전 우주의 모든 생명체 중 절반을 사라지게 한다는 타노스 (조슈 브롤린)의 계획이 성공하면서, 마블 히어로들도 절반을 없앨 수 있었기 때문이다.


타노스는 자신의 고향이었던 행성 타이탄이 인류 증가로 자원이 고갈되면서 멸망하는 것을 경험했다. 이런 비극을 막기 위해 전 우주의 생명체 50%를 없애버린다는 엄청난 계획을 성공시킨다. 주변인들과 이야기해보면 의외로 타노스의 이런 생각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많다.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의 악당 발렌타인 (새뮤엘 L. 잭슨)도 유사한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그가 직접 생존자와 희생자를 선별했다면 타노스는 무작위로 실행했다는 점에서 더 좋은 평가를 받기도 한다.


점점 더 많은 히어로와 시리즈가 나오면서, MCU의 핵심 자원이라 할 수 있는 신선도를 잃어가는 중이었다. 이때 타노스가 히어로들의 반을 깔끔히 정리해 준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가장 오래되고 대표적인 캐릭터인 아이언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과 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반스)가 생존했다는 점이다. 최근 발표된 후속작 <어벤저스: 엔드 게임> 예고편은 이들의 탄생 스토리가 플래시백처럼 펼쳐지는데, 이 둘의 여정을 마무리하는 장이 될 것 같다. 그리고 이들을 이끌 최강의 히어로가 바로 캡틴 마블(브리 라슨)이다. 


30년 젊어진 닉 퓨리 국장 (새뮤엘 L. 잭슨)


원래 코믹북에서도 캡틴 마블은 가장 센 캐릭터였다. 이름부터 마블의 캡틴이지 않은가! <캡틴 마블> 영화 속 그녀는 원래 평범한 지구인이었다. 광전자 에너지를 흡수하고 외계 크리 족의 피를 수혈받아 좀 강해졌지만 우주 최강까지는 아니었던 그녀는 노력과 각성을 통해 엄청난 파워를 갖게 되는데, 이 과정이 갑작스러워 설득력이 떨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평범한 지구인이 우주 최강의 히어로로 진화하여, 맨몸으로 대형 우주선을 박살 내는 장면은 확실히 카타르시스를 일으킨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했던 MCU 영화들은 각 시리즈들의 첫 이야기들이었다. 평범하거나 핸디캡을 가진 이들이 히어로로 성장하는 이야기들은 언제나 흥미진진하다. <캡틴 마블>의 주 시대 배경은 89년으로, 비밀기관 쉴드 국장인 닉 퓨리 (새뮤엘 L. 잭슨)가 젊은 모습으로 등장한다. 새뮤엘 L. 잭슨이 나오는 영화들은 그의 특유의 유머 덕을 톡톡히 보는데, 이 영화도 매우 유쾌하다. 더불어 80-90년대 히트곡과 여전히 우아한 아네트 베닝도 무척 반갑다.


크리 족 과학자 웬디 로슨과 슈프림 인텔리전스 1인 2역을 연기한 아네트 베닝


<캡틴 마블>은 여러 면에서 DC의 대표적인 캐릭터인 <원더우먼>과 비교가 된다. 개인적으로 원더우먼의 갤 가돗은 너무 아름다워 도리어 감정이입이 어렵다. 그녀의 액션신은 전투 장면을 배경을 한 패션쇼의 런어웨이를 보는 것 같기도 하다. 반면 브리 라슨은 매력적이지만, 충분히 현실에서 볼 법한 외모를 갖고 있다. 그녀는 미국 인디 영화 계의 스타였고, 2016년 <룸>으로 아카데미 여우 주연상을 받은 실력파 배우이다. 이런 그녀의 탄탄한 연기력 덕분에 캡틴 마블의 다소 황당한 성장 스토리가 설득력을 갖게 된다.


솔직히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를 보고 났을 때, 다음 편을 꼭 봐야겠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그런데 <앤트맨2>와 <캡틴 마블>을 보니 이들이 과연 세상을 어떻게 구할 것인지, 사라진 히어로들을 어떻게 살려낼 것인지 무척 궁금해진다. 전편들을 복습하며 <어벤져스: 엔드게임>를 기다려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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