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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속먼지 Jun 21. 2019

시어머님을 "His mom"이라 칭하면, 외.않.되요?

His great mom highness가 아니라 그냥 His mom

결혼을 한지 수년차이지만, 여전히 내 입에 잘 붙어있지 않은 단어는 '아버님' '어머님'이다. 어쩌면 내가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엄마 이거 했어?" "할아버지 이거봐봐!" 하는 예의없는.. 집에서 자라서, 이런 극존칭이 입에 붙지 않는 것도 있겠고, 한편으로는 마음이 그다지 넓지 않은 내가, 어머님 아버님을 찾아뵈면 귀여운 며느리 역할을 곧잘하지만서도, 마음 속으로는 늘 조금씩 삐져있고, 토라져있기 때문이겠지.


'아버님' '어머님'이라고 하지 않으면 무엇이라고 하느냐면, 그것은 나도 몰랐던 것인데 나는 "오빠네 엄마" "오빠네 아빠" "오빠네 누나"라는 말을 많이 한다고 한다. 내가 이렇게 말한다는 사실은 결혼하고서 얼마 안되어 깨닫게 되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게 사실 그렇게 이상하다는 생각은 못하고 있었다. 그냥 "His mom", "His sister"이라는 생각으로 한 말인데, 종종 나와 대화하던 사람들은 깔깔거리며 "야, 오빠네 아빠가 뭐야, 아버님이라고 해야지"라고 하셔서 어라 조금 이상한 것인가? 싶었다.


나에게 영 싫은 소리를 하지 않는 남편도 어느 순간 '이제 그런 표현보다는 좀 더 가족같은 단어를 쓰는게 낫지 않을까'라고 하여 나는 나의 이러한 말'버릇'에 대해서 조금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라, 조금 공격적인 표현법이었나?


남편은 우리 엄마 아빠를 곧잘 '어머님' '아버님'이라고 부르고 잘 따르니, 내가 그러지 않음으로써 남편이 느낄 조금의 서운함이 미안하여 나도 고쳐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요즘 나는 (정신을 차리고 말한다면) "시어머니가" 또는 "시아버지도" 등의 말은 한다. 정신을 차리지 않고 원래대로 얘기한다면 여전히 "오빠네 엄마".


남편에게는 그냥 남편의 관점에서 말하는 것으로 "엄마가 그러셨어?" "아빠 어디시래?" 이렇게 얘기하고 있다. 사고 회로에서는 여전히 (오빠네) 라는 말이 붙는데, 머리에서 입으로 오기까지 의식해서 그것을 빼고 있는 중이다. 어쩔때는 "오빠네" 까지 나왔다가 아, 나중에 다시 얘기해야지. 하고 10분 있다가 "어머님이" 할때도 있다. 요새는 그런 노력이 조금 통하였는지, 아니면 남편이 아우 노력하는 것 같으니 마 됐다, 그냥 맘대루 해라, 하였는지 남편이 그래도 뭐라고 안하고 있다.






여러번 받은 지적들로 인하여 왜 나는 어머님을 어머님이라 칭하지 않고 아버님을 아버님이라 칭하지 않는가 고민해보았다. 그게 은연중에 나를 불편하게 만드나? 딱히 불편하다는 생각은 안했던 것 같은데. 어라, 그러고보니 좀 불편한 것 같아. 무엇이 나를 불편하게 하는 것일까. 나도 시댁 어른들을 뵈면 항상 '어머님~' '아버님~'은 물론, '형님~' '아주버님~' '도련님~'표현을 곧잘 사용하니 문제는 3인칭 화법이 아닌가 싶었다.


남편이 아무리 우리 엄마 아빠를 '어머님' '아버님'이라고 불러도, 그의 친구들과 모인 자리에서 우리 부모님을 지칭할때는 '장모님이 그러셨거든' '장인어른이 이러셔서'이라고 지칭하니 그것은 조금 쉬워보였다. 근데 내가 어디 가서 "저희 어머님이" "저희 아버님이"라고 하면 아 그것은 누구인가 너무 멀고도 높은 어떠한 존재를 내 입에 감히 올리는 이 기분 - 이런 느낌이 들어서 어쩐지 표현하지 않은 것 같다.


그 다음 고민한 부분은, 그럼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혹시 내가 속이 좁아서 그러는 것인가? 내가 은연 중에 시댁에서의 내 포지션이 낮은 존재라는 여러 사건들과 말들로 인해 시댁에서의 자존감이 낮은가. 그래서 높여 부르는 것을 못견뎌하는 것인가? 아니면, 내가 시댁을 무시하는 것인가? 시댁 어른들을 가족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다니는 꼴일까? 가족으로는 생각하는데. 그냥 나의 가족이라기보단 His 가족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어서 그렇지. 흠. 그냥 내가 엄마아빠를 친구처럼 생각하는 집에서 자라서 그럴 수도 있지. 아님 어려서 외국에서 자라며 친구 부모님의 이름을 부르며 자라서, 외국에서 일하며 회사 파트너의 이름을 툭툭 부르면서 지내서? 어른에 대한 전반적인 공경심 부족인가? 내가 어르신들을 얼마나 좋아하는데! 아니면 His mom, Her family라고 지칭하며 결혼 생활을 하는 친구들을 여전히 보며 지내서, 아니면 그냥 버릇이 없게 자라서? 흠. 친절할 뿐이지, 혹시 내가 어른들을 충분히 존경하고 존중해드리지 못하는 것일까? 아니면, 명절 즈음이면 종종 올라오는 기사들처럼, 이제는 고쳐야하는 옛날의 관습들인건가? 그래서 나는 신세대 며느리로서 그냥 이러한 것이 조금 낯선 젊은이인 것일까?




나는 사실 이 부분에서 아직 답을 내리지 못했다. 모든 설명이 조금씩 타당하게 생각되었고, 보통 이 정도 많은 이유들이 생각나면, 그냥 답은 아직 모르겠을 때가 많다.


일이 일찍 끝나 여유로운 금요일 밤, 남편은 친구들과의 약속이 있고 혼자 강아지를 끌어안고 노래를 들으며 충분히 생각해보지 않은 어떠한 것들에 대해 고민해보다가, 이 '지칭'에 대한 고민도 오랜만에 하게 되었다. 답을 좀 찾아볼까 하다가 그냥 금요일 저녁이 지나가버렸다.


(마음 속으로 외친다) 아, 오빠네 엄마 아빠 생각하다가 저녁이 다 갔어.


조금 더 고민해보겠지만, 결론은 사실 이것 같다.


Afterall, they are his mom and dad!


그러니 그냥 그렇게 말이 나올 수도 있는 거라 생각해주시면 안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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