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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준형 Sep 27. 2018

디자인 리서치에 대한 짧은 생각

'그래서 어쩌라고?'를 만들지 않기 위하여.

(TMI 주의) 나의 근황.


이직한 회사에 적응하고 나의 업무를 파악하는데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에,
또 원래 '경험하지 않은 것'에 대해 쓰지 않겠다는 나의 의지 때문에

마지막 글 이후로 새 글을 쓰겠다고 마음먹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Spotify의 디자인 리서치.


최근에(글을 쓰기 시작한 시점을 기준으로) 한 모임에 다녀왔다.  Spotify의 User Researcher로 일하고 계신 백혜원 님의 발표였는데, Spotify는 어떻게 사용자 리서치를 하는지에 대해 엿볼 수 있는 자리였다. 최근 음악을 주제로 한 리서치 프로젝트에서 행동의 인과관계를 도출하는데 애를 먹어서 이번 발표를 통해 Spotify는 나와 유사한 어려움을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근데 뭔가 없었다. 그냥 우리가 늘 하는 리서치들을 하고 있다. 음악 감상하는 사람들의 뇌파를 측정하는 것도 아니고 엄청나게 복잡한 구조식 모형을 짜고 대규모 설문을 하고 있지도 않다. 그냥 찾아가서 물어보고 확인하는 것 그것이 전부였다. 나는(우리는) 비슷한 것을 하면서 왜 이렇게 다른 결과를 만들어낼까? 그 답을 Spotify의 조직구조에서 엿볼 수 있었다. 


좋은 디자인 리서치와 조직구조


우선 나름대로 좋은 디자인 리서치라는 것의 정의를 내리면, 첫째, 팀원들에게 인사이트를 주고 디자인 의사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데이터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추상적인 이야기보다 아주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조언 같은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 좋다. 리서치 결과만으로 예를 들자면, '사람들은 자기표현의 도구로써 프로필 사진을 사용한다.'보다는 '다운로드 이용권으로 전환 가입한 사람들 중 40%는 그 달에 비행기 티켓을 끊은 사람이다.'라는 결과가 팀원들에게 더 많은 인사이트를 줄 수 있다. 


이러한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먼저 리서치를 의뢰한 사람들부터 심도 깊게 인터뷰해야 하는데, Spotify의 작은 조직구조는 이런 과정을 각 역할자들이 밀착하여 반복, 진행할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스쿼드 자체가 각 모듈의 의사결정 권한을 가지고 있기에 아주 구체적인 가설 수립과 세밀한 결과 분석을 가능하게 한다. 거기다, DA로 불리는 양적 데이터 담당자가 디자인 리서치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어 단순히 머릿속에서 맴도는 각자의 가설이 아닌 실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유효한 가설을 세우는데 큰 역할을 수행한다. 


둘째, 리서치 의뢰자들이 결과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리서치가 좋은 디자인 리서치이다. Frog의 Jan Chipchase가 한 말처럼, 무엇보다 신빙성 있고 출처가 명확한 데이터는 본인이 보고 들은 경험이다. Spotify처럼 작은 조직에서는 리서치 과정을 모든 팀원들이 쉽게 관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본인의 생각도 섞기 쉽다. 따라서 결과에 대해 더 풍부한 크리틱이 가능하고 그것이 또 다른 리서치 과제로 이어지고.. 이 과정이 반복되면 팀 내 문제의식과 지향점이 같아지는 효과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Spotify가 작은 조직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 작은 조직에서 만들어낸 결과가 프로덕트에 실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작은 조직이기에 리서치 규모도 상대적으로 작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그 작은 결과가 제품에 반영되고 그 결과를 가지고 실패와 성공을 명확하게 분석할 수 있고(그것이 개인이 아닌 팀의 책임이 되고) '지속적인 실패의 배제'를 통해 더 나은 제품을 만드는 밑거름이 될 수 있기에, 우리의 리서치 결과물은 충분히 유용한 결과물이 되는 것이다. 


마치며. 

물론 작은 조직에서의 작은 리서치가 전가의 보도는 아니다. 규모 있는 리서치를 기반으로 앞으로 제품의 방향성을 이야기하고 시장 상황과 잠재고객의 니즈를 파악하는 소위 Generative Research도 더 좋은 제품을 만드는데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그러나 그 과정은 전문 리서쳐들에게 맡겨두고, 본인이 한 제품을 담당하고 있는 디자이너라면 팀원들의 공감을 기반으로 지금보다 작게, 더 자주 리서치를 진행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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