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육아일기
어릴 적, 무엇이 필요하다 하여 엄마에게 말하면.
그 때마다 "들의 꽃도 입히시고..." 라는 대답만 족히 들었다. 덧붙여 부유하지는 않아도 우리, 부족한 삶은 아니라고 늘 말했다. 내게 부족하지 않은 엄마와 그 엄마를 부족하지 않게 해주시는 하나님을 부정하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인정하는 것도 아니었다.
사춘기 무렵 참고서 한권도 쉽게 사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을 때 엄마는 몰래 동네 결식 아동들을 돕고 있었다. 어쩌다 들켜버렸을까, 몰랐다면 지금도 그 때일을 두고 엄마에게 쉰소리를 할 텐데. 이후로 내 삶은 그냥그렇게 진지해 져버렸다, 한 글자 한글자 허투루 읽는 법이 없이 꼭꼭 씹어 삼켰다.
"철을 따라 꼴을 먹여 주시니 내게 부족함 전혀 없어라."
대신 조건이 있다,
계절이 바뀜(과 같은 것들)에 감사해야 하고
부족한 것들에 불평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
어렵지, 어려운 일이지. 그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