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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현 Jul 31. 2022

비오기 전날에요, 그때 만나요.

한 아이가 오더니 분필로 그림을 그린다. 


은수는 신기해하며 그 옆에서 서성거렸다. 


아이(언니)는 분필을 선뜻 내어주며 너도 해봐, 


하나남은 붕어빵을 건네며 고맙단 인사를 대신했다. 


그림을 잘그리는구나, 아저씨는 똥손인데.


(오른쪽 밑 내그림) 


오늘밖에 그릴 시간이 없어요, 라고 대답했다. 


왜지? 


오늘 밤에 비가 오거든요, 경비아저씨한테 혼나지 않으려면


오늘 밖에 없어요. 집에 분필 많아요, 언제든 빌려드릴게요. 


비오기 전날에요, 그때 만나요. 


그리고, 


엄마는 미술학원에 안보내줘요. 난 그리고 싶은게 많은데


이렇게라도 그리는 게 좋아요. 라고 덧붙였다. 


좋아하는 거면 꼭 학원 가지 않아도 돼, 라고 얘기하려던 


것을 꾹 참았다. 모르는 아저씨가 모르는 소리하네, 하고 


실망할까봐서. 음악이면 좀 알려줄 수도 있는데 보다시피


똥손이라, 속엣말로 중얼거렸다. 


에잇, 그런 얘기 하지말지 그랬냐. 미술학원 같은거, 


하고 싶은데 못하는 거에 관한 이야기. 


나도 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 말이다. 


빗방울이 하나 둘 이마에 떨어졌다. 


작별인사는 하지 않았다. 그 때 만날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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