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이가 오더니 분필로 그림을 그린다.
은수는 신기해하며 그 옆에서 서성거렸다.
아이(언니)는 분필을 선뜻 내어주며 너도 해봐,
하나남은 붕어빵을 건네며 고맙단 인사를 대신했다.
그림을 잘그리는구나, 아저씨는 똥손인데.
(오른쪽 밑 내그림)
오늘밖에 그릴 시간이 없어요, 라고 대답했다.
왜지?
오늘 밤에 비가 오거든요, 경비아저씨한테 혼나지 않으려면
오늘 밖에 없어요. 집에 분필 많아요, 언제든 빌려드릴게요.
비오기 전날에요, 그때 만나요.
그리고,
엄마는 미술학원에 안보내줘요. 난 그리고 싶은게 많은데
이렇게라도 그리는 게 좋아요. 라고 덧붙였다.
좋아하는 거면 꼭 학원 가지 않아도 돼, 라고 얘기하려던
것을 꾹 참았다. 모르는 아저씨가 모르는 소리하네, 하고
실망할까봐서. 음악이면 좀 알려줄 수도 있는데 보다시피
똥손이라, 속엣말로 중얼거렸다.
에잇, 그런 얘기 하지말지 그랬냐. 미술학원 같은거,
하고 싶은데 못하는 거에 관한 이야기.
나도 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 말이다.
빗방울이 하나 둘 이마에 떨어졌다.
작별인사는 하지 않았다. 그 때 만날 것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