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사에게
어째서 나는
금새 뜨거워지고
금새 식어버릴까?
이런 내가
쓸모 없게 느껴져서
불만이었는데
너는
바로 그런 이유로
나를 선택했대
재료를 잘 익혀
맛있는 요리를 하는 데
내가 꼭 필요하대
너는 너로
나는 나로
함께 할 수 있다니
감사한 일이야
이제는
뜨거워도 괜찮아
금방 식어도 괜찮아
그게 내 모습이니까
너의 손에 쓰일 수 있어 다행이다.
삶은 저마다의 쓰임을 알게 되는 과정이 아닐까? 나 자신이 쓸모가 없는 것 같다고 여길 때가 많았는데, 어떻게든 주어진 역할을 찾고 만들기도 하면서 살아지는 것 같다. 정해진 것은 하나도 없으며 모든 것은 변하지만, 나로서 살아 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세상에 태어났다는 건, 이미 세상이 나를 쓴다는 의미일지도 모른다.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 그대로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