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나답게 하는 것
“나는 누구일까?”
- 나는 나지.
나는 이 단순한 대답에 울컥한다.
어린 시절부터 ‘나’에 대해 생각하면 막연하게 공허함이 많이 느껴졌었다. 자신이 없으니, 고유한 내 생각을 표현하는 일도 참 어려웠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상대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는 두려움이 강했기 때문이다. 누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내가 나를 질책하고 억누르는 일이 많았다.
구멍이 없는 사람은 없으며, 그 자체로 소중한 존재들임에도 불구하고 나의 구멍을 견디지 못하는 편이었다. 스스로 구멍이 없는 사람이었으면 했으니까 좌절도 많을 수밖에.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우울증이 전신 통증으로 나타나서 ‘우울장애’와 ‘신체형 통증장애’를 진단받기도 했다. 다른 사람보다 몸이 약한 것도, 눈물이 많은 것도 정도가 지나치면 ‘장애’가 된다. 휴직기에 주변에서 추천해주는 치료는 대부분 시도해 보았다. 시간이 필요했을 뿐, 나는 다시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여전히 체력이 약해서 다른 사람들보다 힘은 더 들지만, 출근조차 어려웠던 때를 생각하면 모든 것이 감사하지 않을 수가 없다.
감정에 북받치면 어디서든 눈물이 흘러넘쳐 버리는 탓에, 나에게나 사람들에게나 나의 감정 기복은 큰 불편함이었다. 더불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걱정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래서 늘 울음을 삼키려고 애쓰며 살아왔지만 그럴수록 눈물은 더 쏟아졌다.
인정하기 싫어도 모든 것이 그대로 '나'였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일 수 있게 된 지금은 오히려 눈물이 줄었다. 이제 나의 구멍이 싫지 않다.
특히 마음수련 명상으로 나를 돌아보고 비우면서 나를 받아들일 용기가 생겼던 터라, 브런치에 명상 일기를 쓰기 시작했었다. 그리고 몇 해 전 브런치에 썼던 글 <단추>를 랜선 작사 클래스를 통해서 노래로 만들게 되었다. ‘단추’는 빈틈 투성이인 나를 비유한 소재이다. 나의 구멍 때문에 내가 쓸모없게 느껴졌었지만, 그 구멍 덕분에 ‘옷’이라는 커다란 의미로 함께 할 수 있었음을 깨닫고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된 이야기를 담았다.
글이 노래가 되기까지, 써온 글을 읽고 서로의 글에 대해 느낌과 생각을 나누는 과정이 여러 차례 있었다. 있는 그대로를 존중하며 함께 하는 시간이라서, 코로나 19로 인해 힘든 와중에 힐링과 충전이 되었다. 클래스의 다른 선생님들이 저마다의 ‘구멍’들을 꺼내 주시기도 했다. 그 순간들의 느낌을 기억하며 피드백을 나눈 덕분에 다듬고 다듬어 나다운 노래 한 곡이 완성될 수 있었다.
내가 나다울 수 있을 때 행복하다는 것을 실감한다. 그리고 나를 나답게 하는 데는 ‘받아들임’이 필요했다. '받아들임'은 어떤 것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일이기도 하다. 나 자신에 대한 '받아들임', 그리고 타인으로부터의 '받아들임'이 모두 중요하다. 나를 받아들일 수 있어야 타인을 받아들일 수 있으며, 타인으로부터 받아들여지는 경험을 해야 나 자신을 받아들일 수도 있다.
내가 나답게 사는 일은, 아이들을 위한 것이기도 했다. 부모가, 교사가, 어른들이 행복해야 아이들이 행복할 수 있다. 우리 모두를 위해서, 나 자신의 다름과 타인의 다름을 자연스레 받아들이며 누구나 나답게 행복한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가야겠지.
부정하고 싶었던 나를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자, 단점이 장점이 되는 경험을 할 수도 있었다. 나는 사람들의 감정 변화를 민감하게 알아차리고, 속상함을 느끼는 사람이 있으면 내가 눈물이 나서 함께 울기도 한다. 감정의 전이를 심하게 느끼는 만큼 더 힘들 때도 있었지만, 이 부분은 다른 사람의 감정에 공감하고 마음을 다독이는 데 도움이 되었다.
서로의 다름을 받아들이며 함께 행복할 때, 나의 행복도 더 커지는 것을 느끼곤 한다. 진심으로 당신이 행복했으면 하는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