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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y Jo Nov 28. 2023

워라밸과 하고 싶은 일의 경계

진짜 내가 좋아하는 일은?


아주 오랜만에 구인구직 사이트를 둘러보다가, '워라밸' 태그가 생겨서 아예 그걸 기준으로도 각종 공고가 큐레이션이 되는 것을 보았다. 돌이켜보면 과거에 일자리를 구하고 또 이직하기를 반복했던 수많은 탐색과 선택의 과정 속에서, 내 마음속에는 딱 한 가지의 보이지 않는 조건 태그가 있었다. 바로 이 많은 공고들 중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없을 것이다'라는 전제였다.


그 선을 딱 그어놓은 상태로 '일'이란 것을 대하다 보니, 일과 나의 사생활, 즉 삶이 분리되기를 바랐던 것이다. 왜냐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려면 먼저 거기에 해당되지 않는 '회사에서의 일'을 특정 시간 너머에 가둬놓아야만 가능했기 때문이다. 원하는 시간에 퇴근을 해야만 취미든 공부든 무언가 다른 일을 도모할 수 있을 테니까.


그리고 내 경우에는 원래 예술 분야에서 작품 활동을 하다가 생계 문제로 회사에 다니기 시작했던 것이어서, 그러한 모종의 거부감, 혹은 피해의식이 나도 모르게 불필요한 간극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일과 삶이 마치 다른 대륙이라도 되는 양, 그렇게.



그런데 많은 책들과 미디어를 통해 이 간극을 뛰어넘은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이러한 이분법은 애초부터 성립될 수 없는 것이라고 하나같이 이야기를 하고 있다. 특히, 토니 로빈스는 그의 인터뷰에서 워라밸과 관련한 질문을 받으면 딱 한 마디로 일축한다. '그야말로 뭣 같은 소리! 세상에 워라밸 같은 건 없다'라고.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큰 성공을 이룬 사람들에게서는 사실 '워라밸'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시도 때도 없이 일을 하고 있는 모습을 많이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그 일을 밤낮없이 하고 있는 자기 자신을, 그 상태 자체를 좋아한다. 그렇게 평생에 걸쳐 몰입을 하니 일손이 필요할 때마다 그 일을 대신해 줄 사람들이 자성에 이끌리듯 모이게 되고, 그렇게 얻은 또 다른 시간으로 또 더 큰 세부 목표를 이루기 위해 전진한다. 그리고 그 사이클은 마지막 숨을 내쉬기까지 끝나지 않는다.


내가 생각하는 나는 어떤 사람인가? 그리고 진짜 내가 좋아하는 일은 무엇인가?


돈을 안 받고도 내가 이미 어떻게든 계속 해내고 있고, 그걸 하는 게 (심리적으로) 하나도 힘들지 않은 일. 그게 바로 내가 좋아하는 일일 것이다.


물론 큰 좌절과 실패를 겪고 손끝 하나 움직일 힘이 없는 정체된 기간도 우리 인생에 몇 번이고 찾아온다. 그때는 생각 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런데 그 기간 동안에 한 그 작은 생각 한 줄기가, 이제까지 이어져온 인생의 모든 판도를 뒤집는 열쇠가 되기도 한다.


워라밸이라는 단어가 세상에 있었다는 사실조차 잊을 만큼,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인생을 통틀어 이루고 싶은 원대한 비전) 그리고 그것에 가까워지기 위해, 내가 눈만 뜨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비전을 이루기 위한 세부 목표)


내가 내린 결론은 글이다. 눈만 뜨면, 쉴 새 없이 무언가를 써 내려간다. 정리가 되건 되지 않건, 올 연말까지는 글을 동력으로 무엇이건 해보려고 한다. 어쨌든 글을 쓰는 건 언제나 내가 좋아했던 일이고, 앞으로도 쉼 없이 할 수 있는 일이니까.


이 여정이 어디까지 이어질지는, 아직까지는 나도 모르겠다. 

다만 오늘도, 내일도 쉼 없이 쏟아져 나오는 단상을 그저 기록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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