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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y Jo Jan 06. 2024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게 되기 전에라도

평온에 대한 환희


무소식이 희소식이란 그 낡은 말이 가슴을 치듯 울리는 순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가깝던 지인들에게 갑작스런 큰일이 닥치면 정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그저 평온하기만을 바라게 된다.

작년 한 해는 정초부터 중환자실은 물론 병원에 들락거릴 일이 많았었는데 올해는 무탈한 순한 맛 일상들이 이어지고 있음에 괜스레 감사한 마음이 든다.

밀쳐두었던 책장을 다시 넘기자, 주옥같은 말들이 쏟아진다.


​생각해 보면 우리의 삶, 또는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삶에서 이렇게 큰 사건이 터진 후에야 비로소 세상에 대한 균형감을 얻게 된다는 것이 정말 안타깝다.

그런 균형감을 항상 지니고 있을 수 있다고 상상해 보라.

우리가 항상, 모든 것이 순조롭고 건강한 시기에도 삶의 진정한 우선순위를 외면하지 않을 수 있다면 어떨까.

평상시에 사랑하는 이들을 대할 때도 그들이 위중한 상태에 있을 때 했던 것만큼 관심을 기울여줄 수 있다면, 이미 우리 안에 있는 그 사랑을 때를 가리지 않고 항상 쏟아낼 준비가 되어 있다면, 매 순간의 삶을 고마움과 친절함으로 대할 수 있다면, 그러면 어떨까.

- 매트 헤이그 <불안의 밤에 고하는 말> 중


아무 일도 없었기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게 되기 전에라도 평온에 대한 환희를 느낄 수 있다면.

책이 내 등을 떠밀지 않아도 무탈한 하루에 새삼 감사할 수 있다면.



그런 매일을 이어가기 위해, 오늘 문득 수면 위로 고개를 내민 감정 부표를 기록의 밧줄로 촘촘히 매어 둔다.

얼토당토않는 장난에도 핀잔이 아닌 사랑을 표현하는 것부터, 조금씩 해봐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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