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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y Jo Apr 24. 2024

새로운 차원의 스타트업 인사 폭력을 겪고

입사 직전 워크샵에 불러 연봉 1700만 원 삭감 통보한 신사동 스타트업


*네이버 블로그 마인드 브루어리에 4월 14일 게재한 전문을 브런치에도 공유합니다.

*연락 주시는 기자님들 인터뷰에 모두 응하고 있습니다. 중소벤처 & 사회부 담당 기자님들 환영합니다.




 정확히 말하면 스타트업이 아닌 중소기업, 영어 이름이 있어도 'OO 이사님'이라고 지칭하는 어떤 기업에 입사하기 직전 겪은 일이다.

 3월 8일부터 사전 질문 및 2회의 면접을 거쳐 4월 3일 사측에서 제시한 연봉 제안 수락 후 워크샵 사전 참석 요청을 받았다.

 이어서 4월 9일 최종 합격 메일과 오퍼레터를 받았고, 16일까지 관련 서류를 제출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상태에서 4월 11-12일 워크샵에 참여했다.



 그런데 운영 총괄 임원 한 명과 인사 담당 임원이 12일 워크샵이 끝나자마자 팀원들이 탄 대절 버스를 먼저 보내고 식당에 남으라고 하더니, 갑자기 회사 예산이 없어 연봉 1700만 원을 삭감해야 한다고 일방적인 통보를 해왔다.

 신설 팀 예산이 없다는 핑계였다. 불과 며칠 전, 최종 합격 의사결정을 하기 이전에는 있던 예산이 갑자기 없어졌을 리 만무하다. (그리고 직원 연봉과 마케팅 예산이 무슨 관련이 있다는 말인가?)

 내 쪽에선 이미 전 직장 퇴사가 결정되고, 22일 입사 및 온보딩을 준비하던 중이었다. 게다가 최종 면접 때 대표가 직접 본인이 18일에 해외 법인으로 출국하니 그 이전에 조인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했던 상황이었다.

 결국 이들은 내게 팀원들 얼굴을 보게 하고 친해진 뒤에 어떻게든 연봉을 후려칠 생각이었던 것. 그것도 아니라면 이런 수치스러운 상황에서 네가 포기하지 않고 배기겠냐는 의도로밖에 해석이 안 된다.

 또한, 이번에 새로 영입한다는 C 레벨과 내 업무 영역이 겹쳐서 비용을 아끼기 위해 급작스럽게 내린 결정으로 보인다.

 워크샵에서 인사를 나눈 해당 임원은 공교롭게도 같은 대학 후배였고, 나에게는 자기도 아직 조인할지 말지 결정을 안 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결국 일방적인 통보 및 삭감 종용 후 귀갓길에 1700만 원이 깎인 오퍼레터를 다시 보내왔다.

 살면서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너무 황망하고, 특히 인사팀 헤드라는 사람의 안일한 대응에 모멸감을 느꼈다.

 이미 퇴사가 결정된 전 직장과 잘 다시 이야기를 해보라는 워딩, 그리고 (말도 안 되는 조건으로라도 당장은 다녀야 할 수도 있는 나의 현 상황에 대해) 통보한 조건으로 오더라도 사측 또한 불편할 것 같다는 표현은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커뮤니케이션이다.

 문제의 인사 담당 헤드는 워크샵 장소에서 고기를 얻어먹기 위해 기웃거리는 길고양이들에게 지속적으로 소리를 지르고 쫓아내며 ‘나는 쟤네들이 너무 싫어!’라고 거듭 혐오 발언을 하던 사람이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속으로 식겁했다.)

 면접 과정에서는 얼굴 한 번 보지 못했던 사람인데, 식사 자리 바로 맞은편에 내가 있는데도 나를 제외한 옆 테이블, 옆 옆 테이블 팀원들과만 이야기를 주도하는 모습에 적지 않게 당황했다.


 떠나간 버스에서 빼온 내 짐을 두고, 예약이 꽉 차서 추가 이용은 안 된다는 백숙집 룸에 굳이굳이 다시 들어가 전달한 사측 의견의 골자는 1. 워크샵 이틀에 대한 17만 원의 참가 비용을 면접비에서 할애해서 주겠다는 것과 2. 연봉 1700만 원 삭감이 필요하다는 것, 3. 버스가 이미 떠났으니 택시비 5만 원을 주겠다는 내용이었다. (여담이지만 남양주에서 청라까지 5만 원은 턱도 없다.)

 듣도 보도 못한 폭력적인 인사 통보 방식에 경황이 없어, 겨우 ‘생각해 보겠다’는 의견 정도를 피력하고 상황은 종료되었다.

 어딘지도 모르는 식당 근처 어느 빌라 차고지 앞에서, 당황스러움에 눈물이 먼저 흘렀다. 생각이 정리가 안 되어 남양주 어느 바이크 카페에 들러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켰다.

 아무리 다시 생각을 해 보아도, 이건 해외에서 석사를 마치고 2013년부터 뒤늦게 커리어를 시작한 이래 듣도 보도 못한 방식의 인사 폭압이었다. 자리에 앉아 해당 조건으로는 일할 수 없다는 거절 메일을 보냈지만, 이건 사측에서 조성한 특수한 상황과 압력에 의한 일방적 입사 취소에 해당한다.

 앞으로 어떤 지원자에게도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며, 나에게도 평생 가져갈 상처가 된 것 또한 분명하다.


 알아서 나가달라는 말을 우회하기 위해 이틀 동안 다시 만나지도 못할 팀원들과 단합 게임을 하게 하고, 새벽까지 술을 마시며 진솔한 담소를 나누게 하고, 딸기 농장에서 딸기를 따게 했다는 말인가?

 상상을 초월하는 스타트업 인사 폭력을 겪고, 위의 정황에 대해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넣었다. 이제 처분은 그쪽에서 할 일이다.

 물론 횡령이나 성희롱 같은 사안은 아니기에 가벼운 조사로 끝날지도 모른다.

 다만 이렇게 쉽게 뒤집었다 엎었다, 최종 합격자에게 모든 팀원과 면을 트게 한 후 처우를 함부로 하는 조직에 대해서는 겪은 바가 없으며, 다른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나에게 일어난 시간적, 금전적 손실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를 진행하거나, 적어도 이런 식의 악질 고용 수법에 대한 제재가 들어갔으면 하는 마음이다.


워크샵에서 딴 1700만 원짜리 딸기


 대졸 초봉 수준의 연봉 삭감을 요구하면서, 안 들어올 거면 나가라는 식으로 일관하는 신사동 소재 악질 스타트업.

 신고를 해놓기는 했지만, 다음에는 얼마나 더 상식 밖으로 대응을 해올까 벌써부터 스트레스가 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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