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느루양 Apr 17. 2024

슬픔은 머리가 아니라 몸 안에 있다

4월 16일이었으므로


4월 16일이었으므로, 


평소같은 하루를 보내면서 인터넷에서, 오며가며 보이는 TV에서 나오는 세월호 소식들, 기억식 중계, 커뮤니티의 사람들의 글과 말들을 관심있게, 하지만 담담하게 봤다. 누군가 전화로 세월호 언제까지… 라는 말에도, 모르는 조상님 제사도 평생 지내는 유교국가에서 그게 무슨 말이냐며, 함께 잃은 사람들을 위해 평생 위로하고 복을 빌며 사는게 당연하지 않느냐고 말할 때도 아무렇지 않았다. 


오전오후 수업듣고, 전화와 문자로 업무를 처리하고, 잠깐 운동하는- 여느 날과 다름없는 일상이었는데 러닝머신에서 내려오는 그 순간, 뜻밖의 순간에 눈물을 쏟아버렸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슬프다고 느낄 새도 없이. 어떤 슬픔은 내 몸의 장기처럼 내 몸 어딘가에 들어와 있구나. 이 슬픔이 몸 어디에 자리 잡고 있었는지 오늘 발견했다. 


1박2일 진도 출장을 마치고 밤늦게 돌아온 남편과 이틀간 각자의 자리에서 보고 듣고 먹고 느낀 것들을 나누다가 오늘 겪은 일에 대해 얘기했다. 가까이 본 남편은 마음이 오죽했으려나 싶었는데, 남편은 슬픔은 참는 게 아니라 곁에 두는 거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오늘도 배 위에서 오열하는 부모님을 촬영하다가 ‘오늘밤 꿈에는 제발 나와줘’라는 말에 눈물을 참을 수 없었는데, 아이캡에 닿은 눈은 멀쩡했고 촬영하지 않고 있는 한쪽 눈에서만 눈물이 흘러 되려 당황스러웠다는 얘기. 우리는 종종 뇌가 몸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럴 때 보면 몸은 뇌가 아니라는 걸 깨닫는다. 심지어 왼쪽과 오른쪽 눈 마저도 이렇게나 제각각 반응하는 걸. 


출처: 한겨레 (https://www.hani.co.kr/arti/area/capital/1136906.html)


작가의 이전글 피자는 빵과 치즈맛, 토핑은 도울 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