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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na Jung Sep 03. 2016

중동 생활 7년차 싱글 여성의 넋두리 Episode 4

Stay fit in Body and Soul

S사 휴대폰은 알람을 20개까지 설정할수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이 몇명이나 될까? 3분마다 알람을 반복하는 스누즈 기능이 있는데도 랜덤한 숫자 단위로 20개의 알람을 새벽 5시 45분부터 아침 7시 15분까지 맞춰놓는 사람이 바로 ‘나’다.

새벽 일찍 일어나는 일이 여전히 힘들지만 3년째 꾸준히 평일 2회, 주말 이틀 아침에 운동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 3년동안 ‘아침형 인간’ 성향은 타고나야하는 기본 탑재이지, 혼자 죽어라 노력한다고 몸에 기본 내장 옵션이 되지 않는 다는 것도 깨달았다.

내가 이렇게 운동을 열심히 하며 살게 된데는 두바이로의 이주가 가장 큰 이유이다. “왜 두바이에서 운동에 꽂혔는지” 의아하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적어도 내가 만나본, 겨울철 두바이에 방문한 경험이 없는 사람) “한 여름에 50도씩 기온이 올라가고, 무슬림 국가에서의 땀을 흘리며 운동하는 행위 자체가 그리 반기는 분위기는 아닐거같은데 운동이라니!”라고 생각할테니 말이다.


사실 알면 알수록 두바이만큼 완벽한 야외활동을 위한 날씨 조건을 가진 곳도 드물다. 많은 사람들이 중동 국가는 무조건 1년 내내 50도의 더위일 거라는 막연한 오해를 하지만 사실 두바이는 6월에서 9월 사이 4개월 정도의 무더위와 습기 가득한 기간만 지나면 년중 8개월은 ‘날씨만 따지자면’ 그야말로 파라다이스라 할만 하다. 짧은 운동복 차림으로 바닷가를 조깅하기에도, 아침 저녁 없이 바닷가에서 수영을 할수도 있고, 비가 자주 오지 않다 보니 골프며 테니스를 치기에도 완벽한 날씨가 매일 지속된다.


그렇지만 ‘날씨가 좋아서’ 운동을 열심히 한다는 말은 진짜 열심히 운동하는 이유의 반도 대변하지 못한다.

두바이 인구는 대부분 이주민으로 구성되어 있어 그 어느 도시보다도 사람들의 들고남이 잦다 보니 학교나 회사에서 자연스럽게 만나고 친해지며 인간관계가 형성되기 어려운 곳이다. 그러다 보니 처음 정착한 낯선 도시에서 인적 네트워크를 하루라도 빨리 형성하기 위해서는 ‘외모 경쟁력’이 상당히 도움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두바이 유입 인구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레바논이나 이란 출신의 사람들처럼(절대 특정 국적에 대한 부정적 언급이 아니다) 외모를 꾸미는데 시간과 돈 투자를 아끼지 않는 성향이 도시 문화에 끼치는 영향도 무시할수 없다.

또한 이주 문화라는 특성상 가족 단위보다는 결혼하지 않은 젊은 총각, 처자들의 비율이 높고 미혼의 이성이 모인 자리에서 외모가 주는 중요성이란 두번 말해 뭐하겠는가.

그러다보니 중동, 유럽의 우성 유전자에 뒤지는(?) 나는 그나마 운동이라도 열심히 해야하는 참으로 못난, 말하기 부끄러운 이유로 그렇게 열심히 사는 지도 모르겠다.(애석하게도 일반적 미의 기준에 키 크고, 눈 크고, 코 크고, 다리 길고의 조건을 아시아 유전자가 따라가기에는 분명 평균적 한계가 있지 않은가?)


이런 이유로 혹은 분위기로 운동하는 건강한 삶에 대한 은근한 사회적 압박이 존재하고,(이건 대한민국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몸은 건강해 보일 지언정 가끔 너무 외모에 집착하는건 아닌지, 이렇게까지 스스로에게 혹독해야하는지에 대한 회의감이 잠시 들기도 한다.

그 이유가 어떻든지간에 ‘운동을 권장하는 사회’ 분위기는 분명 긍정적이지만, 신체 건강만큼이나 ‘마음의 건강을 권장하는 사회’로 두바이도 점점 변화하는 그날을 기대해 본다.(물론 내 Mental 먼저 바뀌어야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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