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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잌 Jan 29. 2024

어떤 일을, 얼마나, 왜 해야 할까요?

일하지 않은 자 먹지도 말라고? 왜?

여러분에게 일은 어떤 의미인가요?


커리어 고민은 나이에 관계없이 누구나 하게 마련이죠. 일이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고민이 되는 건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이 고민은 ‘어떤 일을 할 것인가 ‘ ’ 어떻게 일할 것인가 ‘를 거쳐 ‘언제까지 일할 것인가', ‘왜 일을 하나’로 질문을 조금씩 바꿔가며 언제나 저를 따라다녔습니다. 


그러다 일을 조금 색다른 관점에 바라보게 된 계기가 있었는데요, 바로 작년에 읽은 책 한 권 때문이었어요.


‘우리는 왜 이렇게 오래, 열심히 일하는가?(원제: The Problem with Work)'
- 케이시 웍스 지음, 제현주 옮김, 동녘


이 책에는 다양한 개념들이 등장하지만, 개인적으로 와닿았던 구절을 몇 가지 공유할까 합니다.


“일의 문제는 일이 너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독식한다는 데만 있지 않다. 문제는 일이 사회적, 정치적 상상을 장악하고 있다는 데까지 미친다.”


“일을 중심에 둔 삶 이외의 모습에 대해 별 기억도 없고 상상도 없다면, 어째서 지금처럼 일하는지, 일이 아니라면 다른 무엇을 하고 싶은지 생각할 이유도 별로 없기 때문이다.”


저는 일을 좋아하고 일에 매진하며 지낸 기간이 길어요. 저의 모든 생산적인 에너지는 일을 하는 데에 기꺼이 활용했고, 일 밖에서의 저는 소비하는 사람이었죠. 책에서 언급한 것처럼 저는 ‘일을 중심에 둔 삶 이외의 모습에 대해 별 기억도 없고 상상도 없’는 상태였던 것 같아요.


갭이어를 가지기로 마음을 먹었던 것도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은가?’에 대한 고민을 하기 위해서였지, ‘일 이외의 삶을 어떻게 상상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은 해본 적이 없습니다. '일 이외의 삶'은 '여가' 즉, '남는 시간' 정도로만 치부했던 것 같아요. 일을 하지 않고 있을 때조차 ‘일(하지 않음)’이 제 삶의 중심에 있었던 거죠. 그래서 이 책에서 하고 있는 질문들이 아주 불편했어요.


일의 의미는 단순히 금전적인 것에서 그치지 않아요(하지만, 월급날은 좋습니다). 일은 ’ 자아실현‘과 ’ 성장‘의 도구로 여겨지기도 하지요. 그리고 어차피 해야만 하는 일, 기왕이면 즐겁게 잘할 수 있도록 삶과 연결 짓는 의미를 부여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예요. 하지만, 가치 있는 것을 생산하는 나, 세상과 연결되는 나, 공적인 나를 일 밖에서 어떻게 끌어낼 수 있을지 상상해 보는 노력 역시 일에 대한 고민만큼이나 필요한 것 같아요. 


사회 전반적으로 단순히 ‘주어진 일을 약속한 만큼 해내는 것’을 넘어서 개인으로 하여금 끊임없이 성장하고 나아지기를, 그 성장분을 고스란히 자발적으로 일에 투입하기를 강요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아요.


‘열심히 자기 계발을 하고, 열정을 쏟아부을 수 있는 일을 찾고, 자기 브랜딩을 하고, 자자! 파이팅’을 외치는 사람들이 추앙되는 한편 조용한 퇴사(Quiet Quitting)가 우려할 만한 사회현상처럼 이야기되기도 하고요. 


개인의 삶에서, 그리고 사회적으로 일이 왜 그렇게까지 중요해야 하나요?


일을 통해서 사회에서 나의 위치를 확인하고 ‘쓸모’를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구는 여전히 제 안에 존재해요. 그리고 그것은 경제적으로 나를 부양해야 한다는 실질적인 필요에도 맞닿아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원하는 삶을 일을 빼고서도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일을 하지 않을 때, 저는 좋아하는 책을 읽고, 궁금했던 공간에 가 보고, 문화생활을 하고, 미뤄두었던 운동을 하고 글을 쓰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한편에는 언제나 조금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고요. 일을 하지 않으면서 저는 ‘개인적’이고 ‘소비하는’ 사람에 머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연결되는’ ‘공적인’ ‘에너지를 활용하고 생산하는’ 저를 어떻게 끌어낼지 모르겠더라고요. 저에게는 누군가와 연결되고 싶은 분명한 욕구가 있습니다. 뭔가를 창조해 내고 싶은 마음도 있고요. 그것이 반드시 일을 통해서만 이룰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그걸 해내기까지는 아무래도 시간이 좀 더 필요한 모양입니다. 오늘도 애쓰는 중이고요.


“우리가 지금 노동에서 찾곤 하는 즐거움을 그 밖의 다양한 방식으로 경험할 수도 있으며, 세상에는 우리가 새로이 발견하고 고양하며 누릴 수 있는 다른 즐거움도 있다”


일을 지금 당장 삶에서 제거할 수 없더라도 일하지 않는 나를 상상해 보는 것은 중요해요. 여러분도 한 번 해보시길 바라요. 




* 어디까지를 '일'이라고 부를 것이냐에 따라 위의 글은 다르게 읽힐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임금노동' 혹은 '생계의 주된 수단으로서의 일'을 생각하며 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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