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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알라 Aug 05. 2019

여름밤

20190804

노래 추천: Brockbeats - Drowning sofa


작년에 비해 여름이 너무 짧게 왔다 갔다 서운하게시리. 작년에는 무더위가 한 달 반가량 넘게 유지가 되었는데 올해는 갑자기 미친 듯이 39도까지 찍더니 다음날에 24도로 떨어지는 이상한 경험까지 했다. 무더위는 딱 일주일을 끝으로 짧게 왔다 갔다. 한국에 두 달 동안 머무는 남자 친구와 매일같이 영상 통화를 하면서 서울의 날씨를 간접적으로 접하고 있다. 잠시 집 앞을 나서는 남자 친구의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는 모습이 잦았고, 방 안에서 짧게 영상 통화를 할 때 뒤에서는 선풍기 소리가 꼭 들려왔다. 가끔 한국 여름이 그립기도 하지만 화장을 하는 중에도 손선풍기를 잡고 있었던 기억을 떠올리면 그리웠던 마음이 뚝 사라진다..ㅎㅎㅎ


날씨가 선선해서 그런지 런던의 여름은 참 매력적이다. 해도 길고 기분 탓인지 사람들도 너그러워 보인다. 공원에서 얇은 담요 하나 펼치고 와이트 와인과 과일들을 쟁여와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도 자주 보이고, 가족끼리 자전거 타고 일렬로 가는 모습들도 보이고, 깍지 끼고 산책하는 커플들도 많이 보인다. 런던이 제일 로맨틱한 순간이 아닌가 싶다. 이런 모습들을 자주 보고 느끼고 있으면 두 달 동안 한국에 가 있는 남자 친구가 사실 얄밉다 ㅠㅠㅠ 물론 불가피한 사정이었다는 것을 잘 알기에 대놓고 징징거리지도 못한다. 5주 반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른 체 이제 딱 14 밤만 자면 볼 수 있다. 손꼽아 기다린 만큼 떨어져 있는 시간마저 소중하게 느껴진다. 


그가 유독 더 생각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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