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216
남자친구와 처음으로 조금 오래 떨어져 있었다. 고작 일주일이란 시간이지만, 이틀에 한번 꼴로 보던 우리여서 일주일이 꽤나 길게 느껴졌다. 남자친구의 가장 친한 친구가 영국으로 놀러 와서 둘이서 짧은 유럽 여행을 할 예정이었다.
여행하는 중에도 남자친구는 연락이 잘 되었다. 고요한 밤길에 버스킹 하는 사람의 동영상을 보내주면서 '지금 딱 네가 옆에 있었더라면 너무 좋을 거 같아'라는 예쁜 말도 해줬고,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이나 맛있는 것을 먹을 때면 꼬박꼬박 사진들을 보내주며 나와 함께 실시간으로 공유하기 바빴다. 틈틈이 보내준 셀카 덕에 얼굴 까먹을 새도 없었고 자기 전에 짧게 했던 영상통화들 덕에 일주일이 생각보다 빠르게 지나갔다.
드디어 남자친구가 토요일 저녁에 돌아왔다. 원래 예정대로라면 일요일에 보는데 우리는 하루 앞당겨 보기로 했다. 남자친구는 나와 친구를 위해 맛있는 스테이크를 구워주고 싶어 했다. 지하철 출구로 나오는데 반가운 얼굴이 저 멀리서 미소 지으며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보자마자 포옹을 했다. 이렇게 애틋했던 포옹이 얼마만인지. 내가 필요했던 건 달콤한 말보다 진한 포옹 한 번이 아니었을까 싶다.
우리는 신속하게 장보기 위해 발걸음을 뗐다. "와.. 너랑 걸음 속도 맞으니까 너무 좋다 진짜"라고 남자친구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얘기했다. 친구와 여행을 하면서 걸음 속도가 잘 맞지 않은 게 살짝 아쉬웠다고 했다. 사실 별 거 아니지만, 이런 사소한 부분마저 잘 맞았다 우린. 그러고 보니 우리는 비슷한 점들이 꽤나 많다. 사실 지금도 이 사람을 알아가고 있는 상태라서 비슷한 점들을 더 발견할 거라 의심치 않다.
남자친구가 스테이크를 준비하는 동안 나와 친구는 뒤에서 테이블을 세팅했고 더 도와줄 게 없는지 주위를 어슬렁거렸다. 스테이크는 역시나 너무 맛있게 구워졌고 무심하게 껍질 까놓은 마늘도 적당하게 구워져서 사이드로 딱이었다. 남자친구는 더 맛있는 부위를 구하지 못한 게 미안했는지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친구는 다음 날 오전 비행기로 출국 예정이었다. 우리는 마지막 밤을 최대한 더디게 보내고 싶어 와인 몇 잔을 기울이며 여행 얘기를 나눴고 자정이 되기 전에 집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