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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inja Feb 13. 2018

헬싱키의 회사원이 먹는 점심

핀란드 헬싱키에서 잘 먹고 잘 사는 회사원이 점심을 먹는 회사 구내식당


출근하고 나면 제일 기대되는 시간은 언제!?!?!? 


퇴근 시간!!! 

오늘 퇴근 길. 눈이 오늘도 하루 종일 내렸다. 엘사는 열일 중.

그다음으론?


.

.

.


??????

.

.

.

아마도 점심시간일 거다. 아침밥을 제대로 챙겨 먹기엔 너무나도 바쁜 아침 출근 뒤에 기다려지는 가장 소중한 시간, 나의 배꼽시계 알람을 멈춰주는 빛과 소금 같은 시간, 업무에 열중하느라 타오르는 나의 두뇌를 잠시 쉬게 해줄 금 같은 타이밍, 그리고 내 위와 내 뇌와의 연결고리가...

오케이 알았으니까 거기까지.

암튼 점심시간이다. 



헬싱키에 있는 회사에서 먹는 점심은 어때요?
굉장히 건강에 좋고! 담을 것도 많지만! 국밥이 그리워요.



내가 다니는 회사에는 점심도 먹고 차도 마실 수 있는 공간이 있는데, 쉽게 말해 구내식당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많은 직원들이 있는 회사인 만큼 사내에 여러 개의 구내식당이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나는 오로지 한 곳만, 나의 사무실과 가까운 오로지 한 곳의 구내식당만을 가봤다. 


이 구내식당은 핀란드의 여느 학교에서나 병원 혹은 공공기관이나 회사나 어디에서나 쉽게 만날 수 있는 스타일의 뷔페식 식당으로 주로 샐러드 뷔페 / 메인 음식(따뜻한 음식들) 뷔페 / 디저트 뷔페로 나눠져 있고 디저트와 커피가 포함되느냐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기도 한다. 각 음식의 종류는 매일 바뀌며, 식당 입구에 그 날의 메뉴와 A, V, G, L이 표기되어 있다. A는 알레르기 반응이 있을 수도 있는 제품, G는 글루텐 프리, L은 락토 프리, V는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음식이다. 본인의 체질과 기호, 건강상태에 따라 자유롭게 선택해서 식사할 수 있는 환경이다. 


아래와 같이 더 많은 것들이 각 음식 앞에 적혀 있어서 알파벳만 보고도 피해야 할 음식이 있는 사람들은 쉽게 정보를 얻고 원하는 음식을 골라 담을 수 있다.

(G) Gluten free, (L) Lactose free, (VL) Low lactose, (M) Milk-free, (*) Wellbeing, (Veg) Suitable for vegans, (VS) Contains fresh garlic, (A) Contains allergens  

(출처: http://www.amica.fi/en/restaurants/ravintolat-kaupungeittain/helsinki/rafla/)


점심식사는 11시부터


이곳의 식사는 굉장히 빨리 시작된다. 8시면 출근하는데 11시면 배가 고플 만도 하다. 그래서 이들은 11시에 점심을 먹는다. 너무 빠르지만 사실이다. 좀 늦는 날은 11시 10분…? 늦게 먹고 싶다면 혼자 늦게 먹어도 된다. 하지만 나는 혼밥은 피하고픈 연약한 존재. (feat. 인간은 사회적 동물)


누군가 밥 먹을래..? 밥…? 먹….? 하는 투의 말을 시작하면 너도 나도 미어캣처럼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리고 그때 내가 고개를 돌려 누군가와 눈을 마주치면 Lunch???? 하고 물어본다. 

점..점심????


이 시간을 놓치면 나는 자연스레 점심을 함께 먹는 그룹에서 제외된다. 쟤는 할 일이 있거나, 미팅이 있거나, 우리랑 밥을 안 먹고 싶거나, 뭐 다른 이유가 있거나 어쨌든 초대받지 않은 혹은 초대를 거부한 손님으로 간주된다. 처음에는 열한 시에 사라지는 사람들을 보고 적잖게 당황을 했었다. 다행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첫 출근한 주에는 늘 미팅이 있어서 12시나 1시가 되어서야 미팅한 사람들과 함께 점심을 먹곤 했는데, 그 후 혼자 사무실에 작업을 하던 중에 사람들 한 두 명씩 사라져서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 팀에서 가장 발랄하고 아름다운 분이 내게 다가와 점심을 먹자고 해주어서 그날 이후로 그분이 더 아름다워 보이는 건 우연이 아닐지도 모른다. (천사같이 아름다운 신 분이지만 다음 주에 퇴사하신다. 운명이여.) 출근 시간이 자유로운 것처럼 모두가 이쯤 되어 점심을 먹는 건 아니다. 12시에 먹는 사람도 1시에 먹는 사람도 분명 있다. 음.. 하지만 1시쯤에는 식당이 텅텅 비는 것 같긴 하다.


쟁반을 잡아 들고서 계산을 하기까지

자 이제 먹을 시간이야하앙 (하뚜 하뚜)

내가 식당에 도착해서 밥을 먹기까지의 여정은 다음과 같다. 식당 입구에 도착해 그날의 메뉴를 확인한다. 메뉴는 보통 핀란드어, 스웨덴어, 영어 이렇게 세 가지 언어로 적혀 있다. (참고로 핀란드의 공용어는 핀란드어와 스웨덴어 두 가지 언어다.) 하지만 직접 눈으로 보는 것이 빠르기 때문에 쟁반을 집어 들기 전에 식당을 한 바퀴 돌아 그날의 메뉴 중 가장 맛있어 보이는 것을 탐색한다. 그리고 나선 원하는 바에 줄을 서서 쟁반을 집고 접시와 컵을 받아 올린다. 


여기에서 보통 컵을 두 개 집어 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이건 나도 학교 친구들에게 옮은 요상스러운 버릇인데, 사실 음료 종류가 많아서가 그 이유가 아닐까 한다. 한국에서는 밥 먹을 때 물을 마시거나 식사 중에는 물을 마시지 않기도 하지만 여기에선 좀 다르다. 기본적으로 음료에는 물을 포함해서 우유와 베리 주스가 늘 포함되어 있고 좋은 식당 같은 경우에는 탄산수도 따로 있다.


배식의 순서는 샐러드로 시작된다. 뷔페에서 샐러드를 먼저 배치하면 사람들이 샐러드를 더 많이 담게 된다고 하는데 사실 그렇다기보다는 메인 메뉴를 또 다른 접시에 담아 과식을 하게 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한다. 샐러드는 보통 학교에서는 네 가지 정도였는데, 이곳에서는 일곱, 여덟 가지 정도 된다. 오이, 토마토, 식초 간을 한 양배추, 양파와 강낭콩, 채 썬 당근, 잘게 썬 비트와 양파 등등 야채 그대로 올라온 샐러드 종류도 있지만 이미 나름 요리된 샐러드의 종류도 올라가 있다. 샐러드드레싱은 세 종류 정도 되고, 보통 나는 올리브유에 발사믹을 뿌리고 잣이 들어간 너트를 뿌려 먹는다.

이 사진은 회사 구내식당이 아니라 학교 구내 식당이다. 크게 다르지 않다.


따뜻한 음식은 그 날 식사의 메인 메뉴와 마찬가지인데, 늘 세 가지 종류가 준비된다. 주로 탄수화물 종류 (쌀 혹은 감자요리)와 거기에 더해 먹을 수 있는 육류나 생선이 나오거나 피자, 라자냐, 파스타, 커리 등의 종류가 나오기도 한다. 오늘은 콤비네이션 피자로 보이는 피자와 레몬 소스를 곁들인 생선 커틀릿, 미트볼이 주요리로 나왔다.


그리고 채식자들만을 위한 바가 하나 더 있는데, 일반 샐러드 바와는  다른 샐러드들이 준비되어 있다. 종류는 비슷하지만 조금 더 신경 쓴 티가 난다고나 할까. 그리고선  한 가지 종류의 수프 그리고 두, 세 가지의 메인 메뉴와 특별한 빵 종류 하나에 특별한 버터나 스프레드가 준비된다. 오늘은 비트 양파 수프와 당근 찜 요리, 야채를 섞어 만들어 구운 야채 빈대떡 (이름을 모르겠다. 대충 상상하시길), 맛있는 양념 처리가 된 구운 브로콜리 요리가 나왔다. 나는 채식주의자는 아니지만 구운 야채를 좋아하기도 하고, 소화하기도 편해서 주로 이 채식 뷔페 쪽을 선호하는 편이다.

올 ㅋ 건강에 신경 쓰는 편? ㅋ

원하는 메인 메뉴를 받고 나면 그다음에 각종 향신료와 소스가 있는 곳으로 가서 필요한 양념을 친다. 케첩, 머스터드, 스위트 칠리, 스테이크 소스, 소금, 후추, 식초 등등이 비치되어 있다. 샐러드에 소금을 뿌려 먹는 사람들을 종종 봤다. 나도 한번 해봤는데 생각보다 괜찮다. 이제 계산을 하러 간다. 가격은 6.5유로로 싼 편이다. 한화로 8,000원 정도 되려나. 이 가격은 직원 할인가라고 알고 있는데 직원이 아닌 사람은 얼마 내는지 모르겠다. 아마 직원이 아닌 사람은 여기까지 밥 먹으러 들어올 일 자체가 없을 것 같다. 굳이…


계산을 하고 나면 친절한 계산대 아주머니 뒤에 빵들이 기다리고 있다. 주로 세네 가지 정도의 호밀 빵들이 있는 편이고 (거무테테한 건강한 빵님들) 나는 밀가루 알레르기가 있어서 글루텐프리 빵을 먹는데 비치대에 없으면 일하는 분께 요청한다. 처음에는 글루텐프리 빵이 없어서 빵이 먹고 싶어도 참곤 했는데, 다른 동료들이 ‘당당하게' 말을 해야 한다며, 이건 네가 지불한 것이니 응당 서비스를 받아야지! 라면서 내 등을 떠밀어서 직원에게 요청해서 먹기 시작했다. 한두 번 정도 직접 요청해서 받아먹었는데 어느 날부터 글루텐프리 빵이 늘 비치되어 있다. 


감ㅋ덩ㅋ ㅠㅠ


6.5유로라는 이 가격에는 커피와 디저트가 포함되어 있어서 그날의 디저트와 커피를 무료로 먹을 수 있다. 그리고 과일도 하나 가져갈 수 있다. 바나나, 사과, 배 (서양배), 키위 같은 것들이 얹혀 있는 과일 바구니가 있는데 이 중 하나를 집어가는 사람들을 아주 가끔 보았다. 그중 하나가 나야. (찡긋)


그러고 나서 사람들이 있는 곳을 잘 찾아가서 안착하면 나의 식사가 시작된다. 이때 우연찮게 서로 이미 친해진 다른 팀의 사람들과 함께 자리하는 경우도 있는데 다른 팀의 사람들에게선 웃긴 에피소드를 몇 번 들은 적이 있기도 하다. (핵잼 발견) 이건 다음에 소개하도록 한다. 늘 나의 접시에선 샐러드가 접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데, 샐러드는 먹는 데에 생각보다 참으로 많은 입 운동이 필요하다. 그래서 누가 나한테 말을 많이 시키는 날에는 다 먹기가 힘들 때도 있다. 


같은 밥상을 나누는 자를 배려하는 영어 수다

다양한 잡담이 난무하는 이 점심시간에 주로 어제 혹은 지난 주말에 뭘 했는지에 대해 혹은 저번에 얘기했던 육아나 정치외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이때 식탁에 내가 앉으면 자연스럽게 대화는 핀어에서 영어로 전환된다. 마치 누군가 주문을 외운 것처럼.


이 부분은 정말 핀란드인들에게 너무나도 감사하게 여기는 부분이다. 학교에서도 그렇고 회사에서도 그렇고,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이 핀란드인 경우가 적지 않았는데 그럴 때마다 내가 굳이 대화에 참여하지 않아도, 그 자리에 있는 내가 이해하고 언제든 대화에 끼어들 수 있도록 언어를 영어로 바로 바꿔준다. 


심지어 싸울 때도 내가 있다고 영어로 싸우는 매너를 보여주는 친구들도 있었다. 그 정도로 핀란드인들의 영어 실력이 좋은 것도 사실이지만, 무엇보다 나를 생각해주는 그 배려심이 어찌나 감사한지. 이 매너에 대한 감사함을 회사에 입사하고 나서 훨씬 많이 느낀다. 심지어 내가 앞사람과 대화를 하느라 옆 사람들의 대화를 못 들을 수도 있는 데에도 굳이 영어로 대화를 하고, 핀어로 수다를 떨다가도 나랑 눈이 마주치면 지금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냐면~ 이라며 내게 설명을 해주고 대화에 동참할 수 있도록 알려준다. 당연한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지만, 감사한 것도 당연한 거다. 

   

아주 고마워요 님들


밥을 거의 다 먹어가면 먹은 쟁반을 치우거나 혹은 자리에 두고 커피를 마신다. 커피를 픽업해서 가져가는 경우도 있지만 조금 더 이야기하고 소화하기 위해 먹던 자리에 앉아 커피를 마신다. 커피는 그냥 내린 커피가 큰 통에 들어 있고, 그 옆에 두세 가지 종류의 우유가 있다. 보통 우유와 크림이 있고 우유는 그냥 우유, 락토프리 우유, 채식주의자를 위한 오트로 만든 우유가 있다. (아침햇살은 쌀로 만든 것처럼 오트 우유가 있다) 그런 다음에 백설탕 흑설탕이 있어 마음대로 타 먹을 수 있다. 나는 보통 커피에 락토프리 우유를 넣고 무지 피곤한 날은 흑설탕을 넣어 촤촤 섞어 마신다. 커피는 핀란드 생활에 있어서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중요한 음료다. 아니, 음료라는 카테고리를 넘어서 그냥 생활의 일부다. 세계 제 1의 커피 소비 국가라고 들어나봤나. 바로 핀란드다! 이건 다음에 또 이야기해보도록 한다.

으따 커피는 사발이제


이렇게 커피타임도 끝나고 나면 슬슬 자리로 돌아간다. 이 점심시간 또한 너무나 자유로워서 누가 먹는지 안 먹는지 그때그때 멤버가 다르다. 기억 속에 모든 팀 사람들이 같이 밥 먹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시내 중심부에서 일하는 친구들의 말을 들어보면 사내에 식당이 없어 나가서 먹는 경우가 많아 점심 식사를 위한 티켓을 준다고 한다. 일정 금액을 정해진 식당에서 쓰는 경우도 있고 따로 점심비가 주어지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이것도 회사의 복리후생마다 다를 테다. 내가 다니는 학교의 경영대 캠퍼스는 시내와 꽤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는데 여름 방학 중에도 점심시간이면 밥 먹는 사람들로 바글바글했었다. 비교적 저렴한 식사를 위해 학교로 와서 밥을 먹는 직장인들이 많았다. 


지금 다니는 회사는 시내와 거리도 있고 사실 회사 근처에 뭐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가끔 회사 건물 밖으로 나가 다른 식당에 간다고도 하는 소리를 듣긴 들었다. 회사 근처에 당최 뭐가 있는지 내 눈에는 기찻길과 숲 밖에 안보이는데 스시를 먹으러 간다고 하는 걸 보니 저 숲 속에 뭐가 있긴 있나 보다. 아쉽게도 이번 주 팀 사람들이 스시집으로 외출하는 날 나는 출근을 하지 않아서 다음 기회를 기다려보도록 한다. 사실 여기에서의 스시집들 생각해보면… 음….  그냥 국밥이 그립다. 음식은 한국이지. 여러분들의 점심식사가 참으로 영양 만점에 수만 가지 메뉴들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요.


여러분들이 매일 먹는 맛나는 것들을 잊지 말아여......


헬싱키 구내식당 편

핀자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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