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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inja May 31. 2018

헬싱키 회사원의 구직: 일자리 구합니다

핀란드에서 일자리를 구해 보았어요

푸름 푸름. 온 세상이 하얗기만 했던 때가 언젠지 기억이 안날 정도.

어느새 여름이 훌쩍 다가와버렸다!


작년 5월을 생각하면 어쩜 이리도 다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감사한 따뜻한 봄 혹은 여름이 벌써 왔다. 2018년 핀란드 날씨에게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엘사가 끈질기게 가지 않더니 이렇게 훅 봄을 보내버렸습니다. 길거리에는 들꽃들과 푸른 나무들이 불어오는 바람에 넘실거린다. 남의 앞 뜰에 피어있는 튤립 꽃 잎색에 눈을 떼기가 어려워 한참을 바라보고 서있기도 한다. 너무도 오랜 시간 동안 겨울의 추위 안에서 기다려왔던 봄이라서 그런지 한순간 한순간을 쉬이 놓칠 수가 없다. (감성 폭발)


꽃가게에 파는 꽃들도 종류가 다양해졌다!


봄이 훌쩍 오는 사이 너무도 정신없는 하루하루를 보냈다! 업무도 많았고 아직 학생으로서 해야만 하는 (자질구레하지만) 중요한 것들을 해내느라 정신머리를 다잡기가 바빴다. 아하, 독자분들에게 필자 신분을 말씀드리자면.. (에헴) 나는 현재 대학원을 다니면서 석사 과정에 재학 중이고 동시에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다. 핀란드에서는 학생 신분으로 일을 시작하는 학생들이 꽤 많다. 혹은 회사를 다니다가 학교를 다니기 위해 휴직(Study leave)을 내고 다시 학교 생활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학생이면서 직장인?’

그렇다. 나는 두 개의 신분을 가지고 있다. 대학원 석사 과정 학생이면서 동시에 직장인. 이렇게 이야기하면 다들 그러면 너 인턴이냐?라고 물어보는데 뭐 맞긴 맞다. 여기에서는 Trainee라는 ‘배우는 사람’이라는 타이틀로 일을 시작하는데, 보통 정규직으로 채용하기 전에 Trainee기간을 걸친다. 그리고 학생으로서 고용될 수 있는 조건의 한계가 있다. 그렇기에 여전히 나는 Trainee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긴 하다. 얼마 전에 계약 형태를 바꿔서 Full time으로 매일 출근해서 일을 하기 시작했지만 그전에 학교 수업과 직장 생활을 병행할 때는 Part time으로  일주일에 정해진 시간만 일하는 형태로 일을 했었다. 이 때는 정해진 시급으로 일하는 시간에 따라 월급을 받았고, 학교 수업 스케줄에 맞춰서 내가 원하는 시간만큼만 일을 했었다. (일주일에 17시간을 채우면 됐었고, 내가 출근하고 싶은 날짜는 미리 정해서 공유했었다. 물론 때에 따라 변경도 언제든 가능할 정도로 프리 했다) 주변을 보면 보통 이런 Trainee과정을 거쳐서 고용된 사람도 그 회사를 알아가고, 회사도 이 사람을 알아가는 시간을 가진 이후에 정규직으로 전환이 된다. 혹여 바로 전환이 되지 않아도 후에 그 회사에서 일할 수 있는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다. 그래서 주변에 경력자로 채용된 분이 아니면 Trainee로 시작해서 오랜 시간 그 회사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엄청난 인턴십 프로그램이라고 해도 인턴은 인턴이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털리는 것이 인턴 (사람인에 털 턴)



‘핀란드에서 직장 구하기가 쉽나요?’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게 쉽지는 않다. 나는 운이 좋았다. 핀란드는 인구도 적은 나라이고 (2018 기준, 한국 인구는 약 5천 1백만명, 핀란드는 약 5백만명. 한국 인구의 1/10이다.) 헬싱키라는 도시도 참 작은 도시이기 때문에 (2018 기준, 서울 인구는 약 1천만명 헬싱키 인구는 120만명 정도.) 일자리가 상대적으로 많을 리가 만무하다. 게다가 나는 외국인이다. 핀란드어를 할 줄 모르는 사람이기 때문에 내가 갈 수 있는 곳은 영어로 일을 할 수 있는 글로벌 기업이어야 했다. 그래도 사람이 살 길은 있다고, 비교적 나는 빠르게 일을 구한 편이다. 인터뷰를 하나만 보고 바로 지금 회사로 들어왔으니 정말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운이 따라줬던 이유, 혹은 비법이라고 한다면 ‘밑밥’이랄까. 나는 일을 빨리 시작하고 싶었기 때문에 내가 구직 중이라는 말을 여기저기에 흩뿌리고 다녔다. 모내기를 하는 심정으로 여기 저기 내 맘을 심고 다녔달까.


한땀 한땀 여기 저기 심고 다녀 봤다.


나는 ‘이런 이런’ 일들을 해왔고 이런 이런 일들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다며 여기저기 보이는 핀란드인 친구들, 교수님들, 석사과정 코디네이터 등등 모든 로컬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해왔던 것 같다. 그래서 친구 소개로 이차 저차 알게 된 몇 개의 일자리 중에서 가장 먼저 지원한 지금 회사에서 가장 먼저 인터뷰를 봤고, 바로 회사에 출근하게 되었다. 모든 게 굉장히 빨리 이뤄져서 내가 물밑(?) 작업을 하고 있었던 다른 회사들과의 인터뷰는 보지도 못한 채 핀란드에서의 첫 회사 출근을 해버렸다.



‘취업 어려운데 어떻게 일자리를 구해요?’ ‘여긴 다 인맥이여.’


여기에서의 구직활동은 학교에서 만난 친구들 뿐 아니라 이미 사회에서 자리 잡은 같은 학교 동문 선배(이렇게 표현하니 너무나 구수한 것)의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었는데 그들이 늘 얘기하는 것은 ‘사람’이었다. 우리나라 사정을 생각하면 ‘청탁’이 아닐까 받아들여질 수도 있지만 사실 어떤 대가를 바라고 이 사람 좀 써주시게, 한다기보다는 이 친구 참 괜찮은 사람인데 한번 만나볼래?라는 정도의 느낌이다.


쓸...쓸만한 친구야!


 아예 모르는 사람을 이력서라는 종이 한 장을 보고 뽑기보다는 주변에 일자리를 구하는 ‘괜찮은’ 친구를 추천받는다면 오히려 믿음을 가지고 그 사람을 써보는 것이다. 물론 이는 여기의 인구가 적고 또 다른 큰 도시들에 비해서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편인 데다 서로 한 두 다리 건너면 알 수 있는 사회이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친구의 추천을 통해 일자리를 얻거나 비즈니스를 시작하는 경우도 많이 보았다. 물론 모든 일자리가 그렇게 구해지는 것은 아니다. 공채 과정을 거쳐 사람을 뽑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주변에서 건너 알게 된 사람에게 믿음을 더 주는 편인 것 같다.



‘인맥을 어떻게 쌓을까’

핀란드에서는 학교와 기업들 사이의 산학협력이 굉장히 활발한 편이다. 요즘 한국 대학, 대학생들이 공부하는 수업 내용을 잘 알지 못... 해서 (졸업한지 너무 오래돼서) 한국과 비교는 불가능하지만 여기에서는 정말 정. 말. 산학협력이 활발히 이뤄진다. 이는 학사, 석사 과정 모두 전반적으로 해당되는 것 같았는데 특히 석사 과정의 경우 내가 접했던 수업의 대부분이 산학협력이 이뤄져서 누구나 들어봤을 법한 핀란드 내 큰 기업들과 프로젝트를 할 수 있는 기회가 굉장히 많았다. 회사 측에서는 학생들에게 회사 사람들과 일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그 가치를 높이 사서 학교와 학생들에게 지원을 많이 해주는 편이다. 실제로 프로젝트 결과가 마음에 들면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학생들에게 여름에 일할 기회를 주기도 한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학교를 통해 기회가 생기기도 하고, 친구나 주변 사람들을 통해 기회를 얻기도 한다. 나 같은 경우에도 같은 과 다른 친구들과 프로젝트를 했던 지금 회사의 매니저가 지금 포지션에서 일할 사람을 찾았고, 우연히 나의 경력과 가능한 업무 내용이 잘 들어맞아서 바로 채용이 되었다. 



학교 내에서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수많은 기업들 중 몇몇들만 꼽아봤다.



그런데 학교를 다니지 않았다면, 지금 다니는 학교가 아니라면? 그래도 인맥은 쌓을 수 있다. 실제로 나에게 조언을 종종해주었던 학교에서 만난 멘토는 내게 직접 회사로 연락을 먼저 해보라고 조언을 해주기도 했었다. 모든 회사가 같진 않겠지만 디자인 에이전시나 좀 젊은 스타트업 스피릿이 살아있는 회사 같은 경우에는 일반인들에게 사무실을 오픈하는 날이 있기도 하고, 회사 대문을 열어놓을 테니 언제든 와서 같이 이야기하고 커피를 마시자! 고 홈페이지에 떡하니 적어놓은 경우도 있었다. 실제로 내가 물밑작업을 하던 회사들의 경우에는 동문 찬스를 이용해서 이메일을 보내 나와 비슷한 배경을 가진 사람을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어보기도 했고, 실제로 사무실에 가서 그 회사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 대해 이야기해보기도 했었다. 딱히 비즈니스로 엮인 사이가 아니라 그런지, 열린 태도로 밖에서 온 사람을 맞아주고 조언해주는 모습에 참 감사했었다. 내가 일하고 싶은  회사인지 직접 찾아가 사무실 느낌도 맛보고? 또 그렇게 편하게 가서 대화를 이어가려 하다 보니, 회사에서 진행했던 프로젝트에 대해서 더 자세하게 찾아보고 내 생각을 정리해서 가게 되더라. 


그래서 굳이 그 회사로 취업을 하는 게 아니더라도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니 참 좋았다. 아무래도 이런 열린 분위기는 스타트업을 국가적으로 장려하는 분위기인 데다가, 젊은 회사가 많기도 하고 이곳에서는 큰 회사와 작은 회사 사이의 임금 차이나 직원 복지 차이가 그렇게 크지 않기 때문에 조금 더 선택폭이 넓기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회사를 찾아가거나 언제나 주변에 아는 사람이 많을 리가 만무하다. 여기에서도 공채처럼 사람들을 대거 뽑을 때가 있는데, 가장 활발할 때가 여름 일자리 (Summer Job)을 타깃으로 한 1월부터 4월 정도까지 일 거다.  



‘서머 잡: 여름 일자리’

긴긴 겨울이 끝나가고 여름이 오면 핀란드 사람들은 도시에서 사라진다. 일 년에 단 두 달 정도뿐인 여름을 여름답게 나기 위해서 이들은 긴 휴가를 간다. 일반적으로 유럽 회사들이 그렇듯 핀란드도 예외가 아니다. 보통 3주에서 4주에 가까운 휴가를 가고, 다 붙여서 멀리 여행을 가거나 여름 별장에 가기도 하고 한주씩 한주씩 따로 쉬는 사람들도 있다. 


수영복에 쪼리 하나면 휴가 준비는 완료


핀란드의 여름은 아주 아름답기 때문에 겨울에 외국을 다녀오고 여름에는 집안에 하나씩 있다고 하는 여름 별장에 가서 가족들과 함께 숲 속에서 지내다가 온다. 이 여름 별장에 대한 이야기를 다음에 소개하도록 하겠다. 어쨌든 6월을 시작으로 8월까지 보통 2개월에서 3개월까지 많은 사람들이 회사에서 자리를 비운다. 그렇기 때문에 거의 모든 중요한 비즈니스는 잠정적인 휴면 상태가 되거나 진행속도가 아주 더뎌지는데 이때 사무실을 지킬 사람들을 뽑는다. 중요하지 않지만 기본적인 업무를 할 수 있는 어린 대학생 친구들이 바로 주 대상이다. 그래서 대학생 시절에 서머 트레이니를 시작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친구들이 매우 많다. 여름 내 일을 시작하고, 계속 이어 파트타임을 하다가 풀타임으로 고용되어 계속 줄곧 그 회사에서 일했다는 친구들을 종종 보았다. 


이 서머 인턴을 뽑을 때 공채와 비슷한 과정을 거치는 것을 보았다.  Microsoft, Google, IBM, Deloitte 등등 덩치가 큰 회사들은 사이트에 공고를 내고 지원서를 받아 사람들을 뽑는다. 우리 회사도 덩치가 큰 회사에 속하기 때문에 이런 단계를 거쳐 사람들을 뽑는다. 보통 이 Trainee들은 학기가 끝날 무렵인 5월 혹은 6월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요즘 점심을 먹으러 내려가면 보이지 않던 젊은이들이 종종 눈에 띈다. 


회사 다닐 맛 좀 나겠어 이제????


인터뷰는 캐주얼하게

나는 이직을 꽤 자주한 편이다. 물론 그중에서 한국의 대기업 공채 과정은 겪지 않았기 때문에 몇 단계에 걸친 공들인 취업 단계를 거쳐보진 못했지만 많은 면접을 지원자로서 또 면접관으로서 보기도 했다. 이곳의 인터뷰는 생각보다 너무나도 캐주얼했다. 사람마다 가진 성격이나 분위기라는 게 있겠지만, 내가 지금까지 봤던 인터뷰 중에 가장 편하게 임했고 즐겁게 참여하다가 온 것 같다. 당시 한 시간 남짓정도 내가 했던 일들과 앞으로 하고 싶은 일들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물론 핀란드 생활의 장단점 그리고 핀란드 삶에 대한 이야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 외국인 인터뷰를 본다고 생각하면 비슷할 것 같은데, 이곳 대학원 입시 때에도 똑같이 핀란드에 대한 인상과 여기 삶에 기대하는 바를 물어봤었다. 물론 답정너일 수도 있지만 진심을 다해 좋은 점만 골라 쏙쏙 말했다.

황금니 웃음 장착은 필수

 또 지금 하고 있는 일은 디자인적 스킬도 필요한 일이었기 때문에 그런 기술을 (?) 사용해서 좀 더 다른 타입의 그래픽 중심의 이력서를 하나 더 준비해서 제출하기도 했다. 준비했던 어필들이 잘 먹혀서 생각보다 모든 게 차분히 순조롭게 진행된 것 아니었나 생각한다. 이전 글에도 한번 소개했듯이 핀란드는 상하구조가 엄격한 편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편하게 내 생각을 말했고 그들도 내 의견을 귀 기울여 들어줬던 것 같다. 아니면 그냥 이 포지션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았거나. 하하하. 내가 경험한 회사의 국적이 한국, 미국, 프랑스, 핀란드로밖에 제한되지 않지만 이 중에서는 핀란드가 가장 격식 없이 편한 이메일 소통과 인터뷰를 하지 않았나 싶다. 



운이 좋았던 만큼 감사하게 회사를 다니고 있지만, 회사라는 곳이 늘 그렇듯이 참 재미가 없는 것은 여기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사무실에서는 아픈 것 같았던 머리도 퇴근과 동시에 말끔하게 낫는 것을 보면 회사라는 곳은 참 요상한 곳이다. 아직도 이 구역의 미친 자가 나타난다거나 하는 드라마가 없어서 잔잔한 핀란드 호수 같은 평화로운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곧 여름이다. 이제 이 노잼 구역은 레알 노잼 구역으로 진화할 예정이다. 그 잔잔한 평화 속에서 그간 못 전한 핀란드 소식을 종종 전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헬싱키에서의 구직 편.

핀자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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