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글을 쓴 것은 얼마 전 토요일인 3월 8일이었다.
제목은 '아들이 동묘에서 프라다를 사 왔다.'
어딘가에 내 글을 제출할 일이 없는, 그러니까 글을 써야 할 의무도, 마감일의 압박도 없는 비전업 작가, 취미 작가, 아마추어이자 무명작가인 나는 아들에 대한 시답지 않은 해프닝을 써서 브런치에 올린 후 잊고 있었다. 그리고 이틀 후인 월요일 낮, 돌연 스마트폰의 알림음이 명랑하게 울려대기 시작했다. 뭐야?
글의 조회수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었다.
흠...
명상 중인 수도승처럼 심경의 변화가 없었다고 한다면 거짓부렁일 것이다. 기쁜 마음과 함께 호기심이 발동했다. 그러나 호들갑을 떨지는 않았다. 이런 상황에 대한 과거의 경험이 있는 자답게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탑재하고 화면의 수치를 뚫어져라 응시했다. 천장에 머리가 닿을 만큼 팔딱팔딱 뛰고 꺄아악 소리를 지르던 바로 얼마 전과는 달라진 모습이었다(그 이유는 이 글의 뒷부분에 나옵니다).
그 글을 쓴 다음 날인 일요일의 조회수는 겨우 10이었다.
역시나 사람들은 주말이 지난 후 글을 많이 읽는 걸까?
역시나 회사원이든 아니든 월요일에 가장 딴짓을 많이 하는 걸까?
내 글이 브런치나 티스토리 혹은 Daum의 메인에 걸린 걸까?
그렇다면 왜 걸린 걸까?
어떤 로직으로?
알 수 없다.
더 알아보지도 않는다.
그런데 지난주 탄핵집회 때 몇 만이 모였더라...?
'아들이 동묘에서 프라다를 사 왔다'는 5일이 지난 현재 8만의 조회수를 기록 중이고, 그렇게 내 브런치의 전체 조회 수는 20만에 근접하게 되었다. (오해는 마시라. 평소에 이 통계를 보고 있지는 않는다.)
제목. 내 글을 클릭하게 만드는 데 제목의 역할이 100이었다.
브런치의 스타 작가 류귀복 님의 글은 제목을 보는 순간 클릭을 안 할 수가 없다. 최근 또 책을 쓰셨던데 읽어볼까 싶으면서도 왠지 망설여진다. 책의 제목이 매력적이다 못해 마력적인데,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요'라고 선을 긋고 있는 이중적인 내 모습이다. 아니 글도 쓰고 돈도 버는 방법을 알려준다는데 왜. 아무튼ㅡ.
단일 글의 조회수가 8만 번인데 '좋아요'는 65개, 댓글은 6개이다. 조회수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수치이다. 물론 그 또한 감개무량하고 감사하기 그지없지만 역시나 적은 수치이다. 그러니까 제목에 낚여 들어오긴 했는데, 생각보다 별 게 없네,라고 생각한 독자가 많았을 확률이 다분하다. 글을 읽고자 브런치에 들어와 특정 글을 클릭까지 한 이라면 그 글이 훌륭하다면 '좋아요'를 누를 확률이 크다(고 나는 생각한다, 혹은 믿는다). 그러니까 내 글은 그 정도는 아니었던 것이다. 내 글을 클릭한 8만 명중 글을 끝까지 읽은 사람이 얼마나 될까? 백 명 정도나? 이것이 팩트고 현실이다. 반대로 생각해 보자. 나는 다른 이의 글을 많이 읽던가. (그래서 침통하고 쓸쓸해 죽겠다는 말이냐라고 하면 그건 아니고요.)
브런치스토리라는 플랫폼의 위상이 엄청 커졌음을 실감한다. 그럼에도 소수의 작가 외에는 공적인 공간으로 그 영향력이 확산되기는 어렵다고 본다. 어느 작가분이 언급하셨듯 브런치에서 조회수가 높으면 '내 기부니가 좋을 뿐'이다. 냉소적일 생각은 없다.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글을 쓸 때 엄청난 동기부여가 된다. 실제적인 대가가 없는 글쓰기에서 누군가의 반응은 계속 쓰게 만들게 하는 동력이 된다. 제목을 고민하고, 반응을 생각하고, 나아가 더 좋은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한편, 매년 역대급으로 몰린다는 브런치북 출간 프로젝트에 선정되신 분들의 브런치북을 보면 조회수가 높지 않은 분들도 꽤 많다. 당연하겠지만 조회수가 다는 결코, 결코 아니다. 각종 사적, 공적 가십거리나 가짜 뉴스도 조회수 폭발이다.
사실 아들이 동묘에서 쇼핑을 하고 왔다는 이야기가 독자에게 얼마나 많은 공감, 감동, 영감을 줄 수 있겠는가. 댓글을 남기기도 애매할 것이다. 나 또한 가벼운 마음으로 호로록 썼다. '요거 재밌겠다'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글에 조금 더 내 영혼을 담을 수도 있었다. 글을 쓰는데 더 시간과 정성을 들이고, 내 선에서 담을 수 있는 철학을 이끌어 내고자 더 노력해 볼 수도 있었다. 브런치에 글을 발행할 때마다 늘 마지막 단락이 아쉬웠던 이유는 나 스스로가 알고 있다.
나는 내용이 좋은 글을 쓰고 싶지만, 브런치에 글을 쓸 때는 제목에 신경을 쓴다.
평범한 이야기지만 공감을 일으키는, 가능하다면 약간의 감동과 웃음, 그리고 개인적인 적용까지 이끌어 낼 수 있는 글을 감히 꿈꾼다. 깜냥은 안되지만 그러고 싶다. 그런데 내 글은 과연 그쪽으로 가고 있는가. 내가 브런치에 올린 글 중 조회수가 높은 글은 모두 제목이나 글의 소재가 다소 신선했을 때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그것에 의존할 수는 없다.
내 글의 평소 조회 수는 10 단위이다. 심지어 며칠간 글을 올리지 않으면 20회 미만으로 뚝 떨어진다. 아주 소소한 관심이다. 내 글을 즐겨찾기 해 주시는 몇몇 위인 같으신 분들이 계셔서 감사할 뿐이다. 또 다른 글을 내놓지 않으면 내 브런치의 조회수는 곤두박질 칠 것이다. 예외가 없다. 잠시 신데렐라가 된 것 같았던 기분은 이미 사그라든 후일 거고.
조회수로 다시 한번 잭팟이 터질 날이 올까 모르겠다. 어쨌거나 행복했고 보답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써서 발행해 본다. 다음번에 혹시 조회수가 폭발하면, 그때는 어리둥절하면서도 기분 좋은 느낌이 아니라, '이번에 쓴 글은 내가 봐도 정말 잘 썼어! 열심히 썼잖아! 후회 없어!'라는 꽉 찬 기분이 들었으면 좋겠다.
이웃 작가님들, 우리 그렇게 계속 써 봅시다. 주목을 받든 안 받든, 작년에도 썼고 올해도 쓰고 있듯이, 한 살 한 살 먹어가도 이 플랫폼을 미워하거나 저주하지 말고, 남과 비교도 하지 말고 뚜벅뚜벅 걸어가 봅시다. 사실 내가 좋아서 시작한 거 아니었습니까.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역시나 마무리가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