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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흔 너머 Jun 18. 2024

존경할 수 있는 배우자를 찾는 눈을 가진 사람

#네가 멋진 사람이라면 너도 멋진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거야

내가 생각하는 '멋진' 사람이 무엇인지
나는 정말 그렇게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고 있는지
그 과정에서 후회하기도 하고 스스로 뿌듯해하기도 했던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멋진 엄마로 사는 것인지

멋진 엄마 되기를 기록으로 남겨보려고 한다.


하루종일 남편과 같이 있는 건 괜찮으세요?


제주에 와서 남편과 거의 하루종일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렇게 온종일 붙어있기는 처음인 것 같다.

온 가족이 제주에 내려간다고 했을 때, 그리고 가족 중 마지막으로 남편이 내려와 완전체가 되었을 때, 여럿에게 괜찮냐는 질문을 많이 들었다.


"하루종일 남편과 같이 있는 건 괜찮으세요?"

괜찮다. 아니, 좋다. 마치 은퇴 후 노년의 노부부 흉내를 내며 사는 것 같아 재미있다.

남편도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하루종일 남편과 뭐 하세요?"

나는 주로 일한다. 남편은 일도 하고 운동도 한다.

그러나 날씨가 좋으면 꽃구경도 가고(와, 제주가 이렇게 철마다 꽃밭이라는 것을 다들 알고나 계신가? 여태 나만 몰랐네), 날씨가 안 좋으면 카페에 가서 책도 읽는다.

집밥이 귀찮으면 아이들이 있었더라면 반대했을 음식을 사 먹기도 한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올 때까지 마음대로다.


남편: 등 뒤를 맡길 수 있는, 뜻을 같이 하는 사람


남편은 학교 선배, 업계 선배이다.

선배라고 내가 모르는 것을 다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무엇을 묻든 내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일깨워주는 것 같다.

아마도 같은 전공자이지만 졸업 후 진로가 달라졌기 때문에 보는 시각이 달라서일 것이다.

어쩌면 남편이 답할 수 있는 것만 물어서 그럴지도 모른다.

어쨌든 아직 콩깍지가 덜 벗겨진 모양이다.


내 인생의 절반 가까이를 안 사이이다.

어떻게 늘 좋을 수만 있을까?

남편은 긴 시간 동안 신뢰할 수 있는 배우자, 닮고 싶은 (생각과 행동을 하는) 배우자, 그래서 존경할 수 있는 배우자의 포지셔닝을 확고히 했다.

나이가 들수록 사랑이 아니라 전우애로 산다지만, 내 등 뒤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존경할 수 있는 동료(同僚, 함께 일하는 사람)이자 동지(同志, 뜻을 같이 하는 사람)가 늘 내 편이라는 것은 심리적으로 매우 안정적인 일이다.


존경할 수 있는 배우자를 찾을 수 있는 눈을 가진 엄마


아이들에게도 이 마음이 전해졌을까?

아빠도 아빠가 처음이라 아이들 눈에는(특히 사춘기의 감정선에 살짝 발을 담갔다 뺐다 하는 큰 아이에게는) 가끔은 불만스러울 때가 있다.

하지만 엄마가 바라보는 아빠는 우리 가족이 존경할만한 마음가짐과 행동습관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아이들도 안다.

아이들에게 엄마가 바라보는 아빠, 아빠가 바라보는 엄마의 이미지는 생각보다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엄마와 아빠가 서로에게 뿌리 깊은 나무가 되어주듯, 그 나무에 얽혀 자라고 있는 아이들도 편안한 마음으로 든든한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이미 멋진 엄마다.

이 엄마는 존경할 수 있는 배우자를 찾는 눈을 가졌다.


살다 보면, 또 다른 눈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런데 오래 살다 보면 또 다른 눈도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존경할 수 있는 배우자를 찾는 눈만 있으면 안 된다.

존경할만한 구석이 점점 사라지더라도, 어찌 되었거나 존경할 만한 무언가를 찾아낼 수 있는 눈이 있어야 한다.

내가 이런 걸 또 잘하는 편이다.


나는 뭔가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러다 보니 이것저것 강의도 자주 듣고 글도 많이 읽는다.

모든 강의, 모든 책과 글이 늘 머리를, 가슴을 탁 때리진 않는다.

그래도 그 과정에서 한 가지라도, 한 줄이라도 새로운 것을 배우거나, 의미를 찾았다면 그 강의, 그 글에 머문 내 시간은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나의 시간이 성공적이기 위해 무언가 꼭 찾아낸다.

존경할 무언가를 찾아내는 것도 비슷하다.

괜히 미운 날, 콩깍지 없이 맨눈으로 세상을 보는 것 같은 날은 누구에게나 온다.

그 때면 존경할 만한 무언가를 집요하게 찾아낼 수 있는 눈을 꺼낸다.


아들들에게


결혼이 필수가 아닌 시대는 이미 지났다.

앞으로의 가족 공동체는 내가 상상하지 못하는 다양한 형태가 될지도 모르겠다.

결혼이 유물이 되는 시기도 오겠지.

만약 너희가 자라 결혼을 해볼 만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생각에 절반정도의 지분은 멋진 엄마 덕분이 아닐까?

존경할 수 있는 배우자를 찾을 수 있는 눈을 가진다면 결혼은 해볼 만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네가 먼저 존경받을만한 배우자가 되어야 해.

네가 멋진 사람이 된다면, 너도 멋진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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