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멋진 사람이라면 너도 멋진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거야
내가 생각하는 '멋진' 사람이 무엇인지
나는 정말 그렇게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고 있는지
그 과정에서 후회하기도 하고 스스로 뿌듯해하기도 했던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멋진 엄마로 사는 것인지
멋진 엄마 되기를 기록으로 남겨보려고 한다.
제주에 와서 남편과 거의 하루종일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렇게 온종일 붙어있기는 처음인 것 같다.
온 가족이 제주에 내려간다고 했을 때, 그리고 가족 중 마지막으로 남편이 내려와 완전체가 되었을 때, 여럿에게 괜찮냐는 질문을 많이 들었다.
"하루종일 남편과 같이 있는 건 괜찮으세요?"
괜찮다. 아니, 좋다. 마치 은퇴 후 노년의 노부부 흉내를 내며 사는 것 같아 재미있다.
남편도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하루종일 남편과 뭐 하세요?"
나는 주로 일한다. 남편은 일도 하고 운동도 한다.
그러나 날씨가 좋으면 꽃구경도 가고(와, 제주가 이렇게 철마다 꽃밭이라는 것을 다들 알고나 계신가? 여태 나만 몰랐네), 날씨가 안 좋으면 카페에 가서 책도 읽는다.
집밥이 귀찮으면 아이들이 있었더라면 반대했을 음식을 사 먹기도 한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올 때까지 마음대로다.
남편은 학교 선배, 업계 선배이다.
선배라고 내가 모르는 것을 다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무엇을 묻든 내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일깨워주는 것 같다.
아마도 같은 전공자이지만 졸업 후 진로가 달라졌기 때문에 보는 시각이 달라서일 것이다.
어쩌면 남편이 답할 수 있는 것만 물어서 그럴지도 모른다.
어쨌든 아직 콩깍지가 덜 벗겨진 모양이다.
내 인생의 절반 가까이를 안 사이이다.
어떻게 늘 좋을 수만 있을까?
남편은 긴 시간 동안 신뢰할 수 있는 배우자, 닮고 싶은 (생각과 행동을 하는) 배우자, 그래서 존경할 수 있는 배우자의 포지셔닝을 확고히 했다.
나이가 들수록 사랑이 아니라 전우애로 산다지만, 내 등 뒤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존경할 수 있는 동료(同僚, 함께 일하는 사람)이자 동지(同志, 뜻을 같이 하는 사람)가 늘 내 편이라는 것은 심리적으로 매우 안정적인 일이다.
아이들에게도 이 마음이 전해졌을까?
아빠도 아빠가 처음이라 아이들 눈에는(특히 사춘기의 감정선에 살짝 발을 담갔다 뺐다 하는 큰 아이에게는) 가끔은 불만스러울 때가 있다.
하지만 엄마가 바라보는 아빠는 우리 가족이 존경할만한 마음가짐과 행동습관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아이들도 안다.
아이들에게 엄마가 바라보는 아빠, 아빠가 바라보는 엄마의 이미지는 생각보다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엄마와 아빠가 서로에게 뿌리 깊은 나무가 되어주듯, 그 나무에 얽혀 자라고 있는 아이들도 편안한 마음으로 든든한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이미 멋진 엄마다.
이 엄마는 존경할 수 있는 배우자를 찾는 눈을 가졌다.
그런데 오래 살다 보면 또 다른 눈도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존경할 수 있는 배우자를 찾는 눈만 있으면 안 된다.
존경할만한 구석이 점점 사라지더라도, 어찌 되었거나 존경할 만한 무언가를 찾아낼 수 있는 눈이 있어야 한다.
내가 이런 걸 또 잘하는 편이다.
나는 뭔가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러다 보니 이것저것 강의도 자주 듣고 글도 많이 읽는다.
모든 강의, 모든 책과 글이 늘 머리를, 가슴을 탁 때리진 않는다.
그래도 그 과정에서 한 가지라도, 한 줄이라도 새로운 것을 배우거나, 의미를 찾았다면 그 강의, 그 글에 머문 내 시간은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나의 시간이 성공적이기 위해 무언가 꼭 찾아낸다.
존경할 무언가를 찾아내는 것도 비슷하다.
괜히 미운 날, 콩깍지 없이 맨눈으로 세상을 보는 것 같은 날은 누구에게나 온다.
그 때면 존경할 만한 무언가를 집요하게 찾아낼 수 있는 눈을 꺼낸다.
결혼이 필수가 아닌 시대는 이미 지났다.
앞으로의 가족 공동체는 내가 상상하지 못하는 다양한 형태가 될지도 모르겠다.
결혼이 유물이 되는 시기도 오겠지.
만약 너희가 자라 결혼을 해볼 만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생각에 절반정도의 지분은 멋진 엄마 덕분이 아닐까?
존경할 수 있는 배우자를 찾을 수 있는 눈을 가진다면 결혼은 해볼 만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네가 먼저 존경받을만한 배우자가 되어야 해.
네가 멋진 사람이 된다면, 너도 멋진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