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첫사랑은 누구였어?". "어떤 점이 좋았어?"라고 시작된 질문을 종종 하기 시작할 무렵부터 아이가 이성에게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았다. 아이가 좋아하는 남자아이는 1-2개월에 한 번씩 이름이 바뀌다가 2학기 들어서는 꾸준하게 한 아이 이름을 이야기했다. 그 아이가 자기에게만 친절하게 대한다는 이야기, 학교에서도 같은 반인데 학원 2개도 같이 다닌다는 이야기, 학원버스에 탈 때 자기가 안 타면 꼭 챙겨준다는 이야기 등등 일상 속에 평범한 이야기를 하면서 아이의 입가에는 미소가 가득하다.
며칠 째 번호를 물어보고 싶은데 물어보지 못했다고 번호를 물어보는 연습까지 하고, 거절당했을 때의 대처법까지 생각을 하던 아이는 매일 하교 후에 오늘도 못 물어봤다고 아쉬움이 남는 말투로 이야기했다. 그런 아이에게 언젠가 번호를 물어볼 상황이 되면 자신 있게 물어보라며 용기를 북돋우며 보내는 날들이 이어졌다.
그리고 어느 날 아이의 용돈카드 사용내역을 보다가 탕후루를 매일 사 먹는 걸 발견했다. 다디단 탕후루를 매일 2개씩이나 먹다니 체중관리, 치아관리니 해서 안 그래도 신경 쓰이는 게 많은데 내가 걱정하는 것들은 아랑곳없이 자기 좋을 대로 행동하는 아이에게 문득 화가 났다가 너무 아이를 압박했었나 걱정을 했다가 문득 좋아하는 남자아이와 학원을 항상 같이 간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혹시 그 아이에게 사주는 건가 싶어 하교한 아이에게 물어보았다.
역시나 아이는 그 남자아이에게 탕후루를 사주고 있었던 것이다. 아니 그래도 두 번 사면 한번 정도는 살 줄 아는 배포를 가진 남자아이를 좋아하면 좋을 것을. 이건 엄마의 마음인가 보다. 아이는 이게 탕후루 플러팅이라며 해맑게 이야기한다. 그래 더 좋아하는 쪽이 시간이든 돈이든 쓰는 거지. 그냥 좋아할 가치가 있는 사람을 좋아하고, 너 역시 다른 사람이 너를 좋아하는 사람이 행복할 수 있도록 멋진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해주고는 잔소리를 멈춘다.
내 초등학교 시절을 생각해 보면 고학년이 돼서야 대화장이라고 불리는 노트를 주고받는 게 전부였는데 요즘 아이들은 플러팅도 하고 썸도 타고 연애도 한다. 점점 가르쳐야 할게 많은 것 같아 머릿속이 복잡해지지만 순수한 아이들의 모습은 순수한 시선으로 바라봐주기로 마음먹는다. 일단 지금까지는 그 아이에게 줄 빼빼로를 사야 한다기에 장 볼 때 빼빼로를 사는 엄마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