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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시간 Dec 07. 2023

김장 김치만 네 통째

"올해는 김장 언제 하세요?"

"김치 좀 나누어 줄게 통만 가지고 와요."

"김치 보낼게. 오늘 보냈으니까. 김치냉장고에 잘 정리해 둬."

  11월 쯔음부터는 주변이 온통 김장 얘기다. 주말마다 한 명씩 김장을 하고 와 팔이 아프다고 이야기하기도 하고 이야기할 화두가 없을 때 몇 포기나 하는지, 무슨 김치를 하는지 묻기도 하고, 열심히 담근 김치를 나누어주기도 한다. 3-4년 전까지만 해도 이런 얘기에 관심이 없었는데 부모님이랑 김장을 하지 않게 되면서 김치를 나누어준다고 하면 덥석 덥석 받아온다. 그렇게 김치냉장고에는 아이와 나 둘이서 이번 겨울을 넘어 내년 김장철이 오기까지 먹을 배추김치, 총각김치, 고들빼기김치가 가득 쌓여있다.


  김장의 과정이 배추를 절이고, 소를 만들고, 김장을 하고, 통에 담는 몇 마디로 끝나는 것 같지만, 김장은 가을 훨씬 이전부터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어렸을 때는 부모님이 김장을 할 때 옆에서 맛있는 부분만 쏙쏙 빼먹으며 배추 위에 올린 수육과 김치만 즐기면 되었지만 지금은 그 고단함을 안다. 김장은  쓴맛이 나지 않는 소금을 고르고, 고추를 말려서 빻고, 좋은 재료를 고르고 밤새 배추를 뒤집고, 김장이 끝난 뒤 며칠 동안 집안 구석구석에서 나오는 고춧가루를 닦고, 이 통은 누구에게 줄 김치, 저 통은 누구에게 줄 김치인지 각자의 주인을 정하는 것까지라는 것을. 요즘은 거의 절인 배추도 사고, 고추도 말리지 않지만 그래도 여전히 성인 대여섯 명이 필요한 작업임에는 틀림없다.


  이런 과정을 알기에 김치를 나누어 주는 정이 정말 고맙다. 김장을 하면 으레 주변 사람에게 나누어주는 문화가 있기는 하지만 그 주변 사람에 내가 포함되어 생각해 준다는 사실 자체가 감사하다. 모든 외로움을 혼자 감당하고 살 수 없기에 때때로 다른 사람들이 나누어준 정을 보며 안도한다. 나도 어떤 곳에 속해 있구나 그래서 도움을 받고 있구나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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