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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시간 Mar 26. 2024

매일 아침은 솥밥으로 먹기

아이와 둘이 사는 생활

명란솥밥
연어솥밥
소고기 가지 솥밥
콩나물 솥밥
토마토 소시지 솥밥

개학을 하고 업무가 너무 바빠지면서 퇴근이 늦어지게 되었다. 매일 9시, 10시까지 혼자 밥을 차려먹고 씻고 공부를 하는 아이를 홈캠 카메라로 힐끗힐끗 보면서도 이내 시선을 거두어 모니터로 옮겨야 하는 상황 자체가 아이와 나 모두에게 가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야 할 일의 양은 언제나 넘치고, 언제나 동동거리고, 언제나 바삐 움직이며 화장실을 한번 갈 때에도 최대한 모든 일을 처리하며 효율적으로 가고 있는데 아직도 다 끝내지 못하는 걸까.


이렇게 죄책감, 자괴감만을 느끼면서 지낼 수는 없기에 아침이라도 잘해 먹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정한 것 솥밥. 아침에 설거짓거리도 적게 나오면서 여러 가지 반찬을 펼치지 않아도 되는 메뉴를 찾다가 솥밥이 생각났다. 인터넷에 검색하고 책을 찾다 보니 콩나물 솥밥, 버섯솥밥, 미나리솥밥, 고등어솥밥, 연어솥밥, 명란솥밥, 소고기솥밥, 전복솥밥 등등 레시피도 무궁무진했다. 전날 쌀을 씻고 다시마를 넣어 불려놓는다. 재료는 미리 다 손질을 해놓고 꺼내기 좋게 한통에 담아놓는다. 아침에 일어나서 전날 준비해 놓은 재료를 몽땅 넣고 밥을 안치기만 하면 된다.


아침 먹으면서 학교생활은 어떤지, 요즘엔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이야기도 하고 뉴스도 본다. 아침밥의 따뜻한 기운이 아이의 몸 구석구석으로 갈 수 있기를 바라면서 다음 주 메뉴를 정한다.

연어초밥
새우 토마토 리조또
참치김밥

솥밥이 지겨울 때쯤에는 중간중간 다른 메뉴도 먹는다. 아침밥이 너무 맛있어서 학교 가서도 행복하다는 아이의 말 덕분에 힘들더라도 한동안 마음을 따뜻하게 채워주는 아침밥을 포기하지 못할 것 같다. 어제 내가 지쳐 잠들어 버린 사이 아이가 건조기에 넣어 놓은 빨래를 새벽에 일어나 개면서 아이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이 고마운 만큼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기만을 바라는 나의 간절한 마음이 밥을 통해 나타난다. 이 밥이 아이 안에 차곡차곡 쌓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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