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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단비 Mar 11. 2023

떼쓰는 아가라 다행이야

엄마 성장기

돌이 지날 즈음 아기의 의사 표현이 뚜렷해졌다.

그리고 하고 싶은 일이 맘처럼 되지 않을 때면 떼를 쓰기 시작한다.


원하는 걸 기어이 하고 말겠다는 뜻인 게다.

우리 아기보다 10개월 먼저 태어난 아기를 기르고 있는 친구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물어보니,

사진 한 장을 보내주었다. 떼쓰던 아기가 결국 엘리베이터 바닥에 대자로 누워 울고 있는  사진이었다.  올 것이 왔구나!


아이를 달래줄 것인가, 울도록 내버려 둘 것인가! 짧은 순간에 판단을 마치고 행동을 취해야 한다.

집에서는 그나마 통제가 되지만 사람 많은 곳에서 떼를 쓰기 시작하면 등에서 땀이 주르륵 흐른다.

아기의 원하는 바를 들어주지 못하는 건 대부분은 위험하거나 더러운 것이다.


시도 때도 없이 가파른 2층계단을 올라간다고 떼를 쓰거나 강아지의 물그릇, 사료 그릇 만지기 아니면 배변판 위에 앉아 놀고 싶어 하는 걸 못하게 할 때면 떼를 쓰고야 만다.

아마도 단비가 배변판 위에서 빙빙 돌며 똥 누는 모습이 재미있어 보였던 것일까?

봄비는 캣타워에서 손톱으로 자주 스크래쳐를 긁어댄다. 아기도 그 모습이 재밌어 보였는지 코알라처럼 캣타워에 매달려서는 봄비흉내를 낸다. 이럴 땐 위험해! 지지야!라고 수없이 외쳐보지만 아기에게 먹히질 않는다.


돌이 지나고 15개월이 되면서 아기의 언어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이제는 단비와 봄비의 물건을 만지고 싶으면 어느새 엄마의 손을 잡고 물그릇과 배변판 앞에까지 와서는 되려 먼저 '안 돼요'라는 옹알이를 하고 있다.

참 신기한 일이다. 앞으로도 이런 과정을 얼마나 반복해야 되는 걸까..?

나는 하루에도 수없이 아야야, 지지, 위험해를 반복하며 살아가고 있고, 아기는 수없이 떼를 쓰며 우는 일상을 살아가는 중이다.

누가 이기고 지는 문제가 아니기에 다시 오지 않을 이 시간의 굴레를 애써 웃으며 받아들일 뿐이다.




얼마 전 근무 중인 병원에 의사 선생님 지인분이 아기를 데리고 와 심장초음파를 보게 되었다.

어둡고 낯선 방 안에서 심전도 전극을 붙이고 초음파 프로브로 아기 가슴을 눌러가며 심장을 들여다보는 검사라 일반적으로는 아기가 보채기도 하고 울기도 하는데 아기가 너무 잠잠한 것이다.

"우리 아가는 순해서 평소에도 안 울어요."라고 엄마가 기특한 듯 미소를 띠며 얘기한다.

순간 참 부. 럽. 다.라는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심장초음파를 들여다보니 아기는 심각한 선천성 심장병을 갖고 태어난 것이다.


그렇다, 아기는 순한 게 아니라,

울어댈 힘조차 없는 무기력한 상태였던 것이다.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하게도 순간 부러웠던 마음들이 사라지고 내 아기의 우렁찬 떼쟁이 울음소리가 감사하게 느껴졌다.

울 수 있는 체력, 떼를 부릴 수 있는 힘.. 아기에겐 원하는 것을 얻어낼 수 있는 최선의 표현이 아니었겠는가!



아가, 힘차게 울고 떼쓰는 네가 엄마는 새삼 감사하게 느껴졌단다.

그리고 아픈 아가들이 잘 치료되어 울고 싶을 땐 우렁차게 울며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기를 기도했단다.

떼쓰는 아가라 정말 다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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