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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화 Apr 24. 2017

월요일 불면증

28시간의 일요일

‘월요일 불면증’ 이 이상한 증상은 두 번째 회사로부터 시작됐다. 첫 회사는 주말, 공휴일이 없었으니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도 몰랐고 눈을 뜨면 ‘다음날’이었으니 이 이상한 증상에 대해서 눈치챌 기회도 없었다.


두 번째 회사로 들어가고 아마도 2주 차부터 시작된 것 같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두 번째 회사는 주 5일을 일하고 주말을 쉬는 정상의 범주에 드는 회사였다. 다시 한번 얘기하지만 야근은 그 범주에 들지 못했다.


주 5일을 야근과 함께 매우 힘들게 달려서 늦잠을 잘 법도 하지만 토요일은 억울하게도 눈이 일찍 떠졌다. 눈은 떴지만 몸은 침대에 누워 한 참을 미적거린다. 오후에 잡힌 약속을 위해 느릿느릿 준비를 한다.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온다.


일요일은? 직장을 다니는 친구들 사이에 룰 아닌 ‘암묵적인 룰’이 존재한다. 월요일 출근을 위해 불가피한 상황을 빼고는 일요일은 약속을 잡지 않는다.


‘월요일 불면증’의 모순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쾌적하고 힘찬 출발을 위해서 일요일 약속을 잡지 않는 전제를 갖고있다. 일요일은 느지막이 일어나 휴대전화를 보면서 침대에 한참을 누워있는다. 역시나 늦은 아침 겸 점심을 먹는다.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서 휴식을 취하고 가족과의 화목한 시간을 보낸다.


일찍 잠들겠다는 다짐을 하며 침대에 누워 휴대전화를 본다. SNS를 둘러보기도 하고 게임을 하기도 하고 똑같은 상황을 여러 차례를 반복한다. 그러다 보면 시간은 어느새 일요일의 24시를 가리킨다.


지금 당장 안 자면 피곤한 것은 ‘내일의 나’라는 것을 알지만 쉽게 눈을 감지는 못한다.


시간은 계속 흐른다. 이미 월요일은 시작됐지만 눈을 감지 않았으니 일요일이 계속되고 있다고 스스로 우겨본다. 이미 시작된 월요일을 미룰 수 없으니 잠을 자는 시간을 늦춰서 월요일을 미뤄보겠다는 말도 안 되는 심산이다.


말도 안 되고 효율성도 없고 비합리적인 일이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그래도 미루고 싶은 걸. 28시간 의 일요일을 보내고 아침이 되면 피곤하고 퀭한 상태로 월요일을 맞는다. 피곤해서 다음 주 일요일에는 월요일 불면증을 이겨내리라 하지만 역시나 매주 반복되는 일요일은 동일선상에 놓여있다.


사실은 월요일 불면증을 이길 생각조차 없다. 오늘의 월요일도 월요일 불면증은 반복되고 있다. 매일이 일요일이었으면 좋겠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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