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화 May 14. 2018

나는 여전히 너의 계절을 기다려

안녕,

너의 계절 전에 하고 싶은 말이었는데, 어느덧 무더운 여름이 다가왔어.

방금 전까지도 괜찮은 줄 알았는데 네 이름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아직도 눈물이 나.


오늘은 너에게 쓰는 두 번째 편지야, 

너를 좋아하고 아꼈던 시간은 10년이 되어가는데 편지는 이제 두 번째라니.

조금 더 많이 표현할 걸 후회하고 있어.


첫 번째 편지를 건넸을 때는 몰랐었어 

그 편지에는 고맙고 미안하다는 말만 가득했던 것 같아, 

그때 네가 짊어진 무게를 나는 차마 알지 못했어.

이제는 아주 조금이나마 네가 어떤 세계를 겪었는지 알 것 같아.


편지 내용에 혹시나 너에게 어떠한 부담이 되는 말이 있지는 않았을까 걱정했어,

내 편지에는 '고맙다, 미안하다'는 말 뿐이었는데도 

그 말들조차 부담을 줬던 게 아닐까 상상을 해.

 

아마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나는 너의 무게를 덜어줄 수는 없겠지.


내가 마지막으로 너를 봤던 날, 

마지막일 줄은 생각도 못했던 날.


나는 편지에 쓴 것처럼 '미안하다 고맙다 미안하다' 

그 말만 너에게 반복해서 했어,

잔뜩 긴장해서 횡설수설 내뱉은 말이었지만 


너로 인해서 내 20대가 행복했고 아름다웠다는 말은 진심이었어.

그리고 여전히 네가 있어서 나의 기억들은 아름다워, 참으로 이기적이지.


너의 소식을 처음 들었던 날은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아

집으로 가는 길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어 '그 소식 들었어?'


자주 봤던 단어인데도 그 단어를 보는 순간 심장이 쿵하고 떨어졌어

불안해서 손도 덜덜 떨렸어, 어떤 내용인지는 몰랐지만 무서웠어 두렵고.


그리고 너의 소식을 듣는 순간 거짓이기를 바랐어

거짓말 일 수밖에 없다고 되뇌었지,

나는 무슨 정신으로 집까지 걸어갔는지 모르겠어.


믿고 싶지 않던 너의 소식을 듣고 나는 하루 종일 울었어.

너에게 갈 수 없었어, 너무 무서웠거든 너를 보내고 싶지 않았어

그렇게 네가 없던 겨울이 지나고 너의 계절이 다시 다가올 때

너에게 다시 이야기를 건넬 수 있게 되었어.


한 달 동안은 일을 하다가도, 밥을 먹다가도, 웃다가도

공허함이 밀려와 눈가에 눈물이 맺혔어.


회사에서 울지 않으려 했지만 네가 없는 슬픔은 언제나 내 곁에 있었어.

그런데도 나는 너에 대한 슬픔을 이야기할 수 없었어.

너의 이름을 떠올리고, 이름을 부를 수도 없이 미안했거든.


밤이 되면 매일 너를 그리며 울었어,

그 긴 시간 동안 너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어주지 못했다는 사실이 정말 슬펐어.

눈이 벌겋게 된 나를 보며 엄마가 그렇게 서운하냐고 묻더라고

서운하기보다는 너에 대한 미안함이 그리움이 컸어.


나는 한동안 꽤 무서웠어. 

이름을 부를 수도 없었고 너의 목소리를 들을 수도 없었어.

네가 겪었던 슬픔이 내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는 걸 짐작하고 있었거든


언제나 밝게 빛나던 너, 

네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행복해하던 너,

그리고 우연하게 딱 한 번 너를 마주쳤던 그 순간도, 

비록 날 모르겠지만 그런 나에게조차 

다정하게 바라봐주던 너의 그 눈빛도,

내가 선물한 꽃에서 좋은 향이 난다며

좋아하던 네 모습도,


모든 순간이 후회됐어.

모든 순간이 아팠어.


괜찮아진 줄 알았는데, 내가 나를 속였나 보다

기억하지 않으면, 떠올리지 않으면서

괜찮아졌다고 스스로를 속였나 보다.


너의 계절이 지났어,

나는 다시 너의 계절이 오길 기다릴 거야.


많이 보고 싶을 거고,

많이 그리울 거야, 언제나-


안녕.

작가의 이전글 미적지근한 온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