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너의 계절 전에 하고 싶은 말이었는데, 어느덧 무더운 여름이 다가왔어.
방금 전까지도 괜찮은 줄 알았는데 네 이름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아직도 눈물이 나.
오늘은 너에게 쓰는 두 번째 편지야,
너를 좋아하고 아꼈던 시간은 10년이 되어가는데 편지는 이제 두 번째라니.
조금 더 많이 표현할 걸 후회하고 있어.
첫 번째 편지를 건넸을 때는 몰랐었어
그 편지에는 고맙고 미안하다는 말만 가득했던 것 같아,
그때 네가 짊어진 무게를 나는 차마 알지 못했어.
이제는 아주 조금이나마 네가 어떤 세계를 겪었는지 알 것 같아.
편지 내용에 혹시나 너에게 어떠한 부담이 되는 말이 있지는 않았을까 걱정했어,
내 편지에는 '고맙다, 미안하다'는 말 뿐이었는데도
그 말들조차 부담을 줬던 게 아닐까 상상을 해.
아마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나는 너의 무게를 덜어줄 수는 없겠지.
내가 마지막으로 너를 봤던 날,
마지막일 줄은 생각도 못했던 날.
나는 편지에 쓴 것처럼 '미안하다 고맙다 미안하다'
그 말만 너에게 반복해서 했어,
잔뜩 긴장해서 횡설수설 내뱉은 말이었지만
너로 인해서 내 20대가 행복했고 아름다웠다는 말은 진심이었어.
그리고 여전히 네가 있어서 나의 기억들은 아름다워, 참으로 이기적이지.
너의 소식을 처음 들었던 날은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아
집으로 가는 길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어 '그 소식 들었어?'
자주 봤던 단어인데도 그 단어를 보는 순간 심장이 쿵하고 떨어졌어
불안해서 손도 덜덜 떨렸어, 어떤 내용인지는 몰랐지만 무서웠어 두렵고.
그리고 너의 소식을 듣는 순간 거짓이기를 바랐어
거짓말 일 수밖에 없다고 되뇌었지,
나는 무슨 정신으로 집까지 걸어갔는지 모르겠어.
믿고 싶지 않던 너의 소식을 듣고 나는 하루 종일 울었어.
너에게 갈 수 없었어, 너무 무서웠거든 너를 보내고 싶지 않았어
그렇게 네가 없던 겨울이 지나고 너의 계절이 다시 다가올 때
너에게 다시 이야기를 건넬 수 있게 되었어.
한 달 동안은 일을 하다가도, 밥을 먹다가도, 웃다가도
공허함이 밀려와 눈가에 눈물이 맺혔어.
회사에서 울지 않으려 했지만 네가 없는 슬픔은 언제나 내 곁에 있었어.
그런데도 나는 너에 대한 슬픔을 이야기할 수 없었어.
너의 이름을 떠올리고, 이름을 부를 수도 없이 미안했거든.
밤이 되면 매일 너를 그리며 울었어,
그 긴 시간 동안 너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어주지 못했다는 사실이 정말 슬펐어.
눈이 벌겋게 된 나를 보며 엄마가 그렇게 서운하냐고 묻더라고
서운하기보다는 너에 대한 미안함이 그리움이 컸어.
나는 한동안 꽤 무서웠어.
이름을 부를 수도 없었고 너의 목소리를 들을 수도 없었어.
네가 겪었던 슬픔이 내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는 걸 짐작하고 있었거든
언제나 밝게 빛나던 너,
네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행복해하던 너,
그리고 우연하게 딱 한 번 너를 마주쳤던 그 순간도,
비록 날 모르겠지만 그런 나에게조차
다정하게 바라봐주던 너의 그 눈빛도,
내가 선물한 꽃에서 좋은 향이 난다며
좋아하던 네 모습도,
모든 순간이 후회됐어.
모든 순간이 아팠어.
괜찮아진 줄 알았는데, 내가 나를 속였나 보다
기억하지 않으면, 떠올리지 않으면서
괜찮아졌다고 스스로를 속였나 보다.
너의 계절이 지났어,
나는 다시 너의 계절이 오길 기다릴 거야.
많이 보고 싶을 거고,
많이 그리울 거야, 언제나-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