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해낼 자리를 잃었다.
시어머니와 사이가 안 좋아진 이후로 나를 팔로우하는 아주버님 때문에 인스타에 나의 일상을 마음껏 올릴 수가 없어졌다.
어느 순간부터 블로그에 글을 쓰면 남편 핸드폰에 알림이 울리는지 바로 좋아요가 눌린다.
항상 글을 읽지도 않고 누르는 하트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될 테지만 가끔씩 이렇게 올라오는 심정을 토해내려니 불편하다.
잔잔한 일상에선 토해낼 말이 없다.
걱정, 불안이 엄습해 와야만 이 감정을 쏟아내 이내 안정적인 마음을 찾고 싶어 진다.
토해낼 자리를 잃고 오랫동안 감정을 꾸역꾸역 삼켰다.
아니 어쩌면 그동안 또 잔잔한 일상을 이어가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한동안 브런치라는 공간을 잊고 살았다.
친구들 덕에 '아 나도 작가지!' 깨닫고 판도라의 서랍을 열고 기억을 꺼냈다.
아마 몇 년 전에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작가에 도전할 때도 불안정한 마음에 토해낼 곳이 필요했을 테지.
작가의 서랍을 열어보니 미발행 글이 하나 있다.
(이 글도 언젠가 다시 꺼내 보면 손발이 오그라들겠지)
서랍 속 글은 마무리되지 않은 미완성 글로 끝났는데 그 이후 이야기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오래된 나의 퇴사 이야기였다.
글 속에는 육아로 인해 경력이 단절된 처절한 마음이 녹아있는 동시에
내가 얼마나 괜찮은 사람이고 대단한 사람이었는지 누구라도 하나 알아봐 주길 바라며
예쁘게 포장하려는 노력이 보여 손발이 오그라 붙다 못해 없어질 지경이었다.
이제는 학력이고 전공이고 아무짝에 쓸모없는 전업주부임에도 불구하고
한때의 영광스러운 기억을 버리지 못해 현실에 안주하지 못하는 것 아닐까.
어쩌면 나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다.
항상 돈이 필요해지는 시점이 되면 내가 한없이 작아진다.
이번에도 이사를 앞두고 가지고 있는 돈과 구할 수 있는 집의 괴리를 느끼며 내 존재가 한없이 작아진다.
내가 맞벌이라면 그깟 이자 내면서 못 살겠어?라는 마음이 들며 괴롭다.
나는 왜 항상 목이 마를까?
현실에 집중하지 못하고
지나간 과거를 후회하고, 다가올 미래를 걱정하느라 정신이 없다.
지금 집중해야 할 일이 있음에도
지난 말들을 후회하고, 앞으로 계획이 뒤섞여 일의 우선순위조차 얽혀버린다.
다시 일을 하고 싶고, 돈을 벌고 싶다.
아이 초등학교까지는 사교육 없이 내가 가르치고 싶다.
성공도 하고 싶고
아이도 잘 키우고 싶다.
아이를 두고 나가고 싶지만
내가 없는 공백을 생각하자니 이내 마음이 쪼그려 붙는다.
나는 왜 항상 목이 마를까.
지금 내가 집중해야 할 일이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