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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CY Apr 10. 2016

아, 사랑이 하고 싶다

화성에 도달하고 싶은 여자

 흐드러지게 핀 벚꽃은 벚꽃 놀이용이 아니라 그저 스쳐 지나가고, 금새 져버리는 풍경 일 뿐이다. 바쁜 일정 속에서 살았다. 하루도 쉴 틈 없이 일을 했고, 시간을 쪼개면 쪼갤 수록 여유나 욕구도 조각이 나서 사라졌다.

  혼자서 지내는 것이 도리어 편해진 지금에 문득 알람이거나 업무용 인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의 내 핸드폰을 보고 있노라니 한숨이 나왔다. 카페 옆자리에선 손 잡고 달콤한 대화를 나눈다. 한 여자는 남자친구와 콧소리 섞인 "자기야앙"을 연발하며 대화중이다. 저런 연애를 한 것이 언제 였더라. 불과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화성만큼이나 먼 거리처럼 느껴졌다.

 

 화성이다. 연애 혹은 사랑은 그만큼 멀리 있다. 서른 한살까지의 연애에서 내가 얻은 결론은 늘 실패 뿐이었다. 결론적으로는 그렇다. 좋은 추억도 있다. 하지만 늘 이별로 끝났으니 실패라고 생각한다. "좋게 끝냈어."라고 말해도 이별이 과연 좋은 것이 있을까? 그 끝은 늘 아프고, 쓰린데.

  화성으로 도달하기 위한 로켓을 쏘아댄다. 그러나  늘 고도 조절과 압력 조절에 실패해서 궤도에 도달하기도 전에 폭발 해 버리고 만다. 궤도에 진입해도 혼자 폭주를 하는 탓에 우주 미아가 되기도 하고. 사랑이라는 흥분제가 과도한 윤활유 역할을 하기 때문.

 그렇다. 모든 것은 그 두근거림 때문이다.

 

 두근거림은 밀당을 억제 시키고, 자제력을 제어한다. 기대감을 높이고, 연애에 대한 환상을 주입한다. 그래서 남자들은 결국 질리고 만다. 그 과정 속에서 나는 분해된다. 게다가 누군가 옆에 있어도 유발 되는 불안함과 외로움들은 균열을 일으킨다. 그렇지 않은 연애를 하고 싶지만 그렇지 않은 연애가 있을까?


 사랑이 하고 싶은데 사랑이 두렵고,

 내 심장이 뛰는 것이 무서운 서른 한살.

 만개한 벚꽃이 내 심장에 자극제를 주입했으나

 휘둘리지 않을테다.

 '언젠가는 저 그림처럼 내 안에 벚꽃 피게 해줄

 남자가 자연스레 나타나겠지.'라고 나를 억제 시키고 있다.


 아. 이것도 환상인가.


     20160410 사랑 하고픈 열한시 칠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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