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iso Kim May 10. 2022

디즈니 Encanto와 페미니즘 교실

일본에서 영어 수업 만들어 나가기 

지난번에는 라푼젤의 <We've got a dream>을 썼었는데, 이번에는 Encanto의 <surface pressure>을 쓸려고 함...


페미니즘 교육 스터디를 하면서 이야기했다. 페미니즘의 페 자도 꺼내지 않은 페미니즘 교육이 가능한가? 나는 당연히 그렇다고 생각한다. 우리 수업은 영어 수업이고 사회문제를 이야기하는 수업이 아님. 동해 건너에는 이십대 여남이 박터지게 싸우고 있단다 이런 이야기 하고 싶지도 않고, 태평양 건너에는 Roe vs Wade가 뒤집힐 것 같아요 같은 얘기를 하고 싶지도 않음...


정말 페미니즘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서로를 찾아서 만난 게 아니라, 뺑뺑이로 돌다 보니 스무 명의 사람이 한 교실에 모였음. 그럼 여기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일본 교육과정이 사람을 무채색으로 만드는 거 같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한편으로는 정말 이렇게 가르치기 편한 학생들이 없다. 휴대폰으로 딴짓하거나 웹서핑하는 학생도 없고 기싸움 해야 하는 학생도 없다. 모두 성실하고 과제를 안 하는 학생은 정말 보기 드물다. 대신에, "여기 이 부분이 좋다고 썼네요, 왜 그렇게 생각해요?" 라고 물어봤을 때 보통 답을 잘 못 하고, 자기 자신에 대한 이야기도 잘 못한다.


이건 어디까지나 뇌피셜인데... 이 나라는 셀카 사진 올리면 "자의식 과잉이야" 같은 말 듣는다고... 그만큼 개인을 표현 못 하게 억압하는 사회라고. 메신저 프사도 자기 얼굴로 하면 이상한 사람이라고 한다. 그래서 학기 1/4동안 했던 건 고유한 자기 자신의 스토리를 쓰기였다. 부활동, 아르바이트, 취미, 좋아하는 걸그룹 등등... 그리고 그 스토리에 씌워지는 이미지나 편견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도 썼었다. 궁도부 활동하면 집중력 좋을 거라는 이미지가 있는데 사실 그렇지는 않고 산만하다든가... 치어리딩을 몇년간 했는데 그럼 활발한 학생으로 봐줘서 좋다든가 등등... 이 활동을 하는 데 라푼젤 <We've got a dream> 및 TED의 <The danger of a single story>가 큰 도움이 돼 줬음...


그래서 이제 2/4는 <Surface pressure>로 기대나 억압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뮤비 본 사람은 알겠지만 장녀/맏딸에 가해지는 기대와 억압에 대한 이야기임. 그런 것들이 일본 사회에는 뭐가 있는지, 자신이 마주하고 있는 기대/억압은 어떤 게 있는지,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 등등에 대해 서로 인터뷰하고 채팅창 기록을 남기는 게 학기 2/4의 과제...


사진: <Surface Pressure> 활동지 일부


그리고 나는 이 모든 이야기를 페미니즘 수업이라고 부르기는 어렵겠지만 페미니즘적 실천이라고는 얘기하려고. 사회의 기대, 억압, 고정관념, 편견 등을 인식하고 바꿔나가는 거, 다양성을 존중하는 법을 배우는 게 페미니즘 싶어서.


디즈니 페미니즘에 대한 비판 아주 많은 거 너무 잘 안다. 그런데 시작이라도 해 보기 위해서 꼭 필요함... 아니 제가 일본 남학생 16명 모인 영어 교실에서 낙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니? 하고 시작할 수 있겠습니까? 그건 불가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