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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ley Jun 19. 2016

치즈 대신 캐슈 타르트

비건이 아닌 비건스타일 캐슈 타르트

온전한 비건은 아니지만,

오븐없이 만들 수 있는 가벼운 "치즈" 타르트,

사실은 캐슈 타르트


재료를 준비한다.

나는 고기를 매우 좋아하는 미트러버 중 한 사람이다. 물론 할머니의 음식을 먹으며 자란 구수한 사람으로서 채소도 좋아하지만 고기를 아예 먹지 않는다는 것은 내게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어려서부터 '고기 반찬==맛있는 반찬'이라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이러한 식성 탓에 예전의 나는 채식이라는 것에 대해 무지했고 알려고조차 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지금은 채식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갖게 되었고 직접 채식을 하지는 못해도 채식주의자들을 이해하고 존중하게 되었다. 내가 이렇게 바뀌게 된 것은 벌써 2년이나 지난 어떤 날에서 시작되었다.


모래 같아 보이는 크러스트
손으로 꾹꾹 눌러 모양을 내준다.

호주의 외국인 노동자 대열에 합류하게 된 나는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열을 올렸었다. 시티 내의 거의 모든 가게의 문턱을 밟으며 이력서를 건넸고 차츰 외곽지역까지 그 영역을 넓히고 있었다. 여느 때처럼 나는 그 구획의 모든 가게에 이력서를 돌리고 있었다. 그곳은 반듯하게 쭉 뻗은 긴 거리에 줄지어있던 수많은 가게 중 하나였다. 옆으로 밀어서 여는 낡은 문을 낑낑대며 열자 이국적인 향신료 냄새가 코 끝을 간질였다. 그리고 호주 안에서도 더욱더 호주스러운 분위기가 나를 압도했다. 침을 한 번 꿀꺽 삼킨 나는 용기 내어 발을 내디뎠고 카운터에 서있는 족히 190cm는 넘을 것 같은 검은 머리의 남자에게 말을 건넸다.


"Hi How are you? I'm looking for a job right now. Is there any vacancy?"

"안녕? 나는 지금 일자리를 찾고 있어. 혹시 내가 일할 자리가 있을까?"


정도로 해석될 수 있을 거다.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 되게 정형화된 이 식상한 말로 첫 마디를 건넸다. 그 가게에 들어설 즈음의 나는 이 우수꽝스러운 말을 수도 없이 내뱉고 난 후였고 호주에 가져온 돈의 절반 이상을 지출한 상태였다. 즉, 내게는 일자리가 절실했었다. 곧이어 한참 아래에 있는 나의 두 눈을 바라보며 그는 친절하게 대답했다.


"이 카페는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운영되는 카페야. 그래서 봉급을 받는 사람은 고용하지 않아. 혹시 자원봉사할 의향이 있다면 일할 수 있는 요일과 시간을 말해줘. 스케줄을 체크해줄게"


그의 대답에 나의 뇌는 빠르게 돌아갔고 짧은 시간 동안 엄청난 고민에 빠졌었다. 가게를 쓱 둘러보니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호주인이었으며 커피와 음료를 파는 곳이었다. 그곳에서 자원봉사를 하게 되면 진짜 현지 사람들이 구사하는 영어를 배울 수 있을 것 같았고 커피 내리는 법도 배울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두 가지 모두 내가 호주에 와서 꼭 배우고 싶은 것이었고 갈망하던 바였다. 하지만 한동안 망설인 끝에 내 입이 내뱉은 말은 결국 "No"였다. 그때의 나는 돈을 벌 수 있는 일자리가 절실했고, 제대로 된 일자리 시간이 확정되지 않았는데 자원봉사 일정부터 잡을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아쉬운 마음으로 지금은 봉급이 있는 일자리가 꼭 필요해 자원봉사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친절하게 괜찮다고 말하는 그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끝으로 가게를 나섰었다. 나는 일자리를 먼저 구했던 언니에게 이곳을 알려주었고 결국 언니가 자원봉사를 하게 되었다. 직장을 잡은 후에도 계속해서 망설이던 나는 결국 그곳에서 손님 혹은 직원의 동생으로만 남게 되었다.


크리미한 캐슈필링이 완성되었다.
기호에 따라 필링의 양을 더 늘려도 좋을 것 같다.
상큼한 필링이 가득 찬 타르트 완성

언니가 자원봉사를 시작한 후, 그 가게가 정말 어떤 곳인지 알게 되었다. 그 향신료가 맴돌던 가게는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곳으로 식사와 디저트, 음료, 유기농 식자재 그리고 다양한 제품까지 판매하는 식료품점 겸 카페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비건이 뭔지도 몰랐던 나에게 이 카페는 참 신기한 공간이었다. 이후, 공교롭게도 언니가 이 카페 동료의 집에 살게 되었고 자연스레 채식에 둘러싸이게 되었다. 당연한 수순으로 나도 채식에 대해 이것저것 전해 듣게 되었고 접할 수 있게 되었다. 무조건적으로 채식에 대해 거부하던 내가 열린 마음을 갖게 된 것이다. 언니를 통해 그들이 채식주의자가 된 시작과 의도에 대해 들을 수 있었고 그들의 신념과 행동력을 존경하게 되었다. 그리고 육류 없이도 다양한 맛과 영양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호주에서의 마지막 한 달 정도는 나도 언니와 함께 그 집에서 살게 되었었다. 나도 집에서만큼은 채식을 했고 여러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 내게는 다름을 경험해 볼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호주에서는 이 카페나 집 이외에도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식품, 가게 등이 보편화되어있다. 내가 일하던 일식당이나 다른 식당에도 채식 메뉴 혹은 비건을 위한 메뉴가 거의 준비되어있었고 채식만 취급하는 식당, 상점도 많았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는 흔하게 접할 수 없었던 채식이 호주에서는 보편적인 것이었고 결과적으로 나도 채식과 친근해질 수 있었다.


캐슈 치즈 타르트 그리고 체리

호주에 다녀온 후, 채식에 열린 자세를 갖게 되면서 채식 조리법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채식 혹은 비건 요리에서는 동물성 재료를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에(채식에도 그 종류가 있지만 여기서는 편의상 동물성 재료라고 적었다.) 그 방법이나 재료가 내가 알고 있는 것과는 매우 다를 때가 많다. 계란 대신에 아마 씨와 물을 섞어 쓰는 등 대체 재료를 사용하기도 하고 생각지 못 했던 재료의 조합을 보여주기도 한다. 때로는 건강한 조리법, 식습관 등을 배울 수 있기도 하다. 때문에 채식주의자가 아닌 사람도 채식 조리법을 긍정적으로 수용하면 보다 다양한 음식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나도 오늘은 채식 조리법을 활용하여 치즈 대신에 캐슈넛으로 치즈 타르트를 만들어보았다. 평소 치즈는 많이 먹기엔 부담되고 보관도 나빠 집에서는 사용하기 꺼려지는 재료 중 하나였다. 그런 치즈 대신 캐슈넛을 사용해 더 쉽고 간단한 타르트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레시피에 끌렸었다. 하지만 나는 채식만 하는 사람은 아니므로 타르트 크러스트는 더 쉽게 만들 수 있는 비스킷, 견과류 그리고 버터를 사용한 방법으로 만들었다. (온전한 비건 레시피는 맨 아래 링크를 따라가면 된다.)결과적으로 크림치즈 맛과는 다르지만 크림치즈처럼 부드럽고 그보다는 더 가볍게(light) 즐길 수 있는 치즈 타르트가 완성되었다. 그 상큼함에 이끌려 계속 한 조각만 더, 조금만 더 하며 끌리는 타르트였다. 채식주의자가 아니어도 충분히 만들어 먹을만한 음식 인것 같다 :)


이 치즈 타르트 레시피는 내가 좋아하는 유투버에게 배운 것으로 맨 아래의 링크를 따라가며 온전한 비건 치즈 타르트를 만들 수 있다. (혹은 비건 비스킷과 코코넛 오일을 사용할 수도 있다.)


부드러운 달콤함


RECIPE

(지름 20cm 타르트 팬 분량)


크러스트 재료

다이제스티브 비스킷 120g

호두 40g

녹인 버터 50g

아가베 시럽 1/2Tbsp 혹은 생략


"치즈" 캐슈필링 재료

물에 불린 캐슈넛 3/4컵, 적어도 3시간 이상

아가베 시럽 1~2Tbsp (기호에 따라)

레몬즙 2Tbsp

바닐라 익스트렉트 1/4tsp


1. 비스킷과 호두를 푸드 프로세서에 넣고 모래 같은 형태가 될 때까지 갈아준다. (푸드 프로세서가 없다면 믹서기 사용하거나 지퍼백에 넣고 잘게 부순다.)

2. 갈아진 내용물에 녹인 버터, 아가베 시럽을 넣고 잘 섞어준다.

3. 잘 섞인 2를 타르트 팬에 담고 손으로 잘 눌러 타르트 크러스트 형태를 만든다.

4. 만들어진 크러스트를 냉장고에 넣고 적어도 1시간 이상 굳힌다.

5. 불려놓은 캐슈넛의 물을 따라버리고 캐슈넛만 준비한다.

6. 캐슈넛, 아가베 시럽, 레몬즙 그리고 바닐라 익스트렉트를 믹서에 넣고 부드러운 크림 상태가 될 때까지 갈아준다. (만약 잘 갈아지지 않는다면 물을 조금씩 넣어가며 간다.)

7. 굳힌 크러스트에 준비된 필링을 붓고 잘 펴준다.

8. 만들어진 치즈 타르트를 냉동실에 넣고 적어도 4~6시간 이상 혹은 하룻밤 동안 굳힌다.

9. 먹기 전에 미리 타르트를 꺼내두었다 먹는다. 기호에 따라 냉동 베리나 체리와 함께 먹는다.



비건 치즈타르트 레시피

http://www.hotforfoodblog.com/recipes/2014/5/12/raw-vanilla-cheezecake-with-chocolate-almond-cru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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