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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ley Apr 26. 2016

면접, 그 10분이란

그들 앞의 나는 수많은 검은 점 중 하나였을 뿐...

태어나서 처음으로 보는 면접을 앞두고 부지런을 떨었다.

처음으로 머리에 스프레이도 뿌려보고 참하게 화장도 했다.  

두 시간을 버스에서 보냈고 거금을 들여 택시까지 타서 도착했다.

생각보다 긴장되지는 않았지만 약간의 불안감이 감돌았고 소개할 글을 외우고 또 외웠다.


드디어 내 이름이 불렸다.

나는 인성검사를 먼저 보게 되었고 다른 방으로 옮겨졌다.

까만 옷을 입고 구두 소리를 내며 줄지어가는 우리의 모습이란 우스웠다.

우리를 비웃듯 창밖의 정원은 아름다웠고 하늘은 푸르렀다.

하지만 어느새 나는 자리에 앉아있었고 손에는 펜을 들고 있었다.

다른 기업 시험에서 봤던 것과 같은 내용의 질문이었다.

다만 조금 더 신중하게 대답했고 다시 한번 검은 물결이 되어 돌아왔다.

앉자마자 다시 불린 내 이름.


두 층을 올라가 같이 들어갈 운명에 놓인 두 명의 남자들과 나란히 앉았다.

간단히 인사 형식을 상의했고 우리의 차례는 다가왔다.

앞번호인 내가 자기소개를 시작했다.

내 입에서 나오는 외워진 문구들은 불협화음을 냈다.

분명 별로 떨리지 않았지만 내 목소리에는 떨림이 전해졌고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나조차도 모르겠었다.

이어지는 나에 관한 질문들.

내가 자기소개서에 쓴 연구에 대해 관심을 보이셨다.

하지만 그 질문들은 내가 직접 수행한 것과는 무관했고 대답할 수 없는 내용들이었다.

관심 사항을 충족시키지 못하자 기본적 전공에 대해 물으셨다.

맞는 대답을 했지만 논리적이지 못했다.

이어지는 질문들은 비교적 쉬운 질문들이었고 내 장점을 내세울 기회였지만 내 머리는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고 내 입에서는 나오는 데로 내뱉었다.

그렇게 시작과 결론이 다른 말들이 쏟아졌고 이따금 갈길을 잃고 말을 마무리짓지 못하는 나를 보는 면접관님은 이제 됐다. 알아들었다는 표정이었다.

속으로 이번 면접은 도저히 어렵겠다고 수없이 생각하며 다른 이들의 질문시간을 보냈고

그 후 다시 돌아온 마지막 기회마저 두서없이 날렸으며 기업 관심도에 대한 질문에 답변을 못했다.

마지막 말 또한 준비한 명언이 형태를 약간 잃었고 끝을 흐렸다.

불합격이 확실하다고 생각했지만 적어도 태도만은 잃지 않으려 했다.

나의 마지막 발악이었을까. 미소를 띠고 면접관들을 응시했다.

하지만 나를 바라봐주는 이는 없었고 나는 문을 나섰다.


오는 길 버스 안에서 일전의 질문들에 대한 대답이 쏟아져나왔다.

하지만 이는 내 머릿속을 맴돌 뿐 내뱉어질 수는 없는 말들뿐이었다.

돌아오는 터미널에서 삼분 차이로 못 탈 줄 알았던 버스를 탈 수 있었고.

적은 돈을 내고 일반석을 끊었지만 우등버스로 바뀌어 좋은 좌석에 앉을 수 있던 걸로 나의 운이 옮겨간 것일까.

왠지 모를 자신감이 있었던 나는 아직 부족했고 그들 앞에 선 나는 초라했다.

준비되었다는 소개와는 달리 준비되지 않았던 나는 담담히 뒤돌아설 뿐이었다.

날씨가 흐려졌다. 내 마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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