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발소에 고등학생처럼 보이는 남자 하나와 일고 여덟살쯤 되보이는 꼬맹이 손님 하나가 함께 들어왔다.
꼬맹이의 머리를 잘르러 왔다는데, 자리에 앉히고 보니 꼬맹이 머리 꼴이 더벅머리에 오랫동안 머리를 자르지 않아 귀를 덮은 숱이 많은 머리스타일이다.
형처럼 보이는 남자에게 셀프로 아이 머릴 감기라고 얘기해주고는 컷트할 준비를 하고 있는 사이 형처럼 보이는 남자가 꼬맹이 머리를 감기기 시작했다. 그러나 남자는 머리를 감기는건지 혼을 내는건지 모를만큼 꼬맹이를 쥐잡듯 잡기 시작했다. 꼬맹이가 머리 감는데 비협조적인걸 감안하고 들어도 듣기가 민망할 정도로 아이를 대하는 태도가 거칠고 모멸차다.
"똑바로, 똑바로 서라고 머리 숙이라고, 가만 있으라고, 똑바로 못해 똑바로 하라고 몇번을 말해야돼. 니가 평소에 머리를 잘 안 감으니까 이 모양으로 머리가 떡이졌지. 똑바로 똑바로 똑바로 하라고" 형처럼 보이는 남자의 목소리에는 잔뜩 화가 묻어있다.
아이가 힘들다고 몇번이나 얘기 했지만 꼬맹이의 모든 요구사항을 묵살하고 닥치고 가만 있으라는듯한 태도로 묵묵히 머리만 감겨댔다.
그렇게 거친 샴푸를 마치고 간신히 컷트를 마칠때까지 아이를 향한 함께 온 형의 꾸지람은 멈출줄을 몰랐다.
꼬맹이는 피부에 바리깡날이 닿지 않는데도 연신 흠칫 흠칫 놀라기를 반복했다.
오른쪽을 자를때는 오른쪽으로 고갤 숙이고 앞머리를 자를때는 앞으로 고개를 숙이고 꼬마는 머리 다듬는 내내 비협조적이고 불안해 보였다.
아이의 마음을 한번도 헤아려주지 않고 묵살하는 형으로 보이는 남자와 아이를 번갈아보며 머리를 자르다보니 아이가 하는 행동이 얼핏 이해가 갈 것도 같았다. 아이가 원하는 바를 형에게 말해 보지만 공허하게도 그 말은 금새 허공속에 삼켜져 버렸고, 아이는 계속해서 형 눈치만 보고, 형은 끊임없이 아이를 다그쳐댔다. 형의 말 속에는 아이의 말을 들어줄 생각따윈 전혀 없어 보였다.
내 어릴적 나를 대하던 가족이란 이름을 가진 사람들의 모습과 너무나 똑같은 형처럼 보이는 남자의 폭력적인 언행을 보고 있자니 가슴이 저려왔다.
눈만뜨면 조모, 부모, 그리고 형제들의 지적과 냉대와 무관심을 온몸으로 맞으며 살던 그 시절은 이미 오래전 일이 되었는데도 그 시절 매번 구박받던 때로 다시 되돌아간듯...온 몸이 아파왔다.
아이를 마구잡이로 혼내는 형의 메마른 말에도 분명 이유가 있겠지만...
아마도 형 또한 제 부모에게 공감받거나 이해받은 경험이 없다보니 제부모에게 받아오던 거친 언행을 나이터울이 많이 나는 동생에게까지 서슴없이 해대는 것이겠지만...그럼에도 정서적 폭력은 언제나 서글프게 다가온다. 정서적 폭력은 한 인간의 인생을 일그러지게 만드는 아주 나쁜짓이지만 세대가 변해도 변치않고 꾸준히 이어져 오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