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디자이너의 마음들]
체력이 너무 무너진 것 같아서 헬스장을 등록했던 대학생 마지막 졸업학기에, 줄곧 러닝머신으로만 운동을 하던 그에게 획기적인 아이템이 등장했다. 바로 “스텝퍼”라는 기구였다.
계단을 오르는 것처럼 생긴 기구에 올라가 한 계단씩 오르다 보면, 화면에 얼마나 올랐는지 높이가 표시되었고, 여러 유명한 고층 빌딩이나 시그니처의 높이에 비교해서 나타내기도 했다. 처음엔 쉬울 거라는 생각에, 간단한 스트레칭만 하고 시작했는데 몇 분 지나지 않아 허벅지가 얼얼해지는 것을 느꼈다.
계단만 오를 뿐인데, 이렇게 어려울 수 있을까 했지만, 끊이지 않는 계단을 오르는 기분은 마치 계속해서 런지를 하는 것과 비슷했다. 첫날이 지나고 다음날 아침, 스텝퍼의 효과를 톡톡히 맛봤던 것이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이젠 계단을 오르기보다 엘리베이터를 타는 것이 당연해진 나이지만, 가끔은 느리게 내려오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기보다 걸어가는 것이 빠를 것 같아서 사무실이 위치한 5층에서 계단을 타고 내려오기도 한다. 점심시간에 사람들이 몰릴 때면, 계단으로 가자고 팀원들을 데리고 가서 운동 아닌 운동을 하기도 한다.
계속 걸어가는 것, 그리고 계단을 오르는 것은 일정한 소리와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마음을 조금은 진정시키는 효과도 있는 것 같다.
스텝퍼처럼 멈추지 않는 일이 이어지는 경우, 그저 묵묵히 걷다 보면 2층, 3층, 10층 높이를 걸어간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빠르게 올라가는 계단에 숨이 차거나 당황스러울 때도 힘을 내서 다리를 올려 걷기 시작하면 1미터라도 먼저 오르게 된다. 그렇게 그는 오늘도 걷는 중이다. 내일이 되어 오늘을 돌아보면서 많이 왔구나 다독일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계단을 오르듯 하나씩 올라가면 어느새 이번 주가 끝나 있기를 기대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