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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owne Aug 11. 2023

헤어질 결심

말해질 수 없는 것에 대해

날 사랑한다고 말하는 순간 당신의 사랑이 끝났고,
당신의 사랑이 끝나는 순간 내 사랑이 시작됐죠

하지만 아무도 "사랑"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그건 말하지 않는 것이고, 말한 적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깊은 바닷속처럼 존재하되 존재하지 않는 것, 언어와 사유의 이전에만 존재하는 것, 발화될 수 없는 것, 끝내 통역하지 않는 것...


당신의 붕괴를 보여주었으니 당신의 붕괴를 되돌리기 위해 나의 붕괴를 보여주겠다. 우리가 왜 붕괴되어야 하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그 방식만이 허락된다면, 당신과 이렇게 헤어지는 것이 당신에게 영원히 남는 것이라면, 깊은 바다에 우리의 말들을 버려 우리가 말을 잊고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어진다면...




박찬욱은 여전했다. 색감은 살짝 낮춘 듯 했는데 그건 안개 때문인지도 모른다. 왕가위의 콘트라스트와 에드워드 호퍼의 쓸쓸함이 어른거렸다.


이 세계는 그저 안개와도 같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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