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에서 동양철학 공부를 조금이라도 했거나 책을 읽은 사람들이라면 한형조 교수를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가 오늘 별세했다. 향년 65세. 발표장에서 접한 그의 모습은 온화하고 차분했으며 편안한 경상도 말을 사용했다. 그 기억이 아직도 선명한데 이렇게나 급하게 떠나시니 황망하기 그지없다.
주자와 퇴계 등을 논하는 그의 글은 세련됐고 모던하며 매우 평이하다. 그의 글을 읽노라면 동양철학의 그 어떤 개념도 이해되지 않는 바가 없다. 가히 '학술적 내용의 대중적 글쓰기'의 전형이라도 해도 좋을 것이다. 그는 가파르게 이론을 세워 논쟁을 불러오는 분석적 스타일은 아니었다. 학문도 인품과 성격을 따라 간다.
부디 저 세상에 가시면 꿈에 그리던 주자를 만나 주자 본인이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물었다는 '저 하늘 너머에는 무엇이 있는지'를 한번 물어봐 주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