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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는 일

by 새벽

모든 기억하는 일이 사랑하는 일은 아니지만, 모든 사랑하는 일은 기억하는 일에 닿아 있다. 관심 있게 지켜보는 무언가를 기억하는 일은 자연스럽다. 하물며 사랑하는 누군가를, 사랑하는 무언가의 은 순간을 기억하지 못할 이유란 무엇일까. 영화 코코에서 매 순간 울려 퍼지던 'remember me'라는 노래를 떠올려본다. 비록 내가 떠나갈 지라도 나를 기억해 달라는 그 말은 어떤 의미일까. 나는 떠나더라도 너를 기억할 것이다. 너를 사랑한다. 너도 그랬으면. 너도 나를 기억해 줬으면. 너도 나처럼 나를 사랑해 줬으면. 기억할게, 라는 말은 내가 너를 사랑한다는 말의 또 다른 표현이 아닐까.


지나간 일을 생각할 때는 좋았던 장면만 떠오른다. 괴롭고 힘들어서 안녕을 고했던 사람이라도 조금 지나 보면 그럴 필요 있었나 싶을 정도로 좋은 기억만 남는다. 안 좋았던 일들을 떠올려 보고자 노력해도 사실 잘 떠오르지 않는다. 그 사람의 그런 모습들은 내가 사랑하지 않아서였을까. 사랑하지 않았던 일들은 기억나지 않았다. 그런데 유난히 안 좋았던 일들 하나하나 모두 기억나는 사람도 있다. 우리 마지막 날 어떤 대화를 나누고 어떤 장면에서 어떻게 행동했어야 했는지 몇 년이 지나도 어제 일처럼 생생히 떠오른다. 그때 그랬으면 어땠을까. 그때 그곳에 가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그럴 때면 나는 그 사람의 마지막 그 싫었던 모습까지도 사랑했었구나 느낀다. 헤어지면 안 되었을 시기였는데 그렇게 되었었구나 그런 생각을 한다.


자꾸 기억이 나던 사람을 몇 년 만에 다시 보게 되었을 때 나는 그를 더 기억하고 싶어졌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기억날 일이지만 사진도 더 많이 찍게 되었다. 함께 먹던 음식, 함께 갔던 장소, 그 속에 있던 그의 모습까지도. 자주 사진을 찍고 자주 사진첩을 열어봤다. 가끔은 아줌마처럼 동영상도 찍었다. 그럴 때마다 하나하나 모두 기억났으면, 이런 일들이 계속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졌다. 서로 처음 가는 장소에서는 이제 네가 이곳에 다시 올 때 내가 기억날 거라 얘기했다. 그는 그게 무슨 소리냐며 묻고는 했다. 다만 나처럼 그 역시 지금 사랑하고 있기를, 그래서 항상 이 순간이 기억났으면 한다고 답하지는 못했다. 그저 그런 게 있다며 말없이 웃기만 했다. 기억하는 일은 각자의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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