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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 Aug 04. 2024

이름

평온한 토요일 오전, 한참은 잠이 들어 깨고 싶지 않았을 때, 전날의 과음이 이유였는지 목 마름에 물을 찾아 마셨다. 다시 눕고자 할 때 핸드폰의 진동이 들렸다. 오래간만에 연락이 온 친구의 카톡 메시지, 다만 [부고]로 시작하는 제목에 조금은 신경이 쓰였다. 친구가 죽었나. 설마. 아니겠지. 다만 그랬다면 어쩔 수 없으니 일단은 다시 잠을 청했다.


신경이 쓰였는지 평소처럼 잠에 들지는 못했다. 다시 조금 이르게 일어난 뒤 신경이 쓰이던 핸드폰 전원 버튼을 눌러봤다. 아까 [부고]로 시작하던 메시지. 조금 긴장하고서는 조심스럽게 눌러서 그 알림을 열어보니 친구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내용이었다. 다만 부고의 주인공인 'OOO'님은 전혀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었다. 누구이신 줄 알지만 다만 이름은 전혀 처음 듣는.


친구 집에 가면 항상 반갑게 맞아주시던 그분은, 생각해 보니 이름을 알지 못하던 그분은, 내 어릴 적 항상 아들의 친구가 아닌 반가운 손님처럼 친절하게 나를 반겨주셨다. 정말 반겨주셨는지 당시 어린 나로서는 잘 알지는 못했을 것이나 내 기억 속에 아무런 의심은 없었으니 나로서는 실로 반겨주셨을 따름이었다. 어느덧 성인이 되었을 때도 몇 번은 아마 그 집에 갔었는데, 항상 반겨주시는 마음에 어느 때는 편하지 않을 정도의 반가움을 멀찍이 여겼었다. 어린 나로서는 때로는 철저한 무관심이 편하다고 생각할 때가 있지 않았을까.


그런 그분이 2024년의 어느 날 누구의 엄마, 어머니가 아닌 '고 OOO'님으로 내 핸드폰에 이름이 뜰 때 나는 생경함을 느꼈다. 숨만 쉬어도 더운 8월의 주말 낮에, 내가 좋아하는 가장 비싼 양복을 꺼내 입고서는, 많이 지나쳤지만 단 한 번도 들어가 보지 못한 연세대학교 장례식장에 들어갈 때, 나는 내 친구의 손님이었지만 어쩌면 그분에게도 단 한 번의 인사를 더 못 드리는 걸 아쉬워하는 그분의 손님이기도 했다. 아, 저도 요새는 그냥, 뭐 힘들기는 한데요, 다들 사는 게 그렇죠, 저보다는 얘가 더 좋게 사니까 부럽네요. 결혼식에서만 처음 봤던 내 친구의 배우자를 마주 보며, 나는 그분에게 해야 될 말을 전달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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