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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 Apr 29. 2020

카카오프렌즈

인터넷에서 '외국인이 느끼는 한국의 모습'이라는 유머 게시글을 봤다. 어디에나 카카오프렌즈가 있다는 내용도 그중 하나였다. 그렇지. 어디를 가든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를 쓰는 상품을 찾아볼 수 있다. 하물며 식당에 가도 '카카오페이 됩니다.'라고 쓰인 안내문에서 캐릭터를 발견한다. 캐릭터 디자인을 잘해서 인지 대한민국 누구나 카카오톡을 쓰다 보니 친근해졌는지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으나, 카카오프렌즈를 안 보고 지나가는 단 하루가 없을 정도다.


카카오프렌즈 샵에 가면 온갖 인형, 생활용품, 편지지, 하물며 의복까지 카카오프렌즈를 붙여 놓은 상품을 팔고 있다. 사실 가격만 놓고 보면 카카오 프렌즈 값이 꽤 나간다 싶다. 일반적으로 2만 원쯤 하는 물건이라면 카카오프렌즈를 넣고서는 3만 원쯤 한다. 그럼에도 날개 돋친 듯이 팔려나가는데 이를 두고 혹자는 카카오는 IT기업인지 캐릭터 장사꾼인지 그 정체를 의심하기도 한다. 내 주변에도 카카오프렌즈를 좋아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선뜻 지갑까지 여는 걸 보면 신기한 생각도 든다. 천성적으로 가성비 따위를 따지는 나 같은 사람들은 그렇게 느낀다.


문구점에서 노트나 편지지 따위를 고를 때가 있다. 카카오프렌즈는 로컬 문구점까지 침투하여 내 시선을 잠시 빼앗는다. 그 잠깐 뒤에는 이제 카카오 프렌즈가 아닌 다른 캐릭터들이 눈에 밟힌다. 약간 어설프기도 하면서 한참 유행이 지난 일본풍 캐릭터 같기도 한 그런 캐릭터들도 내 시선을 끈다. 동시에 그런 상품을 만든 어떤 공장 사람들을 생각해 본다. 무슨 마음으로 저 상품들을 만들었을까. 누군가 그런 캐릭터 상품을 좋아해 줄 거라 기대하며 마음 쓰지 않았을까. 안 팔릴 물건을 만든다고 생각하진 않았을 거다. 그 물건을, 또는 그 캐릭터를 좋아해 줄 어떤 아이를 생각하며 만들지 않았을까.


내가 보는 현실은 어떨까. 누가 저 이름 모를 캐릭터에 관심을 가져줄까 그런 생각이 먼저 든다. 상품에 인쇄된 큰 머리, 큰 눈의 발랄해 보이는 캐릭터는 신나 보였지만 이내 내 눈엔 슬퍼 보인다. 그 슬픈 눈이 내게 이야기한다. 다들 그러듯 너도 나를 외면할 거니? 손에 든 노트 내지를 넘길 때 조금 품질이 좋지 않다는 생각을 할 때도 있다. 표지를 덮으면 그 슬픈 눈의 캐릭터가 다시 말을 건넨다. 오늘 하루 한 번의 판매를 기다릴, 경제적으로 여유롭지는 못할 공장의 누군가들이 마음을 지나간다. 그런 생각이 겹치면 손에 든 노트를 선뜻 내려놓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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