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는 길, 비행기는 천천히 하강하며 착륙을 준비한다. 물론 내 눈에는 천천히 움직이는 그 상황도 시속 수백 킬로미터의 빠른 속도일 테지만. 조금씩 내려갈수록 먼지보다도 작았던 지상의 것들이 하나둘 인식 가능하게 다가온다. 움직이는 자동차, 건물이 모여있는 시내, 어디론가 이어진 도로들.
이동하는 자동차 한 대를 바라본다. 한참을 달려가는 곳은 어디일까. 시선을 따라가며 움직이는 모습을 구경한다. 그가 한참 지나갔던 거리를 내가 탄 비행기는 찰나에 스쳐간다. 더불어 그 차도 이내 내 시야에서 사라진다.
시내에는 차가 붐빈다. 손톱보다도 작게 보이는 차들은 도로에 멈춰있기도 줄 지어 이동하기도 한다. 비행기 창가에 이마를 대고 한참 보다 보니 조그만 것들이 그리들 바쁘게 다닌다. 사람들은 점보다도 작게 보인다. 보이는 것인지 아닌지 정확히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작다. 그 작은 점들끼리 여기저기서 서로 옥신각신하고 출근하고 퇴근하고 힘들다며 술도 한 잔 마신다.
하강하며 나는 잠시 절대자의 기분으로 지상을 굽어본다. 멀리서 보면, 높이서 보면 아무것도 아닐 텐데 산다는 게 그렇게 힘든 걸까. 작은 일에 벌벌 떨고 별 일 아닌데 서로 죽자살자 싸우는 꼴이란! 개미보다도 작게 보이는 저 미물들이 서로 편 가르고 나누고 돈이 많네 적네 다투니 우스운 일이겠지.
덜컹 소리를 내며 비행기 바퀴가 지상에서 구른다. 착륙 완료도 되기 전에 핸드폰 전원을 켜고 안전벨트를 푼다. 성미가 더 급한 사람은 일어서서 짐칸을 열어젖힌다. 나도 쫓기듯 일어나 줄 서서 내린다. 공항철도에서는 1분이라도 빨리 내려가려고 에스컬레이터 대신 엘리베이터를 탄다. 전철 문이 열리자마자 우르르 쏟아지는 인파를 스치듯 지나쳐 빈자리를 물색한다. 진동이 울리는 핸드폰을 보고 시시덕거린다. 하강하자마자 다시 가라앉고 묻혀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