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단어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새벽 Jun 06. 2021

하강

돌아오는 길, 비행기는 천천히 하강하며 착륙을 준비한다. 물론 내 눈에는 천천히 움직이는 그 상황도 시속 수백 킬로미터의 빠른 속도일 테지만. 금씩 내려갈수록 지보다도 작았던 지상의 것들이 하나둘 인식 가능하게 다가온다. 움직이는 자동차, 건물이 모여있는 시내, 어디론가 이어진 도로들.


이동하는 자동차 한 대를 바라본다. 한참을 달려가는 곳은 어디일까. 시선을 따라가며 움직이는 모습을 구경한다. 그가 한참 나갔 거리를 내가 탄 비행기는 찰나에 스쳐간다. 더불어 그 차도 이내 내 시야에서 사라진다.


시내에는 차가 붐빈다. 손톱보다도 작게 보이는 차들은 도로에 멈춰있기도 줄 지어 이동하기도 한다. 비행기 창가에 이마를 대고 한참 보다 보니 조그만 것들이 그리들 바쁘게 다닌다. 람들은 점보다도 작게 보인다. 보이는 것인지 아닌지 정확히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작다.  작은 점들끼리 여기저기서 서로 옥신각신하고 출근하고 퇴근하고 힘들다며 술도 한 잔 신다.


하강하며 나는 잠시 절대자의 기분으로 지상을 굽어본다. 멀리서 보면, 높이서 보면 아무것도 아닐 텐데 산다는 게 그렇게 힘든 걸까. 작은 일에 벌벌 떨고 별 일 아닌데 서로 죽자살자 싸우는 꼴이란! 개미보다도 작게 보이는 저 미물들이 서로 편 가르고 나누고 돈이 많네 적네 다투니 우스운 일이겠지.


덜컹 소리를 내며 비행기 바퀴가 지상에서 구른다. 착륙 완료도 되기 전에 핸드폰 전원을 켜고 안전벨트를 푼다. 성미가 더 급한 사람은 일어서서 짐칸을 열어젖힌다. 나도 쫓기듯 일어나 줄 서서 내린다. 공항철도에서는 1분이라도 빨리 내려가려고 에스컬레이터 대신 엘리베이터를 탄다. 전철 문이 열리자마자 우르르 쏟아지는 인파를 스치듯 지나쳐 빈자리를 물색한다. 진동이 울리는 핸드폰을 보고 시시덕거린다. 하강하자마자 다시 가라앉고 묻혀간다.

매거진의 이전글 카카오프렌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