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도전을 바라보는 평범한 직장인 남편의 이야기
브랜드를 정한 뒤에 세무서에 방문하여 사업자 등록을 하였다. 온라인으로도 할 수 있지만 직접 가서 직원분들께 문의하면서 등록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아서 가까운 세무서를 찾았다. 사업장은 별도로 임대하지 않았기 때문에 집주소가 되었고 신청서를 작성하고 준비된 것처럼 쉽게 사업자 등록증이 나왔다. 아내의 이름이 대표자로 명시된 사업자 등록증을 들고 나올 때의 아내의 당당한 걸음걸이가 나까지 설레게 만들었다.
상품을 온라인으로 판매하기 위해서는 사업자 등록뿐만 아니라 통신판매사업 신고를 해야 한다. 사업자등록증 사본, 도장, 신분증 등을 들고 구청에 가면 처리해준다. 여기에 향초의 경우에는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에 적용되고 이에 따라 지정된 검사 기관에 샘플과 함께 관련 서류를 작성해서 제출해야 한다. 검사비도 30만 원 이상으로 상당하다. 정부 규제가 많이 간소화되었다고는 하지만 처음 이런 서류를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벌써부터 지치는 것 같았다.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일을 마무리하고 나서 판매 현황을 알아보았다. 백화점에는 1층 화장품 코너 쪽에 향초와 디퓨져, 향초를 같이 판매하는 고급 브랜드들이 2~3개 정도 입점해 있었다. 하지만 온라인에서는 해외 직구로 들어온 고급 브랜드뿐만 아니라 대중적인 제품과 우리와 같이 소자본 창업을 하고 판매하시는 분들이 정말 많았다. 크리스마스, 밸런타인데이 같은 이벤트가 집중된 시점에는 소셜 커머스에 만원도 안 되는 가격에 수많은 향초 브랜드들이 판매를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오픈 마켓 등에 등록하고 판매를 하면 좋겠지만 이렇게 많은 브랜드 사이에서 우리의 제품이 얼마나 팔릴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온라인에서는 브랜드별로 특별함을 찾기는 힘들었고 대부분 보편적인 향과 색의 상품에 가격으로 승부하고 있었다. 소자본 창업가들은 대부분 2만 원 내외의 가격에 팔고 있다. 2만 원에 통상적인 마진율 30%를 생각하면 6천 원이 남는데 여기에 카드 수수료와 마켓 수수료를 빼면 사실 남는 금액이 2~3천 원 정도이다. 그렇다면 월 100개를 팔아도 20만 원을 버는 것인고 그렇다면 200만 원을 벌기 위해서 1000개를 팔려면 쉬지 않고 만들고 여기에 반품까지 관리해야 하는데 이건 이전보다도 더 여유 없는 삶이 되지 않을까 싶다.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서 대량생산을 하면서 효율을 높여야 할까? 대량 생산을 위해서는 장비도 그만큼 갖춰야 하고 재료도 많은 양을 구매해 놔야 한다. 그리고 사람을 고용하고 관리하는 것은 쉽지 않으며 이 많은 장비와 재료를 집에 놓고 다수의 사람들이 생산한다는 것은 분명 제한적일 것이다. 이 정도라면 현재까지 우리가 생각했던 수준의 투자가 아니라 임대료 보증금만 해도 수천이 별도로 필요하다. 대량생산이라는 것은 결국 주문생산이 아니라 선제작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불확실한 재고를 가지고 있는 것은 큰 부담이다.
그러던 와중에 아내의 친구들이 향초를 배울 수 있냐고 문의했다. 아내의 친구들은 아내처럼 향초를 직접 만들어 본 경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문적인 강의를 받고 싶어 했다. 이때 우리의 생각과 사업방향이 바뀌게 되었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니 향초를 사용하고자 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아내와 같이 창업을 목적으로 하지 않더라도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향초라는 아이템은 유지했지만 아내는 판매업이 아니라 공방으로 사업 방향을 바꾸기로 했다. 그렇다고 판매를 완전히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준비해서 주문제작 고급 향초를 판매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