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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창업했다 10

아내의 도전을 바라보는 평범한 직장인 남편의 이야기

첫 번째 수강생을 받다


공방으로 사업 방향이 바뀌다 보니 지금까지 진행해온 모든 부분에서 수정이 필요했다. 


블로그 콘텐츠는 판매 상품보다는 강좌별로 어떤 향초를 만들 수 있고 어떻게 수업이 진행되는지로 조정하였다. 상품 판매만을 할 때 반품을 받는 용도 정도였던 위치정보가 공방을 할 때는 중요했다. 공방은 고객이 직접 우리의 사업장으로 와야 하기 때문에 우리의 블로그뿐만 아니라 주요 포털 사이트에 위치정보를 등록이 필요했고, 근 거리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주요 고객이기 때문에 주변 지역명을 태그로 넣었다. 


방 하나는 수업을 위한 공방으로 다시 꾸미게 되었다. 수업을 위한 책상/의자 등의 가구뿐만 아니라 수강생들이 사용할 제작 도구도 여러 세트가 필요했다. 가구를 사기 위해 방문한 이케아에는 디자인과 가격 모두 마음에 드는 상품들이 많았지만 자가 차량으로 옮기고 직접 설치까지 하는데 꼬박 이틀이 걸린 것 같다. 다양한 가구를 직접 보고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지만 이케아가 아니더라도 저렴하고 좋은 가구점이 많다는 것을 알고 나서부터는 경기도 근교의 가구점 아울렛을 이용하였다. 


작은 방 안에 수업을 위한 책상과 의자만 배치해도 좁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하지만 여기에 다양한 왁스와 포장재/재료를 보관하기 위한 컨테이너들도 수업할 때 필요한데 동선을 고려해서 배치하는 게 쉽지 않았다. 할 수 없이 재료와 일부 진열장은 거실에 배치하였고, 방문하는 고객 입장에서 창고처럼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 수납장을 구매해서 그 안에 정리하였다. 


할 줄 아는 것과 할 줄 아는 것을 가르쳐 주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혼자 집중해서 만들 때 잘되던 것도 수강생에게 알려주면서 만들면 왁스를 녹이는 시간이 지나거나 중간단계를 빠뜨리기도 한다. 수강생이 2명 이상이 된다면 수강생 간의 성취도도 분명히 다를 것이고 다 한 사람이 기다리게만 할 수 없기 때문에 잘하는 수강생은 다음 단계를 진행하게 하고 뒤쳐진 수강생은 쫓아갈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 이런 부분이 걱정이 되어서 아내에게 꼭 테스트 수업을 하도록 권유했다. 


첫 번째 테스트 수업은 아내에게 향초 제작을 배우고 싶다고 했던 친구들이었다. 친구들이었지만 테스트를 위해서 존댓말을 쓰면서 정해진 커리큘럼을 진행했다. 친구들에게는 오히려 난감한 질문이나 의외의 돌발 행동을 하도록 부탁하였다. 실제로 수업을 진행해보니 예상했던 것보다 많이 늦게 끝났고, 의외의 질문에 대해서 대응을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가족뿐만 아니라 향초 공방 동기들 등 주변 지인들에게 여러 번 연습하면서 첫 번째 수강생을 기다렸다. 


기다리는 기간 동안 아내는 내색하지 않았지만 얼마나 초조하고 힘들었을까 싶다. 하루하루 방문자 수가 몇 명인지 그리고 좋아요를 누르는지 댓글을 남기는지를 보고 좋았다 아쉬웠다를 반복했다. 그래도 지치지 않고 두 달 이상을 꾸준히 포스팅한 덕분에 수강 문의가 조금씩 들어왔고 드디어 첫 번째 수강생을 받게 되었다. 첫 번째 수강생이 오기 전 날 아내는 우리 집 현관문에 조그마한 우리 상호를 부착하였다. 


수강생 분은 하루 과정을 등록하셨는데 수업하는 내내 직접 만든 향초에 만족하였고, 3시간 수업이 끝날 때는 아쉬워 하시며 전문가반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셨다. 첫 수업이 끝난 뒤 아내와 함께 공방을 정리하면서 마신 맥주 맛은 잊을 수 없다. 그날은 아내도 활짝 웃으면서 하루를 마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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