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RNA 분자 수준에서 특징을 공유하는 정신질환
대부분의 의학적 장애는 세포, 조직, 체액에서 볼 수 있는 잘 정의된 물리적 특징으로 정의되지만 정신질환은 이런 병리학적인 특징이 아니라 행동을 관찰을 통해 정의한다. 대표적인 정신질환인 정신분열증, 양극성 장애(bipolar disorder)와 함께 역시 대표적인 발달장애인 자폐증이 분자 수준에서 유사성을 보인다는 이번 연구는 해당 장애의 원인과 치료법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전 글 중에 정신분열증과 자폐증의 유사성을 다룬 적도 있지만 이번에는 그 연관성이 분자 수준에서 확인되었다는 점에서 다시 한 번 관심을 끌고 있다.
UCLA가 주도한 이 연구는 2월 9일 사이언스[1]를 통해 발표되었고 자폐증, 정신분열증, 양극성 장애가 분자 수준에서 특징을 공유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구체적으로는 뇌에서 발현되는 유전자의 패턴과 같은 일부 물리적 특징을 공유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연구에 참여한 과학자들도 이 정신질환들에서 보이는 중요한 차이는 유전자 발현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UCLA 자폐증 연구 및 치료 센터(UCLA Center for Autism Research and Treatment)의 소장이자 저명한 신경학, 정신의학, 인간 유전학 교수인 대니얼 게쉬윈드(Daniel Geschwind)는 이번 발견이 해당 장애의 분자적, 병리학적 특징을 제공해주는 큰 도약을 제공했다고 하면서 이제 우리가 직면한 주요 과제는 이런 차이가 어떻게 발생하는지를 이해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과학자들은 유전 물질에서 발생하는 특정 변이가 정신적 장애를 유발하는 위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DNA만으로는 전체 그림을 설명할 수는 없었다. 실제로 신체의 모든 세포가 동일한 DNA를 가지고 있는 것과는 달리, RNA 분자는 DNA에 적혀있는 지시사항을 읽고 신체의 다른 부분에서 다른 유전자를 발현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게쉬윈드와 함께 논문의 수석 저자이자 UCLA 정신의학 및 생물 행동과학과 조교수인 마이클 갠들(Michael Gandal)은 인간 뇌 조직의 RNA를 자세히 관찰하면 이 정신질환들에 있어 분자 수준의 프로파일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추론했다.
이어 연구팀은 자폐증, 정신분열증, 양극성 장애, 중증 우울증, 알코올 남용 장애 등을 앓다가 사망한 환자의 뇌에서 채취한 700개의 조직 표본에서 RNA를 분석하여 정상 뇌 표본과 비교했다. 그 결과 분자 병리학으로 자폐증과 정신분열증과 같은 뚜렷한 차이를 보이는 장애가 사실은 상당한 수준의 중첩된 특성을 가지고 있음을 볼 수 있었고 더 나아가 특이한 점으로는 중증 우울증의 경우 다른 장애에서 볼 수 없는 분자적 변화가 있었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게쉬윈드는 뇌에서 관찰되는 이런 분자 변화는 유전적 원인에 따른 것이지만 아직도 어떤 유전적 요소가 이런 변화를 가져오는지에 대한 메커니즘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하면서, 이제 약간의 원인을 알게 되었고 이번 연구에서는 그 결과를 보여준 것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그 이면의 메커니즘을 이해할 수 있다면 그 결과를 변경할 수 있는 능력을 개발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2]
정신질환에서 RNA의 역할을 분자 수준에서 규명하면 원인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그 메커니즘을 이해하면 치료법까지 제시할 수 있는 매우 희망적인 연구 결과가 발표된 것이다.
1. http://science.sciencemag.org/content/359/6376/693
2. https://www.sciencedaily.com/releases/2018/02/180208141346.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