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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n Lee Oct 18. 2016

자폐증을 치료하는 자기장

경두개 자기 자극(TMS) 치료 - 자기장을 이용한 자폐증 치료

두뇌(전두엽)에 자기장으로 자극을 주면, 두뇌의 신경세포의 기능에 변화를 유발해 비정상적인 행동을 보이는 환자의 행동을 완화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 이것은 경두개 자기 자극(Transcranial Magnetic Stimulation, TMS)이라는 치료법을 이용한 것으로 핵심 원리는 외부에서 강력한 자기장을 두뇌에 가해 신경세포의 기능을 변경시키는 것이다. 


기분과 생각을 통제하는 기계?


TMS는 우울증 증세를 개선시키기 위해 두뇌의 신경세포에 자기장을 가해 자극하는 치료법이다. 지금까지는 주로 치료가 효과적이지 않은 만성 우울증 환자에 적용되어 왔다. TMS 치료에서는 전자기 코일을 이마 쪽 두피 가까이 접근시킨다. 전자기파는 고통 없이 자기장 펄스를 발생시켜 두뇌에서 기분을 조절하고 우울증을 유발하는 영역의 신경세포를 자극한다. 또한 우울증으로 인해 활동이 저하된 두된 영역의 재활성화시키는 기능을 할 수도 있다. 이런 치료를 여러 차례 반복 수행하는 것을 rTMS(반복적 경두개 자기 자극)이라고 한다. 이 rTMS가 생물학적으로 어떻게 작용하는지 아직 완전히 이해되지 않고 있지만 결과는 우울 증세를 완화시키고 기분을 개선하는 등 두뇌의 동작에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1]


Transcranial magnetic stimulation (schematic diagram)


재미있는 사실은 외부에서 자기장을 통한 자극으로 두뇌의 활동이 변경되고 개선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으로 전자기파가 인체의 전기 회로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간접적으로 증명한 것이다. 따라서 전자기파에 노출이 증가하고 의도와 무관하게 많이 사용하는 현대 사회에서 두뇌의 기능에도 어떤 부작용을 가져올 수도 있지만 비정상적인 두뇌 활동을 개선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열어주고 있다. 따라서 관련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그중에 하나를 살펴보면, 자폐증의 전형적인 증상을 보여주는 유전 질환을 대상으로 효과를 측정한 것이다.  


취약X증후군(FXS)는 지적 장애를 유발하는 가장 흔한 유전질환이다. 쥐를 이용한 전기생리학(electrophysiologic) 실험 데이터는 취약 X 정신지체 단백질이 피질 간 흥분도(intracortical excitability)와 신경연접의 가소성(synaptic plasticity)에 영향을 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피질의 과흥분을 관측할 수 있고 신경연접의 강도에서 사용 의존적(use-dependent) 장기 강화(long-term potentiation, LTD)와 장기 억압(long-term depression, LTD)이 비정상으로 나타난 것이다. 동물 실험이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고 해도 FXS를 비롯한 기타 신경발달장애는 인간의 병으로 피질 흥분도와 가소성 등이 어떻게 인간에 영향을 주는지 평가할 필요가 있다.


최근 들어 경두개 자기 자극 치료는 쌍을 이룬 펄스 자극을 사용하여 피질 흥분도를 탐사하는 비침습적인 방법으로 개발되고 있다. 또한 LTP나 LTD와 같은 신경연접(synapse) 가소성의 체내 반응을 탐지하는데 사용되는 세타 집중 자극(Theta Burst Stimulation, TBS)을 대체하기도 한다. 며칠 동안 연속하여 측정한 TBS는 첫 번째로 유도된 가소성에 이어 두 번째 변화를 일으키는 신경연접의 능력인 메타가소성(metaplasticity)을 측정하는데 사용될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 완전 돌연변이 FXS를 지닌 여성,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 참가자, 정상 통제군 간에서 피질 간의 억제(inhibition), 가소성, 메타가소성을 분석했다. 결과는 FXS에서는 피질 간 억제가 정상 수준이지만 가소성과 메타가소성은 비정상으로 나타났다. ASD의 경우에는 가소성과 메타가소성에서 비정상을 보인 것은 물론이고 피질 간 억제에서도 불균일한 모습을 보였다. 본 연구는 비침습적 신경생리학적 치료법이 동물뿐만 아니라 신경발달장애를 가진 인간에게도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으며, FXS, ASD 등이 피질 기능 이상과 직접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시켜주는 것이다. [2]


이처럼 동물 실험에서 확인된 바 있는 외부 자기 자극을 이용한 두뇌 가소성을 유도한 것을 사람에게도 적용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이 연구에 이어 이미 자폐증 치료에 TMS를 적용한 사례도 찾을 수 있다.


자폐증에 적용된 경두개 자기 자극(Transcranial Magnetic Stimulation, TMS) 치료


켄터키주 루이스빌 대학(University of Louisville)의 과학자 이스테이트 사카지(Estate Sokhadze)는 TMS를 이용해 자폐증이 있는 12세의 소년 윌 랍슨(Will Robeson)을 치료하고 있다. 윌은 지금까지 여러 해에 걸쳐 40회의 TMS를 받았다. 


윌 랍슨과 TMS를 시술하는 이스테이트 사카지

윌은 8세 때 처음으로 치료를 받았으며, 그 당시 어휘력은 제한적이었고 팔을 반복적으로 움직이면서 엘리베이터에 탑승을 거부했다. 윌의 할아버지는 사실상 윌이 안갯속에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고 회상했다. 처음에는 18주마다 TMS 치료를 받았고 최근에는 '강화(booster)' 치료를 받고 있다. 임상 결과를 보면, 과잉행동과 반복적인 행동을 다소 진정시킨 것을 알 수 있다. 아직까지 정상적인 대화를 하지 못하지만 다른 사람들에 대한 관심을 더 많이 보이고 학교에서 문제 행동도 더 잘 통제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한 그의 할아버지는 "TMS가 윌을 진정시켰다. 실제 세계로 나가는 여정을 시작하게 해주었다"라고 덧붙였다.


무수한 가능성과 잠재력을 지닌 이 비침습적이며 약을 사용하지 않는 치료는 부작용도 적지만 어떻게 효과를 보이는지 거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신경생리학자 마이클 플랫(Michael Platt)이 말했다. TMS를 사용한 소규모 연구들에서 얻은 결과만 가지고서는 치료 효과가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전반적인 결과는 상반되고 혼합되고 있어 일부 자폐성 장애인에게 효과를 보일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따라서 모든 자폐증 환자에게 전반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전기 치료의 역사


전기를 이용한 치료는 로마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당시에는 전기뱀장어가 든 욕조에 두통 및 기타 통증 환자를 들어가게 했다. 1700년대 알레산드로 볼타(Alessandro Volta)가 스스로 만든 전지를 이용해 자신의 근육, 눈, 귀 등에 전기를 통하게 했다. 20세기 들어 신경세포가 전기 신호를 이용해 통신한다는 사실을 밝혀낸 과학자들은 전기경련(electroconvulsive) 치료라고 알려진 방식으로 중증의 우울증 치료를 시도했다. 1985년에 마이클 패러데이의 전자기 유도 이론을 적용한 TMS가 개발되었으며 두뇌 자극 치료의 또 하나의 방법이 되었다.


기본적인 이론은 강력한 자석으로 두뇌 주변에 자기장을 형성시켜 그 지역 신경세포의 전지적 활동을 변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 결과 임시적으로 두뇌 세포 간의 통신 방법이 재조직되는 것이다. 하지만 발작(seizure)을 유발하기 위해 두피에 직접 전극을 삽입하는 전기경련 치료와 달리 TMS는 두뇌의 한 영역을 표적으로 삼을 수 있고 보다 정확하게 두뇌의 기능을 변경시킬 수 있다. 또한 잔인한 이미지가 동반되는 초기 전기경련 치료에 비해 두뇌의 손상이 적고 기억상실이나 인지 문제 등을 일으키지 않고 고통이 없다. 부작용으로는 두통, 약간의 근육통이 보고되고 있으나 일부에서는 치료 도중에 발작을 일으킨 경우도 있다. 


TMS는 신경세포의 활동을 자극하고 이미 활성화된 세포의 신호 패턴을 변경시킬 수 있다. 또한, 비침습적인 치료 방식은 우울증, 정신분열증, 간질, 강박충동장애와 같은 두뇌 회로의 비정상적인 기능에 관련된 신경정신 질환에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호홉과 심박수 측정 장치를 연결하는 사카지

1990년대 과학자들은 반복 TMS를 우울증 치료에 시도했다. 2007년 미국 식품의약국은 약이나 상담으로 호전되지 않는 우울증 환장에게 TMS 치료를 허용했다. 이후 만성통증 치료나 뇌졸중 회복 등에 적용되기도 했다.


핵심 메커니즘은 균형 유지


정상적인 두뇌에서 신경세포는 흥분과 억제 간에 영구적인 균형을 잡는 역할을 한다. 과도한 억제는 우울증을 가져오는 반면 과도한 흥분은 자폐증과 간질을 일으킨다. 자폐증 환자의 많은 수가 발작을 보이고 접촉이나 소리에 극도로 민감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설명할 수 있다. 특정한 행위에 특화된 세포는 신경망을 자극하거나 억제하면서 전체적인 균형을 유지한다. 자폐증의 경우 TMS는 흥분과 억제 사이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TMS가 유도하는 소량의 전류는 신경세포의 전하를 바꾸고 화학 전달물질을 방출하여 두뇌의 먼 곳으로 신호를 보낸다. 고주파 자극은 흥분 활동을 고조시키고 저주파는 억제 활동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추정된다. 플랫이 수행한 실험의 초기 자료를 바탕으로 TMS는 사회성과 관련된 두뇌 영역의 흥분도를 상승시키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예측할 수 있다.


반대로 윌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저주파를 통해 배외측 전전두엽 피질(dorsolateral prefrontal cortex)을 자극할 경우, 과잉행동을 억제할 수 있다. 이 영역은 계획, 추상적 추론 등 고도의 기능을 수행하는 곳이며 두뇌 표면과 가깝기 때문에 TMS로 쉽게 자극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두뇌 심층부와도 연결성이 뛰어난 곳이다. 따라서 이 지역의 기능에 변화는 두뇌 전반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


극명한 변화


TMS가 최고의 효과를 보일 경우 그 변화는 극적이다. "내 눈을 봐(Look Me in the Eye)"라는 베스트셀러 작가 라비슨(Robison)은 2008년 보스턴에서 TMS 임상에 참가한 바 있다. 임상에 참가하기 전 라비슨은 다른 사람의 감정을 헤아릴 수 없었다. 세상은 흑과 백으로 이루어진 것 같은데, 사람들은 빨강, 파랑, 녹색을 얘기하는 것이 이해되지 않을 때 화가 났다고 말한 그는 TMS 치료를 받은 후 그런 색깔이 실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회상했다. 첫 번째 치료에서 그 효과는 1~2일밖에 지속되지 않았지만 또 다른 세상을 지각한 것은 삶을 바꾸는 경험이었다. 이후 2009년 2010년 연속으로 TMS 치료에 참여한 그는 2016년 초에 출간된 "스위치드 온(Switched On)"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자신의 경험을 표현했다. 물론 이런 극적 변화가 모든 자폐성 장애아에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라비슨의 경우가 예외일 수도 있다. [3] 


아직 많은 실험과 증명이 필요한 상태지만 자기장을 이용하여 자폐증을 비롯한 정신적 장애를 치료하고 더 나아가 두뇌의 기능을 변경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약물을 이용한 치료가 부작용을 안고 있는 것을 고려한다면, 반복 자기장 치료가 보다 안전하게 접근할 수 있는 치료법이 될 수 있다. 관련 분야의 의사, 과학자, 엔지니어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한다.



1. http://www.mayoclinic.org/tests-procedures/transcranial-magnetic-stimulation/home/ovc-20163795

2. 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3059673/

3. https://spectrumnews.org/features/deep-dive/magnetic-promise-can-brain-stimulation-treat-autism-2/




용어설명


신경연접(synapse, 시냅스) 가소성: 감각, 또는 활동에 따른 주변 환경에서의 자극 또는 내제적으로 새로운 생각들에 의해 시작된 특정 신경의 활성화가 연결된 시냅스후 전류를 증가시켜 지속적인 신경 간의 연결성을 강화하거나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변화를 줄 수 있으며, Long-term potentiation (LTP) 또는 Long-term depression (LTD) 기전으로 설명된다. [용어-1]


장기억압(Long-term depression, LTD)은 신경과학 분야에서 몇 시간 혹은 그 이상 지속되는 형식적 자극에 대해 신경세포 시냅스의 활성 효율이 감소하는 것을 말한다. [용어-2]

 

장기강화(Long-term potentiation, LTP)는 신경과학 분야에서 신경세포를 동시에 자극하는 것에 의하여 두 신경세포의 신호전달이 지속적으로 향상되는 현상을 말한다. [용어-3]


메타가소성(metaplasticity ): 가소성의 한 가지 특징적 모드로서 신경세포의 활성이 연이은 시냅스의 활성에 영향을 주는 것을 설명하는 용어로써 짧은 시간의 흐름에서 시냅스의 활성과 활동전위의 생성에 따른 세포 내의 사건들과 관계가 있다. [용어-4]



용어-1, 용어-4: http://synapse.koreamed.org/Synapse/Data/PDFData/0176BN/bn-7-1.pdf

용어-2, 용어-3: https://ko.wikipedia.org/wiki/%EC%9E%A5%EA%B8%B0%EC%96%B5%EC%95%95https://ko.wikipedia.org/wiki/%EC%9E%A5%EA%B8%B0_%EA%B0%95%ED%9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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