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은 다를 수 밖에 없지
1. 아침의 플레이리스트
평일 아침 출근길엔 밴드 음악을 주로 듣는다. 기타 리프소리와 시원하게 내리치는 드럼 소리를 들으며 없던 에너지를 한 껏 끓어올린다. 아침은 나한테 하루 중 가장 힘든 시간인지라 모닝커피처럼 날 각성해줄 음악을 찾게 되는데, 밴드 음악은 그런 의미에서 최적이다. 최근에는 거의 대부분 실리카겔 no pain과 함께한다. 가사는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래도 좋다. 아침엔 그저 정신을 차리게 할 멜로디만 있어도 충분하다.
주말 아침의 플레이리스트는 평일과는 성격이 완전 다르다. 이 때는 달콤한 게으름을 온전히 즐길 수 있는 음악이 어울린다. 뭐 들을지 고민하고 고르는 것조차 싫어서 내 주말 무드에 잘 어울리는 플레이리스트를 그 때 그 때 도토리 알 모으듯이 차곡차곡 모아두고 그 안에서 고른다. 좋아하는 빵집에서 사온 갓구운 빵과 집에서 내린 커피 한 잔과 행복을 노래하는 아래 플레이리스트만으로도 나는 꽤 기분이 좋아진다.
2. 저녁의 플레이리스트
저녁의 플레이리스트는 평일 퇴근길과 함께한다. 일로 가득 찼던 하루의 끝에는 날 좀 쉬게 할 수 있는 느린 템포의 곡들을 켠다. 우효, 선우정아, 짙은,혁오, 윤종신, 윤상의 노래가 대부분이다. 약간 센치한 음악도 퇴근길엔 괜찮다. 출근길의 플레이리스트가 날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면, 퇴근길의 플리는 날 뒤돌아보게 한다. ‘아까 그 미팅에서는 이렇게 말했으면 더 좋았을걸, 같이 일하는 사람에게 좀 더 좋게 말할 수도 있었을걸' 등 퇴근길 노래를 듣는 내내 나는 씁쓸한 껄무새가 된다. 하하. 오늘은 우효 노래를 들으면서 퇴근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