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선택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면 10년 전으로 돌아가고 싶다. 10년전이면 25살이네. 말도 안되게 푸릇푸릇한 나이다. 한 살 한 살 나이 먹는게 좀 싫은 때라 그런가. 지금의 나는 돈 보다는 시간을 사고 싶다.
과거의 선택들이 만든 지금의 내 모습이 싫지는 않다. 다만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내가 직접 경험하고 내가 느끼고 내가 판단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쓰고 싶다. 그렇게 소신과 주관이 뚜렷한 사람이 된다면 주변 사람들 말에 흔들려 잘못된 선택을 했던 과거를 보상 받을 수 있을 것만 같다.
꽤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도 여전히 아쉬운 그 때의 선택은 가끔 내 발목을 잡는다. 내 직관을 믿고 밀고 나갔더라면 지금의 나는 누구랑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 그 모습이 꽤나 매력적인지라 씁쓸하다. 왠지 분명 지금보다 더 멋있는 모습일 것 같아서. 이런 생각은 그 때 당시 날 쥐고 흔들었던 상대를 미워하는 마음을 낳기도 했다. 과거로 돌아간다면 그 사람을 미워했던 오랜 시간들도 지우고 싶다.
안타깝게도 10년 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결국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건 앞으로의 날들을 위해 지금을 잘 살아내는 것이다. 오늘 아침 우연히 다시 보게 된 허준이 교수의 서울대 축사처럼, ‘하루하루 온전히 경험하며 삶의 끝에서 오래 기다리고 있는 미래의 나를 아무 아쉬움 없이 맞이할 수 있도록’ 말이다.
나는 어떻게 살까 하는 오래된 질문은 오늘부터의 매일이 대답해 줄 것입니다. 무례와 혐오와 경쟁과 분열과 비교와 나태와 허무의 달콤함에 길들지 않길. 의미와 무의미의 온갖 폭력을 이겨내고 하루하루를 온전히 경험하길. 그리고 그 끝에서 오래 기다리고 있는 미래의 나를 아무 아쉬움 없이 맞이하게 되길. - 허준이 교수/ 23년 서울대 축사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