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디자인 교수, 카디자이너, 카마니아의 심도 있는 차 이야기입니다
러분 혹시 자동차가 지나갈 때 꼭 한번 확인하나요?
자동차 관련 웹사이트가 북 마크로 저장이 되어 있나요?
친구가 ‘아, 그 차 뭐였더라’ 하면 바로 정확한 연식과 모델명으로 답해줄 수 있나요?
혹시 시간 있을 때마다 아니 아무 때나 여기저기, 꿈의 자동차를 종이에 그리고 있지는 않나요?
이 디테일만 보고도 무슨 모델인지 당연히 아시겠지요?
ㅎㅎㅎ
자 그럼 오늘의 이야기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마도 제가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에 하나인데,
돌이켜 보니 저는 어디 한번 물어볼 데도 없었던 시절 정말로 어렵게,
아니 운 이 좋게 잡지에서 본 기사 하나로 물어 물어 찾아 찾아 간 길이라서
아마도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속 시원히, 확실하게 해드리는 것이 저의 할 일이라고 생각되네요.
일단 자동차 디자이너가 어떤 일을 하는지부터 소개하는 게 순서인 듯…
한 마디로 자동차 디자이너는 자동차를 디자인하는 직업.
하지만 좀 더 깊게 들여다보면은 그렇게 단순히 ‘겉모양’ 만 디자인하는 일만으로 한정 지울 수 없는 일이고 훨씬 더 큰 분야로 보아야 하는 그런 일입니다. 일단, 가장 기본적인 디자이너의 역할은 자동차 가세상에 나오는 순간부터 생겼다고 봐야죠. 물론 처음에는 누구든지 자동차를 만드는 사람이 디자이너였지만 디자인의 필요성은 곧 생겼고 그 후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지요.
미 자동차 디자인 예술의 단계로 올라왔지요, 1930년대에…
자동차가 세상에 나타난 것은 1880년대 후반,1900년대 초반에 들어와서야 대량 생산되기 시작했고, 디자인 부서가 자동차 화사에 정식으로 생긴 것이 1927년 지엠 자동차 (General Motors)의 Art & Colour Department( 재밌죠, 디자인 부서라고 하지 않고 ‘아트 앤 컬러’ 하로 한 게.. 아직도 자동차 디자인을 그저 이미 만들어진 바디를 좀 더 예쁘게 꾸미는 정도로 이해하던 시절이었죠)
그렇다면 그 이전에는 누가 자동차를 디자인했을까요? 물론 다양한 경험과 기술이 있었던 사람들이 했지요. 혹은 엔지니어 들도 있었고 그중에는 가구 혹은 건축 관련 일을 하던 사람들이 자동차를 디자인했지요. 그중에는 전에 마차를 만들건 사람들은 그 전통을 이어서 자동차 바디를 디자인하고 만드는 이른바 ‘코치 빌더’( Coach Builder ) 이 됐지요. 여기서 ‘코치’ 란 옛날 마차를 뜻합니다. 지금도 한, 두대 특별 주문으로 자동차를 디자인하고 제작하는 곳 들을 ‘코치 빌더’라고 하죠.
하지만 자동차 디자이너 들을 전문적으로 육성하는 교육기관의 필요성은 더 커지게 되며,1950년 대를 통해 미국의 자동차 회사들은 ( 지엠, 포드, 크라이슬러, 아메리칸 모터스 - 나중에 크라이슬러와 합병 )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자동차 디자이너라는 직업과 역할 그리고 교육과정 등을 정립하게 됩니다.
잠시 초기 디자이너들을 들여다보죠.
할리 얼이란 유명 디자이너에 대한 소개입니다.
50년대 디자이너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영상입니다. ( 제가 다녔던 아트센터의 초기 모습도 잠시 나옵니다)
자동차 디자인 과정의 대학도 이때쯤 생기게 됐죠.
제가 졸업한 캘리포니아의 ‘아트센터 칼리지 오브 디자인’ Art Center College of Design 에 자동차 디자인 과정 ( 아트 센터에서는 트랜스포테이션 디자인 TransportationDesign – 운송기기 디자인이라고 함, 카 디자인이 아니고…)이 1948년 GM 의 도움으로 세계 최초로 생겼습니다.
반면 유럽에서는 굳이 전문 과정의 필요성 이 없다고 여기고 전문대학 이상의 과정은 훨씬 나중에 생겨납니다. 런던의 ‘왕립 예술대학’ Royal College ofArt 에 비히클 디자인 Vehicle Design 대학원 과정이 생긴 것은 1971년입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최소 8-90년 된 직업이고2세대, 3세대 자동차 디자이너 들도 꽤 있지요. 일본도 이미 1930년대부터 자동차 디자이너는 있었죠.
우리나라의 경우 1970년대 이후, 즉 현대, 기아, 대우 등의 회사들이 자체 모델을 갖게 되면서 ( 물론 그 이전에도 자동차를 디자인 한 분들도 계셨겠지만..), 극 소수의 인원이었지만 자동차 디자이너라는 직업이 생겨납니다.
비교적으로는 늘어난 숫자이지만 결코 많은 숫자는 아니죠. 아직도 지엠, 도요타, 닛산, 현대 등은 수 백 명 – 지엠은 약 550명이라고 함 – 의 디자이너가 있지만 비엠더블유 나 메르세데스 벤즈 는 불과 디자이너의 숫자가 수십 명에 불과하죠. 한국인으로 전 세계에서 (한국 이외) 자동차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사람은 이미 꽤 많이 있고, 대략 200명 이상으로 추정됩니다. 굉장한 숫자이지요. 전 세계 거의 모든 브랜드 스튜디오에는 한국인 디자이너가 있다고 봐야지요.
자, 약간의 역사와 인원을 알았고 다음은 하는 일을 정리하면
우선, 일하는 분야는
로 나뉘는데 아주 특별한 스튜디오 – 선행 디자인 advanced design – 이거나 규모가 작은 스튜디오 일 경우 익스테리어와 인테리어 디자인을 동시에 다루는 디자이너 들도 있지만 이런 경우는 아주 드문 경우이죠. 취업 시 분야가 나뉘어서 하게 됩니다.
그러면 스튜디오에서 어떤 일을 하는가?
스케치는 종이에 펜과 마커 등을 이용해 (손으로 직접) 그리는 ‘ 매뉴얼 스케치’ 든지 포토샵 또는 스케치북 프로 등을 와콤 패드나 신티크 액정 태블릿을 사용해 그리는 ‘디지털 스케치’ 로 나눌 수 있지만 결국 ‘손’으로 그리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죠. 단지 액정 화면 위에 하는 것이야, 종이 위에 하는 것 이냐의 차이.
스케치로 제시된 아이디어는 곧 다음 단계 즉 모델로 (컴퓨터 3D 모델을 포함해서) 변환되며 디자이너는 평면적 스케치에서 입체적 모델로 옮겨지는 과정을 모델러들과 함께 일하면서 디자인 아이디어를 모델로 완성합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디자이너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다른 사람들–대 부분 회사 내의 상사나 다른 부서 사람들, 또는 외부의 미디어 관계자들 – 에게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설명하고 설득하는 일을 합니다.
러면
일단 자동차 디자이너가 되긴 길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학교 과정도 힘들고 취업도 경쟁이 심합니다. 어떤 디자인 계통의 일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자동차 디자인 역시 기본적으로 본인의 재능 – 영어로는 Talent라고 하지요 – 이 바탕입니다. 그러면 타고난 재능 이란 어떤 걸까요? 미술적 재능? – 저 는 아니라고 하겠습니다. 자동차 디자이너는 그림을 그리는 미술가가 아니라 자신의 아이디어를 스케치 (아주 간략한, 그리고 대부분이 한정된 기법을 이용하는, 다시 말해 스케치가 최종 목적이 아닌, 단순히 한 과정에 지나지 않는…)로 표현하는 아이디어 맨입니다.
그리고 아이디어를 팔 수 있는 세일즈 맨 이라고도 할까?
자동차 디자이너가 되긴 위한 타고난 재능이란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는가 하는 것이죠.
자동차 디자인에 관한. 그리고 그 열정은 자신의 꿈을 향해 멀고 험난한 길을 가야 할 때 제일 필요한 것입니다. 그래서 자동차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재능은 ‘열정’입니다. 그 열정 은 본인 이 가장 잘 알겠죠.
이제 부터는 좀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시작하죠.
디자인 학과인가요 아니면 공대 학과 인가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자동차 디자인을 공대 소속으로 오해(?) 하는데, 자동차 디자인은 이미 지난 몇십 년 동안 별도의 학과로 존재해왔죠. 자동차처럼 복잡한 기계구조물을 미술대의 디자인 학과에서 공부한다고요? 그러면 자동차의 기계적 구조를 모르면 어떡하죠 하는 걱정의 질문이 많은데 자동차 디자인 은 자동차 공학이 아닙니다.
또한 대부분의 자동차 디자인 과정에서 필요한 기계적 이해는 자동차공학과를 졸업할 만큼 이 필요한 것이 아니고, 또한 디자인 개발 과정에서 엔지니어 들과 같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서로 도와 가면서 일을 하게 됩니다.
디자이너와 엔지니어의 역할은 상호 보완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엔지니어 없이 자동차가 만들어 지기 어렵고 디자이너 없이 자동차가 완성될 수 없지요. 그러면 자동차 디자인 학과가 아닌 산업 디자인 학과 졸업 후 자동차 디자이너가 될 수 있을까요 – 물론입니다. 산업디자인, 제품 디자인 혹은 다른 디자인( 건축을 포함 ) 계통의 학과를 공부하고 자동차 디자이너가 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특히 인테리어 디자인의 경우는. 익스테리어 디자이너중 비자동차 디자인 학과 출신들도 더러 있지만 대부분은 전공분야 출신입니다.
세계적인 추세는 자동차 디자인 전문학과를 졸업하는 것이 보편적이 됬지요. 특히 지난 10 수년 사이 전문 과정이 많지 않았던 유럽도 이제는 전문과정이 생겼지요, 특히 이태리, 프랑스 그리고 스웨덴 까지…
자동차 디자이너가 되려면 자동차 디자인을 전문으로 공부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합니다.
전 세계 몇 안 되는 자동차 디자인 학과가 있는 학교들 중 졸업생들의 업계 진출과 그 영향력, 그리고 학생들의 실력 ( 물론 매번의 졸업 시 약간의 변화가 있지만…), 학교 시설, 교수진 등을 고려해 볼 때 선택의 폭은 그리 크지 않지요. 가장 영향력이 있는 - 정립된 교과과정과 업계 활약 중인 졸업생 들이 많은 - 자동차 디자인 학과가 있는 학교들을 몇 군데 뽑으라면 아마 여러분 들도 다 알고 있을겁니다.
아트센터 칼리지 오브 디자인 (Art Center College of Design )
칼리지 포 크리에이티브 스터디스 (College for Creative Studies)
가 오랜 역사가 있는 학교들이고, 그 외에도 몇 곳의 학교도 있지요.
왕립 예술학교 (Royal College of Art)
코벤트리 대학교 (Coventry University),
포츠 하임 대학(Pforzheim Schoolof Design)
IED –Instituto Europedi Design,
SPD – Scuola Politecnica di Design,
정도라고 할까? 얼마 안 되지요?
물론 각 나라마다 산업 디자인 학과 안에 자동차 디자인 코스 등 여러 형태의 과정 들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여러 대학에 관련학과 들이 있지요.
이런 학교들 중 과연 어떻게 선택할 수 있을까요?
1. 전문 프로그램 – 4년 - 이 있는가?
2. 교수진들이 전, 현직 자동차 디자이너 인가?
3. 인턴쉽 프로그램이 활성화돼 있는가?
4. 스폰서 프로젝트 – 유명 대기업들과 하고 있는가?
5. 취업률 – 졸업생들이 업계에 취업하고 있는가?
등을 잘 따져봐야겠지요.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1. 입학 기준은 어떤가? – 대부분의 학교가 포트폴리오를 요구하고 있지요. 자신의 포트폴리오가 기준에 맞는지? 또 하나는 미국을 가나 유럽을 가나 자동차 업계의 기본 언어는 영어입니다. 관련 용어 가 대부분 영어이기 때문이지요. 그러므로 어느 정도의 영어는 필수.
2. 재학생들과 졸업생들의 의견은 어떤가– 많은 쏘셜 미디어를 통해 알 수 있지요. 학교의 실력과 평가는 계속 변하는 것입니다. 10년 전의 상황과 지금 또 앞으로는 변화하는 것이 당연. 최근 졸업생들과 현재 재학생들의 의견을 들어 보는 것은 정말 중요하죠.
3. 학비와 장학금은 어떤가?– 미국의 사립대학교 들의 학비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비쌉니다. 만일 비싼 학비와 시간을 투자할 준비가 됐다면 좀 더 자세히 알아봐야 되는 것 당연, 각 학교마다 장학금 정책도 다르기에 과연 외국 유학생도 해당되는지, 각 나라의 생활비등 도 고려해야 할 항목.
4.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직접 학교를 방문해서 분위기를 확인하고 자기와 잘 맞는지를 확인해야겠죠.
자동차 디자이너가 되는 길은 이제 과거에 비하면 훨씬 넓어졌고 선택의 가짓수도 많아졌습니다.
첫째, 자신만의 아이디어
– 즉 기존의 디자인을 베끼는 것이 아닌 - 를 계속해서 스케치할 것.
가장 기본적인 스케치 – 연필이나 볼펜을 이용한 –방법을 중점적으로 연습할 것. 많은 학생들이 기본기가 없는 상태에서 포토샵을 이용한 렌더링을 시도하는데, 이건 큰 잘못, 마치 골프 스윙 연습도 없이 필드로 나가는 꼴…
둘째, 자동차 지식을 늘일 것.
기본적으로 각 브랜드의 역사, 모델 명 그리고 디자인 특징 등은 알고 있을 것. 예를 들자면 일본의 닛싼과 프랑스의 르노는 같은 회사인라는 점, 그래서 한국 르노의 모델들이 어떤 것은 닛싼 모델 이거나, 어떤 것은 르노 모델 이거나 한다는 것.
그 나머지는 학교에서 해야 할 일.
자동차 디자이너가 되는 길은 그리 만만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단지 어렵다고 포기한다면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없지요.
여러분 중에서 다음번 스타 자동차 디자이너가 있다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