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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작가 Apr 09. 2022

"불안"이 내 발표를 망치게 하는 원리

 나와 동행하는 "불안" 연대기 (1)

불안과 긴장감 때문에 사람들 앞에서
하고 싶은 말을 다 하지 못한 적이 있나요?


이 글은 우리가 그런 상태에 처하게 만드는 "불안"의 원리에 대한 이야기다.


“그래서 제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

“어 그러니까… 말이죠… “ , “어 그러니까 제 생각에는…”


그렇게 나의 15분 발표는 망했다. 무려 100명 정도 되는 청중 앞에서의 발표였다.


발표 시작한 지 3분 만에 목이 매이고, 심장은 미친 듯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5분이 경과했을 때 내가 해야 할 말을 완전히 까먹었다.


내가 말을 멈추자 불편한 침묵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그 정적을 깨기 위해서 나는 내가 연습했던 발표 내용을 생각나게 하기 위해서 미친 듯이 머리를 굴렸다. 그러나 도저히 기억나지 않았다. 손과 온몸에서 땀이 비 오듯이 흘러나왔다.


그러나 침묵은 내가 아닌 청중에 의해서 깨졌다.

“웅성웅성… 이게 뭐야… 헐…”

“ㅋㅋㅋㅋㅋ”

“ㅎㅎㅎ”

청중석으로부터 온갖 소음과 웃음이 들려왔다.



순간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100명이 참석 한 15분짜리 강의에서 무려 1분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1분의 시간 동안 사람들이 나를 비웃는 모습을 보았다. 어떻게 그 강의를 마무리했는지 모르겠다. 그저 큰 마음의 상처를 나에게 안겨준 15분 시간이었다.


그리고 내가 “불안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는 걸 깨닫게 된 사건이다.


그 15분의 강연이 나에게는 너무도 중요했다. 나는 그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열심히 연습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생각대로 잘 되지 않았다.


발표 연습을 하려고 책상에 앉았다. 이때 내 머릿속에 과거 강의를 망쳤던 경험과 느낌이 떠오른다. 이번에도 잘 못하면 어떡하나라는 생각도 같이 올라온다. 몸이 반응한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불안이 올라온다. 마음을 가라 앉히려고 잠시 유튜브를 2시간 한다. 2시간 뒤 좀 지쳤는지 휴식을 취한다. 벌써 저녁 먹을 시간이네 하면서 식사를 한다. 밥을 먹으니까 조금만 더 쉬어본다. 2시간이 지나고 왠지 오늘은 날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오늘은 글렀고 내일 더 신선한 마음으로 해야지라고 미룬다. 안 불안할 때 하면 되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매일 연습할 생각만 하면 자꾸 안 좋은 기억들이 떠올랐다. 기억은 불안으로 이어졌다.


그렇게 연습을 미루고 또 미루었다...


그래도 강의 2일 전에는 시간이 정말 얼마 안 남아서 어떻게든 연습을 하기는 했다. 그래도 연습할 때는 상태가 썩 나쁘지는 않았다. 목이 좀 메고 손에서 땀이 나긴 하지만 할만하다고 생각했다.


발표 당일 시작하기 5분 전 심장이 미친 듯이 뛴다. 몸을 가누기 살짝 어려울 정도로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다. 그저 빨리 이 시간이 지나갔으면 하는 마음으로 가득하다. 못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만 잔뜩 난다. 이 긴장감은 사라지지 않고 발표장에 들어가서도 계속된다.



“불안”은 내가 집중해야만 하는 현재에 집중하지 못하게 만든다. 내가 집중하지 못한 현재는 "발표하는 순간" 들이었다.


집중해야 하는데 과거와 미래에 대한 생각들이 마구 떠오른다. 이게 집중을 방해한다. 예를 들어 이 발표를 못하면 어떡하지? 누군가 비난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나? 이런 생각들이 머릿속에 떠오르고 나를 방해한다.  지금 일어나지 않고 있는 미래의 걱정들이 나를 좀먹는 구조이다. 뇌는 당연히 과부하가 걸린다. 발표하는 작업과 동시에 과거/미래에 대한 걱정 염려 이런 생각들을 동시에 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뇌는 부정적인 생각에 더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자연스럽게 나의 에너지들이 이 "걱정"생각들에 몰리게 된다. 발표를 도저히 잘하려야 잘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나는 원래 발표하는 그 순간과  그 자체에 집중해야 했다. 그런데 자꾸 “강의를 망친 나의 과거 경험과 미래 걱정”에 온 주의가 기울어져있다. 연습할 때도 마찬가지다. 현재 연습에 집중하지 못하고... 걱정만 하다가 거기에 에너지를 다 쓰고 지쳐서 내일로 다음 시간으로 미루게 되는 것이다.


현재와 멀어질수록, 과거와 미래에 잡아 먹힐수록 나는 특정 순간 그렇게 힘을 잃어 갔다.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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