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양작가 Apr 15. 2022

"불안"이 꼭 나쁘지만은
않았던 이유

나와 동행하는 "불안" 연대기(2)

불안 = 나쁜 것


이라고 생각 했다. 내가 이 감정 때문에 피해 보고 있다고 믿었다. 


증거는 있다. 복잡하고 오랜 시간 집중해서 해야 하는 일을 할 때 불안이 몰려와서 집중하기가 더 어려웠다. 해야 할 일을 계속해서 미루고 회피한다. 불안을 회피하려다가 게임이나 판타지 소설 속으로 들어가기도 한다. 그 외에도 많은 일이 있었다.  


그래서 불안은 해결해야 하는 '문제'였다. 박멸 대상이었다. 이 문제를 한창 인식하고 있을 때 글쓰기를 시작했다. 회사 다니면서 경험한 느낌과 생각을 글로 적기 시작했다. 주로 불안과 관련 한 상황도 꽤나 많이 차지했다. 그렇게 꾸준히 글을 쓰다 보니 <마음도 잘 퇴근했나요>라는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


어라? 불안 덕분에 책이 나왔네?


"한 개의 쓸모없는 물건으로 여러분이 생각해 낼 수 있는 새로운 가치를 최대한 많이 만들어보세요"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창의성과 혁신을 가르치는 티나 실리그는 수업에서 위와 같은 과제를 냈다. 학생들은 가치라는 게 무엇인지 고민하면서 '쓸모없는 물건'을 새롭게 바라보는 시각들을 얻게 된다. 어떤 팀은 폐휴지에 대한 사회 참여 캠페인을 시작했고, 어떤 팀은 버린 비닐 의류 커버를 활용해 돗자리를 만들기도 했다. 


학생들이 그런 것처럼 나도 불안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얻게 되었다.

불안 = 에너지


내 삶을 망치고 괴롭힌다라고 생각했던 불안이, 글감을 제공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불안을 안고 회사를 다니면 나만의 이야기라는 자산이 생긴다는 걸 말이다.  


불안과 나의 관계가 바뀌었다. 불안이 미치는 영향들을 냉정하게 분석했다. 긍정적인 부분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불안 덕분에 계획을 세밀하게 짜게 된다. 나중에 이게 잘못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을 하다 보니 잘못될 경우에 대한 대비책을 최대한 많이 만들었다. 그러다 보니 계획력 부분에서 좋은 피드백을 받고는 했다.


불안 때문에 긴장을 하지만,  이게 핸디캡(?)이라고 여기고 더 노력하게 만들었던 일들도 있었다. 더 열심히 했기에 더 많이 성장한 부분도 있다. 


불안은 "평온해져야 한다"라는 목표의식을 갖게 해 주었다. 목표 달성을 위해서 심리 상담도 받고, 명상도 하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평온해지는 방법을 오늘도 하루하루 익혀나가고 있다. 마치 건강검진의 적신호들을 보고 정신 차려서 식단을 바꾸고 운동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심리학에 대한 지식을 얻게 된 건 덤이었다.

모든 건 다 불안 덕분이다.


결국 인생에 도움 안된다고 생각한 불안이 꽤 도움이 되는 녀석이라는 깨달음이 있었다. 


어쩌면 불안은 에너지였다. 나를 자극시켜주고 성장시키도록 신호를 보내주는 역할을 하는 에너지 말이다.


생각해보면 나에게 불안과 관련된 사건이 일어났을 때 이를 바라보는 관점이 무엇이었는가가 문제의 원인 일지도 모르겠다. 


원래는 불안 = 문제 덩어리였는데, 이게 불안=에너지가 되었다. 

언제가부터 불안은 단골손님이라고 칭해졌다.

나에게 찾아와서 (좀 자주 찾아오는 편이긴 하지만...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각성 상태를 만들어주는 레드불 같은 역할을 한다.  


요즘에는 불안이 방문하면 차 한잔 마시면서 얘가 왜 지금 올라올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나를 더 잘 알아차리게 해주는 알람을 울려주곤 한다.


‘불안’과의 동행 생각보다 나쁘지 않을 수도 있다. 

생각보다 더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불안"이 내 발표를 망치게 하는 원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