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동행하는 "불안"연대기(3)
불안을 덜기 위한 행동을 해보기로 시작했다. 출근 전 아침 글쓰기, 명상, 운동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 시점에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고, 행동을 잘게 쪼개서 하면 된다라는 아이디어에 매료되었다. '이거다' 하면서 실행에 옮겼다.
아침 루틴을 매일 1분 운동하기, 3분 명상, 3 문장 글쓰기로 구성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잘 되지는 않았다. 2주는 어떻게 하긴 하는데 잠깐 시간 내서 하는 것도 귀찮아서 흐지부지 되곤 했다.
왜 이게 잘 안될까?
'이런 사소한 것조차 실패하면 도대체 어떡하자는 거야...' 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괴감이 몰려왔다. 불안을 줄이려 했는데 오히려 더 밑바닥으로 추락하는 느낌이었다.
불안의 또 다른 얼굴 회피 성향도 나왔다. '차라리 아무것도 안 하는 게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과 함께 말이다. 10분짜리도 실패하는데 다른 일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라면서 스스로를 의심하기도 했다.
그렇게 시도하고 실패하고 다시 시도하다가 또 흐지부지 되는 과정 중에 한 가지 사실을 발견했다.
작게 행동을 쪼개는 건 수단이었다.
핵심은 '성취감 얻기'였다.
결국 내가 운동, 명상, 글쓰기를 하는 이유는 불안을 상쇄하고 내게 좋은 감정으로 하루를 더 채워나가는 데 있다. 행동을 작게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이런 행동들과 성취감을 연결시키는 게 핵심이었다. 성취감은 내일도 모래도 한주 한 달 내내 할 수 있게 해주는 꾸준함의 에너지가 된다. 성취감이 점점 쌓여 나갈수록 더 할 수 있다는 마음이 생긴다. 결국 도전하는 용기가 생긴다.
더 많은 것을 해낼수록 나는 성장하고, 불안을 감소하는 에너지와 용기를 얻는 선순환이 만들어진다.
그렇다면 성취감을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발견한 건 2가지다.
첫째 성취감을 쉽게 얻을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 둘째, 성취감을 인지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행동을 구성할 때 무조건 성공하도록 게임의 룰을 만들었다. 예를 들어 내가 운동, 명상 글쓰기 루틴을 시도 할 때 3개를 모두 수행하지 않더라도 최소 1개는 완수했다.
그래서 성공 기준을 '3개 중에 1개 실천하기'로 바꿨다. 그렇게 약속했다. 데이터 상으로 3개 중에 1개도 못한 날은 거의 없었다. 물론 어떤 날은 3개 전부 다 못하고 빈둥거리기만 하다가 출근했다. 그러면 태세를 전환해서 일찍 일어난 것에 의의를 두고 성취감을 챙겨갔다. 무언가를 했냐 안했냐로 평가하기보다 '성취감을 얻는다'는 목적이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성취감이 쌓이니까, 운동, 명상, 글쓰기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허물어졌다. 귀찮으니까 하기 싫어지는 루틴들이 조금만 노력하면 쉽게 성공의 감정을 느낄 수 있는 행동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출근하기 전에 성취감이라는 감정을 가지고 출근했다. 성공한 느낌 성취감 이런 감정들은 확실히 하루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어떻게든 성공할 수밖에 없게 계획을 세웠다면 또 중요한 게 '성취감을 내가 인지'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계획한 행동을 완수했더라도 내가 이것을 성취감과 연결시키지 않는다면 아무런 느낌을 갖지 못한다. 그날 아무것도 쌓지 못한 것 같은 날이 되는 것이다. 에너지를 채워주고 계속 행동 할 수 있게 만드는 건 감정이다. 뿌듯함, 충만함, 감사함 등의 감정들이 내가 루틴을 더 실행하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그래서 내가 성공했다는 걸 확인하고 성취감과 연결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
먼저 어떠한 형태든 결과물을 만들어 보자. 예를 들어 나의 글쓰기는 브런치 글로 이어졌다. 쌓여가는 글들 like 댓글 조회수 등은 하루 하루 성공의 결과물이 되었다. 한번 씩 그것을 확인하면 나도 모르게 미소로 가득했다. 운동 할때면 내가 태웠던 칼로리를 확인했다. 1kcal를 태웠어도 0보다는 비교할 수 없이 크기 때문에 그것을 성취감과 연결시키려고 했었다.
명상은 명상 일지를 쓴다. 주로 명상 전후 고요함 정도를 기록했다. 그러면 명상이 마음을 얼마나 평온하게 하는지 기록이 남았다. 신기하게도 명상은 거의 95% 이상 확률로 고요함을 더 증가시켰다. 명상하고 나서 평온함이 줄어든 적은 거의 없었다.
사실 제일 효과가 좋았던 것은 '자기 격려'였다. 스스로 나한테 "아 오늘 명상도 하고 글도 쓰고 와우!! 이야 진짜 너무 잘했어"라고 말해주었다. 오늘 해낸 걸 되새김질하고 스스로 감탄했다. 더 격하게 격려할수록 에너지가 마구 솟아났다.
'비록 1분만 했지만' 이런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그냥 내가 해냈다는 것에만 집중했다.
물론 이런 걸 한다고 인생이 한 번에 팍 달라지고 그런지는 않았다. 다만 사소하게 쌓이니까 오랜 시간 공을 들여야 하는 결과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책도 그중에 하나고 회사에서 나의 업무성과는 덤이었다. 행동이 작게나마 변하니까 결과적으로 불안을 더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다. 성취감과 강하게 연결되는 아침 글쓰기, 명상, 운동은 하루를 더 충만하게 살게 해 주는 원동력이 되었다.
잘 포기하지 않는 습관도 생겼다. 3가지 다 못하고 실패하고 또 1-2달 아무것도 안 하고 있더라도 내 가슴 한구석에는 그 성취감의 감정들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 불씨를 다시 살리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글쓰기를 할 수 있고, 명상도 할 수 있고 운동도 할 수 있게 되었다.
예전에는 중단하다 다시 시작하려고 하면 왠지 모를 죄책감과 실패하는 마음이 함께 공존했었다. 하지만 이런 부정적인 마음은 추억 속 성취감의 감정으로 대체되었다. 그래서 다시 시작은 설렘이라는 감정과 자연스럽게 연결되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더라도 나를 깨웠던 그 시절의 감정이라는 불씨가 남아있기에 언제든 다시 활활 태울 수 있다.
지금은 스스로에게 매일 되풀이해서 이야기하곤 한다.
'오늘 하루도 성취감이라는 감정 챙겨가자'
'오늘 뭐했지?'
' Yes! 오늘 하루도 성공했다!!!!!! 잘했어 나이스~! 굿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