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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브소영 Jun 18. 2021

우리가 돈이 없지 , 감각이 없냐?

감각의 제국을 지키는 병사들에게

혹시 아래 사진의 신발과 가방, 그리고 조명을 보면 어떤 브랜드인지 아세요?   


얼마전 만난 친구가 첫번째 신발을 보고 '와 페라가모 예쁘다'하더라고요. 그 말을 듣자마자 저는 살짝 놀라며 '너 정말 이거 몰라?' 했는데 사실 당연히 모를 수 있다는 생각이 뒤 늦게 들었습니다. 말을 내뱉고 나서도 민망해서 주워담고 싶은 순간이었습니다. 참고로 저 제품은 구찌의 대표 모델인 홀스빗 로퍼입니다  


.  두번째 가방을 알게 된 것도 약 3년전쯤이었는데 저 로고하나 없는 가방이 4~500백만원이나 한다는 사실에 놀라 에르메스의 대표 모델 이름과 가격대를 마구 찾아보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사진은 #가든파티 라는 모델이에요.


 제일 오른쪽의 조명은 대부분 이제는 아시겠지만 루이스폴센의 조명이죠. 폴헤닝센(Poul Henningsen)의 이니셜을 따서 PH5 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이 조명 또한 약 5년 전 쯤에는 몰랐었답니다. 지금은 많은 카페와 식당에서 모조품을 사용하고 있죠. 아마도 건축과 디자인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아시는 분이라면 이 모델의 역사와 디자인에 대해서 할 말이 많으실거에요.



이런 것들과 마주하고 욕망할때면 저는 차라리 아무것도 몰랐떤 그 때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럭셔리도 모르고, 브랜드도 모르고. 그냥 뭐 이우환과 김환기도 모르고 그냥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 차라리 기형도의 시집이나 읽고,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나 필사하면서 문화재를 공부하고, 동네 고양이들에게 추르 챙겨주면서 주말에는 공원에 산책 다니는 삶. 그렇게 살았더라면 어땠을까 하고 생각해봅니다. 무엇인가를 알게되고, 좋아해서 취향이 생긴다는 것은 소유욕이 생겨나고, 현실의 구매력에 절망하게끔 만들거든요. 이러한 한계에 스트레스를 받게되고 항상 무엇을 살지 갈등하게 될 때마다 '모르는게 약이다'라는 격언을 떠올립니다. 와잎님과 항상 주말마다 "이번주는 무얼 사러 어딜 갈까?"고민하는 저의 모습을 보며 "아 이번 생에 부자가 되는 것은 틀렸구나"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ㅜㅜ 뭐 그래도 우리가 돈이 없지, 감각이 없냐, 하며 위안을 삼고 있기는 하지만, 언제나 [구매력] < [감각] 인 상황에서는 행복하기 쉽지 않은데 이를 어떻게 해야할지 참 고민입니다. 소비하는 행복이 중요하다는 데에는 동의하지만 이게 참 인생의 큰 딜레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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